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전기차 vs 수소차', 싸움보다 공존

입력 2017-09-13 07:00  


 -수송 에너지의 다원화가 정답
 -전기, 수소, 화석연료 공존 시대 돌입

 "진입장벽이 쉬운 전기차를 막을 방법은 수소차 뿐이다."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공공연히 나도는 말 가운데 하나다. 자동차회사의 미래 생존을 보장할 에너지는 전기가 아닌 수소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자동차회사는 수소에 집착(?)할까? 광고에서처럼 수소가 무한 에너지여서? 아니면 수소의 저장성이 뛰어나서? 둘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에너지의 문제일 뿐 그 이면에는 진입장벽 구축이라는 전략이 숨어 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라는 제조물의 특성은 동력발생과 기계적 움직임이 핵심이다. 특히 150년 동안 꾸준히 개발해 온 내연기관은 사실상 거대한 진입장벽이나 다름없다. 자동차라는 제품을 만들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 해도 내연기관 개발이 쉽지 않아 뛰어들지 못한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전기 배터리가 새로운 동력원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중소형 이동수단은 전기 배터리가 시장을 점령한 상황이고, 이제는 자동차로 그 영역이 옮아가고 있다. 덕분에 설립된 후 수송용 에너지 시장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한국전력이 미소를 짓는다. 동력발생장치의 변화가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를 만들고 있어서다. 테슬라모터스의 엘론 머스크가 꿈꾸는 움직이는 전자기기 세상 말이다. 

 그런데 배터리는 늘 부딪치는 장벽이 있다. 전기 생성 과정이 친환경적이지 않아서다. 석탄을 태우고, 방사능 물질이 나오는 원자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한계에 도달한다. 물론 전기를 얻는 다양한 방법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넘친다. 태양광을 이용하기도 하고, 댐을 만들어 수력을 활용할 수도 있다. 파력, 조력, 풍력 등의 자연 현상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른바 신재생에너지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h당 가격이 비싸고, 새로운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은 오르고, 비용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배터리 가격은 내려가고, 태양광을 통한 발전효율도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충전시간도 짧아지고,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도 1,000㎞ 이상 늘릴 수 있다. 배터리에 보다 많은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 또한 눈부시게 전개되고 있어서다. 작은 공간에 전기를 많이 저장할수록 사용 가치는 훨씬 높아지고, 덕분에 수송 부문은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낮아진다. 복잡한 기술과 부품이 들어가는 내연기관을 가볍게(?) 대신할 수 있으니 기계적인 움직임만 제어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 기계적인 움직임도 전장기술 발전으로 자동차회사의 독점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첨단운전자지원(ADAS) 기능이 속속 등장하고,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이미 10년 전의 두 배를 넘어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니 누구나 사용 가능한 배터리에, 누구나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넣어 이동 수단을 만드는 일은 쉽다.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 영역에 중소기업이 앞 다퉈 뛰어든 것도 진입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방증이고, 이는 곧 자동차회사의 고민 시작을 의미한다. 

 오랜 시간 방법을 고민하던 자동차회사가 꺼낸 카드가 바로 '수소(Hydrogen)'다. 앞서 언급한대로 에너지가 무궁무진하고, 저장성이 뛰어난 데다 유해물질 배출도 없고, 순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신재생으로 전기를 얻은 후 물을 분해하고, 여기서 얻어진 수소를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면 된다. 방금 만들어 먹었을 때 가장 맛 있는 요리가 전기차라면 수소는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먹는 저장 식품 기반의 요리다. 
 
 하지만 수소를 활용할 때는 고도의 복잡한 기술이 전제된다. 특히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는 방법은 매우 까다롭다. 많은 연구개발비가 투입돼야 하고, 다루는 것도 정교해야 한다. 고장 나면 단순히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자동차회사가 수소를 직접 주목한 것도 이 부분이다. 친환경 명분이 뚜렷하고, 지속 순환 가능성이 높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연구개발에 매진, 수소 쪽으로 시장을 끌고 가는 게 새로운 도전자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판단했다. 메르세데스와 벤츠와 폭스바겐그룹, 토요타와 현대차 등이 수소를 견인하는 배경이다. 

 물론 수소 사회를 구현하려면 새로운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반면 전기는 전선을 통해 오랜 시간 지구 곳곳을 그물망처럼 연결했다. 그래서 어느 것이 낫다는 토론은 의미가 없다. 인프라 기준하면 전기가 낫고, 자원 순환과 지속성을 떠올리면 수소가 우위에 있어서다. 그래서 전기차도 있고, 수소차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인프라 구축이 될 때까지는 배터리 전기로 쓰고, 점차 수소로 바뀌는 과정을 염두에 둔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수송 에너지의 다원화가 정답이다. 휘발유, 디젤, 천연가스, LPG, 배터리 전기, 수소전기 등이 공존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그렇게 움직이는 중이며, 모든 제조사도 공감한다. 단, 먼저 갈 것이냐, 아니면 따라갈 것이냐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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