[인터뷰] ‘박열’ 이제훈, 불량한 청춘에 진심을 담아내다

입력 2017-06-28 11:48  


[임현주 기자] “감정에 충실해서 돌발적으로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이제훈이 연기하는 자세를 말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이번 영화 ‘박열’을 함께한 이준익 감독과 배우들은 그를 뜨거운 불덩이 같다고 전한다.

청춘의 민낯 그대로를 보여준 ‘파수꾼’을 통해 주목을 받은 이후 ‘고지전’ ‘건축학개론’ ‘시그널’ 등 다양한 캐릭터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이제훈이 또 다른 불량한 청춘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거침없고 당당한 조선 최고의 불량 청년 박열을 연기한 이제훈. 그런 박열을 연기함에 앞서서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박열을 연기함에 앞서서 후미코의 삶을 논하는 일본 작가의 평전들을 읽으면서 인물 속으로 빠져 들어갔어요. 스무 살 초반인 박열이 일본에서 살아가는 모습부터 대역 죄인이 되는 과정까지. 당당하게 맞선 박열의 신념과 사상을 저를 통해서 보여드려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막중한 임무가 있었죠. 실존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미화되거나 영웅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심초사했어요. 사명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임했죠.”


그 임무는 완벽하게 성공적이었다. ‘박열’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이제훈은 본인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불덩이를 뿜어내는 배우”라 설명할 정도였으니.

이에 이제훈은 “기본적으로 그때의 상황 속 느껴지는 감정에 충실해서 돌발적으로 나오는 것을 좋아해요”라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촬영했을 당시 식민지 시대에 살았었던 박열이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에 주안점을 뒀어요. 그래서 연기를 그만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표현되기를 바랐었죠. 그때 인물에 집중해서 그런지 다시 돌아가서 촬영하더라도 그만큼 못해낼 것 같아요. 제 그릇 안에서 다 쏟아냈죠”라 전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머리부터 발끝까지 박열로 완벽하게 변신한 이제훈은 박열의 내면을 이해하고 동화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가짜가 아닌 진심을 보여주길 원했기에 그만큼의 고된 순간들도 있었다고 말한다.

“박열이 감옥살이를 했을 때 단식을 했었는데... 단순히 단식투쟁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부족한 표현인 것 같아요. 외적으로 말라가면서 실제로 폐결핵에 걸려 사경을 헤매셨다 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모습을 몸소 보여드리고 싶어서 처음으로 단식을 해봤는데 정말 몸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고요. 단식을 끝내고 떡볶이를 먹었는데 세상 맛있었어요. 탄수화물이 주는 감동이 뇌리를 자극했어요.(웃음)”


이런 고됨에도 언제나 유쾌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함께 했던 이들 때문이라고.

“스태프들의 공헌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저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분들이 박열을 그려내는데 있어서 많은 준비를 해주신 것 같아요. 그게 참 고마워요. 그렇게 함께 한 순간들 때문에 가치가 드높아졌어요. 갑자기 함께했던 스태프들이 보고 싶네요.(웃음)”  

함께한 이들의 소중함과 고마움 때문이었는지 마지막 촬영 날에 눈물까지 났다는 이제훈. 그는 이번 작품을 작업하며 호흡했던 모든 분들에게 애정 가득했다. 특히 ‘박열’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을 향한 마음은 더욱 특별했다.

“감독님의 소년처럼 해맑은 모습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박)정민이와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들이 왜 그렇게 감독님을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박)정민이는 감독님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했는데 그 말에 100% 동의해요.(웃음)”

이어 이제훈은 “연출자로서도 아주 훌륭한 지점에 계신 분이에요. 배우들한테 지시를 거의 안하세요. 거의 놀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시죠. 마치 놀이터 안에서 자유롭게 시소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다가 울타리만 넘지 않게 해주는? 풀어 주는 스타일이세요. 배우들이 자신감을 갖고 뛰어놀 수 있게끔”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불꽃같이 타올랐던 박열과 후미코의 투쟁의 삶을 담은 ‘박열’.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배운 게 많았을 텐데 재현을 해보면서 얻은 게 참 많았을 터.

“예전엔 배우로서 연기만 잘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할 몫이 있구나싶더라고요. 사회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는 봉사나 자선 단체 홍보대사로 활동하거나 이런 부분을 생각하는 깊이가 한층 깊어졌어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실제로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이런 점들이 크게 다가와요.”

이제훈은 연기를 위해서 박열이라는 인물에 투영되기 이전에 “과연 나는 세상과 역사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하고 자신을 뒤돌아보기도 했다고. 그런 그가 2017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안부를 건넨다.


“박열이 살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개성들을 존중받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이잖아요. 이런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해주신 위인들을 너무 외면하고 살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박열’을 통해서 이분들이 점점 더 재조명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또 앞으로 해결되지 못한 숙제들을 남겨진 우리 젊은이들이 목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해요. 저 또한 그럴 것이고요.”

이렇듯 오늘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배우 이제훈이 출연하는 영화 ‘박열’은 금일(28일) 개봉해 관객들에게 뜨거운 여운을 선사할 예정이다.(사진제공: 영화사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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