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성 초점 ‘2017 청룡영화상’...최우수 작품상 ‘택시운전사’ (종합)

입력 2017-11-26 11:22   수정 2017-11-26 14:32


[김영재 기자] ‘제38회 청룡영화상’의 선택은 시의성이었다.

‘제38회 청룡영화상’이 11월25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김혜수와 이선균의 사회로 진행됐다. 1994년 ‘제15회 청룡영화상’부터 24년째 ‘청룡영화상’의 사회를 맡고 있는 ‘청룡의 여신’ 김혜수는 “청룡영화상에 오신 걸 환영한다”라는 말로 영화 ‘미옥’에서 함께 공연한 동료 이선균과, 그가 마주한 객석의 긴장을 해소시켰다.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총 18개 부문의 시상이 진행됐다. 2016년 10월7일부터 2017년 10월3일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영화계 전문가 설문 조사와 누리꾼 투표 결과를 종합해 후보자(작)이 엄선됐다.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의 김윤석,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의 설경구,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송강호, ‘남한산성’의 이병헌, ‘더 킹(감독 한재림)’의 조인성 중 ‘제38회 청룡영화상’이 선택한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천만 배우’ 송강호였다.

1980년 5월 독일 기자를 태우고 ‘5.18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 광주로 향한 택시 운전사 김만섭을 연기한 송강호는 이번 수상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지난 2007년 영화 ‘우아한 세계’로 ‘청룡영화상’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이어 ‘국가란 국민입니다’란 명대사를 남긴 영화 ‘변호인’으로 2014년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바 있다.

작품에서 함께 공연한 유해진, 류준열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무대에 올라선 그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상처와 많은 고통 속에 살아온 많은 분들께서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란 시건방진 생각을 잠시 했다”라며, “영화 개봉 후에 오히려 관객 분들께서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애썼다고 위로를 해주시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 그만큼 관객 여러분의 마음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고 따뜻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사실 ‘택시운전사’란 영화는 정치나 역사를 뒤로 하고 가슴 속에 있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미안한 마음을 담고 싶었다. 트로피도 중요하고, 천만 관객도 중요하지만, 올 한 해 그 미안한 마음을 ‘택시운전사’란 영화를 통해서 되새겨 봤다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마음은 위대한 관객 여러분께서 주셨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택시운전사’는 최우수작품상, 최다관객상, 음악상을 수상해 4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제38회 청룡영화상’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에서 구청의 블랙 리스트 1호 할머니 나옥분을 연기한 나문희였다.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통과된 2007년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에서 그는 위안부 피해자 역을 맡아 눈물샘을 자극했던 바 있다. 그의 호연에 힘입어 영화는 민감한 소재에도 불구 흥행 역시 성공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의 공효진, ‘악녀(감독 정병길)’의 김옥빈, ‘여배우는 오늘도(감독 문소리)’의 문소리, ‘장산범(감독 허정)’의 염정아를 제치고 데뷔 56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를 사랑해주신 관객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 아흔여섯인 우리 친정 어머니, 어머니의 하느님에게 감사드리고, 나문희의 부처님에게도 감사드린다”라는 말로 객석의 웃음을 모았다.

이어 그는 “오늘 ‘마음을 비우고 와야지’란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되니까 욕심이 많이 생겼다. 동료들도 많이 가고, 또 나는 남아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는데, 이렇게 늙은 나문희에게 큰 상을 주신 ‘청룡영화상’ 주최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남아서 정말 열심히 하겠다”라며, “나의 친구 할머니들. 내가 이렇게 상 받았다. 여러분도 열심히 해서 그 자리에서 다 상 받으시길 바란다”라고 시대의 아픔을 겪은 여성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아이 캔 스피크’는 감독상, 청정원 인기스타상까지 수상해 3관왕을 차지했다.


신인남우상은 ‘형(감독 권수경)’에서 시각 장애인 유도 선수 고두영 역을 맡은 도경수가 차지했다. 그는 ‘꿈의 제인(감독 조현훈)’의 구교환, ‘박열(감독 이준익)’의 김준한, ‘분장(감독 남연우)’의 남연우, ‘택시운전사’의 류준열을 제치고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그룹 엑소(EXO)의 단독 콘서트를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 조인성이 트로피를 대신 안았다. 도경수는 최우수작품상 시상자로 나와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앞으로 더 많이 경험하고 노력해서 관객 여러분에게 공감시켜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충무로를 이끌어나갈 재목의 포부를 밝혔다.


신인여우상은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역을 공연한 최희서에게 돌아갔다. 이미 ‘제26회 부일영화상’ ‘제1회 더 서울어워즈’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고, ‘제54회 대종상영화제’에서는 신인여우상과 더불어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 그의 ‘제38회 청룡영화제’ 신인상 수상은 만인이 예상할 수 있는 당연이었다.

‘꿈의 제인’의 이민지부터 ‘연애담(감독 이현주)’의 이상희, ‘용순(감독 신준)’의 이수경, ‘공조(감독 김성훈)’의 임윤아까지. 쟁쟁한 후보를 뒤로 하고 신인여우상을 안은 그는 “먼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세상에 나오게 해주신 이준익 감독님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박열’을 함께 만든 모든 배우 분들, 스태프 분들. 이름과 얼굴을 모두 한 분 한 분 기억하고 있다.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여러분을 기억하고 있겠다”라고 소감의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앞으로 배우로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많은 캐릭터를 만나고 헤어지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만큼은”이라며 벅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잠시 숨을 고른 뒤, “헤어지기 싫다. 마음속에 영원히 담아놓고 싶다”라고 가네코 후미코 역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최희서는 “대사를 함께 공유하고 싶다. ‘산다는 것은 그저 움직이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면 그것이 비록 죽음을 향한 것이더라도, 그것은 삶의 부정이 아니다. 긍정이다.’ 나 또한 매 순간 내 의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배우가 되겠다. 감사하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우수 작품상은 쟁쟁한 후보 ‘남한산성’ ‘더 킹’ ‘박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의 경쟁에서 이긴 ‘택시운전사’에게 돌아갔다. 더 램프 박은경 대표는 “정말 기대 안 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망월동 많은 묘비명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다. ‘그날 동지들과 함께하지 못했다고 평생 괴로워하셨던 아버지. 이제 동지들 곁에서 편히 쉬소서’라는 문구였다. 오늘 좋은 작품들이 많이 올라왔는데 우리에게 이 큰 상을 주신 것은 아마도 아픈 현대사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싶다”라고 수상의 배경을 추측했다.

한편, ‘상 잘 주는’이란 수식어로 유명한 ‘쳥룡영화상’은 이번 ‘제38회 청룡영화상’ 역시 별칭에 합당한 무난한 수상작을 열거했으나 동시에 아쉬움도 남겼다. 흥행은 아쉬웠지만 작품성은 만장일치의 긍정을 모은 ‘남한산성’이 관련 부문 대신 김훈 작가의 동명 원작이 존재함에도 각본상을 받은 점, 감독상과 최우수 작품상 수상자(작)에서 드러났듯 2017년 ‘청룡영화상’의 초점이 작품 자체가 가진 완성도보단 대중과 호흡하는 시의성을 더 향한 점 등이 일부 대중의 의문을 불러 모은 것.(사진출처: SBS ‘제38회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

다음은 ‘제38회 청룡영화상 수상 명단

▲ 최우수 작품상: ‘택시운전사’
▲ 여우주연상: 나문희(아이 캔 스피크)
▲ 남우주연상: 송강호(택시운전사)
▲ 감독상: 김현석 감독(아이 캔 스피크)
▲ 청정원 단편영화상: 곽은미 감독(대자보)
▲ 여우조연상: 김소진(더 킹)
▲ 남우조연상: 진선규(범죄도시)
▲ 청정원 인기스타상: 나문희, 설경구, 조인성, 김수안
▲ 각본상: 황동혁 감독(남한산성)
▲ 미술상: 이후경 감독(군함도)
▲ 음악상: 조영욱 감독(택시운전사)
▲ 편집상: 신민경 감독(더 킹)
▲ 촬영조명상: 조형래, 박정우 감독(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 기술상: 권귀덕 감독(악녀)
▲ 신인감독상: 이현주 감독(연애담)
▲ 최다관객상: ‘택시 운전사’
▲ 여우신인상: 최희서(박열)
▲ 남우신인상: 도경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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