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양이 뜨다 ‘2017 KBS 연기대상’...“시스템이 문제” (종합)

입력 2018-01-01 06:02   수정 2018-01-02 17:58


[김영재 기자] ‘2017 KBS 연기대상’의 주인공은 공동이었다.

‘2017 KBS 연기대상’이 정유년을 마감하는 12월31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KBS홀에서 박수홍, 남궁민, 이유리의 사회로 진행됐다. 남궁민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과 장장 4시간 동안 함께할 예정”이라는 말로 시상식의 대장정을 알렸고, 박수홍은 “2017년과 2018년을 같이 보내는 뜻깊은 시간이다”라고 의미를 짚었다.

‘2017 KBS 연기대상’에서는 총 24개 부문의 시상이 진행됐다. 특히 2017년 ‘KBS 연기대상’이 다른 때와 구분되는 점은 방송 시간이었다. 1부와 2부 사이 광고를 포함한 행사 총 진행 시간은 약 4시간 30분이었다. 그리고 광고를 제외한 순수 방송 시간은 약 4시간 14분이었다. 지난해 ‘2016 KBS 연기대상’의 순수 방송 시간은 총 3시간 49분이었다.

이와 관련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은 2시간 8분 44초의 기록으로 완주를 이룬 케냐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의 차지였다. ‘2017 KBS 연기대상’은 마라토너가 42.195km 코스를 두 번 반복하는 시간 동안 시상과 수상을 안방극장에 전달했다. 남궁민은 “다음 차례 때문에 수상 소감을 제대로 했던 적이 없다. 오늘은 좀 얘기해서 속이 시원했다”라며 하고픈 말을 맘껏 전달한 기쁨을 표시했다.


1987년 ‘토지’ 임동진, 1988년 ‘토지’ 반효정, 1989년 ‘사랑의 굴레’ 고두심, 1990년 ‘역사는 흐른다’ 유인촌, 1991년 ‘옛날의 금잔디’ 이낙훈, 1992년 ‘TV 손자병법’ 오현경, 1993년 ‘먼동’ 하희라, 1994년 ‘한명회’ 이덕화, 1995년 ‘바람은 불어도’ 나문희, 1996년 ‘목욕탕집 남자들’ 강부자, 1997년 ‘용의 눈물’ 유동근, 1998년 ‘야망의 전설’ 최수종, 1999년 ‘왕과 비’ 채시라, 2000년 ‘태조 왕건’ 김영철.

2001년 ‘태조 왕건’ 최수종, 2002년 ‘명성황후’ 유동근, 2003년 ‘장희빈’ 김혜수, 2004년 ‘꽃보다 아름다워’ 고두심, 2005년 ‘불멸의 이순신’ 김명민, 2006년 ‘황진이’ 하지원, 2007년 ‘대조영’ 최수종, 2008년 ‘엄마가 뿔났다’ 김혜자, 2009년 ‘아이리스’ 이병헌, 2010년 ‘추노’ 장혁, 2011년 ‘브레인’ 신하균,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 김남주, 2013년 ‘직장의 신’ 김혜수, 2014년 ‘가족끼리 왜 이래/정도전’ 유동근, 2015년 ‘부탁해요, 엄마’ 고두심과 ‘프로듀사’ 김수현, 2016년 ‘태양의 후예’ 송중기와 송혜교.

1987년부터 시작된 ‘KBS 연기대상’ 역대 대상 수상자 명단이다. 대상의 무게에 걸맞은 배우만이 대상 주인공이 됐고, 이는 2017년에도 이어졌다. ‘태양의 후예’로 지난해 대상의 영예를 안은 시상자 송중기의 호명 속에 두 사람이 무대에 올라왔다. 8월 종영작 ‘아버지가 이상해’의 김영철과, 3개월 방영 기간이 남은 ‘황금빛 내 인생’의 천호진이었다.

먼저 김영철은 “17년 전 (‘태조 왕건’의) 궁예로 여러분의 큰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이렇게 또 큰 영광을 받았다”라며, “좋은 작품을 만난 덕이라고 생각한다. 6개월 동안 많은 분들께 우리 ‘아버지가 이상해’가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 속) 식구들과 트로피를 쪼개서 같이 나눠 갖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천호진의 대상 수상 소감은 감동을 모았다. 그는 “진심으로 이 상을 전해드리고 싶은 분이 한 사람 계시다. 여보. 연애할 때 한 약속을 지키는 데 34년 걸렸다. 너무 늦었다. 미안하다. 당신만 허락하면 다음 생에 당신과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다. 꼭 약속 지키겠다”라고 로맨티시스트의 정석을 뽐냈다. 또한, 그는 “‘황금빛 내 인생’ 꼭 끝까지 사랑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작품을 향한 변함없는 성원도 당부했다.


상에도 높고 낮음을 구분하는 등급이 있을까. 만약 최우수상이 우수상보다 가치 있는 상이라면 ‘2017 KBS 연기대상’의 승자는 ‘황금빛 내 인생’일 테다. ‘황금빛 내 인생’은 대상을 비롯 장편드라마 부문 남자 및 여자 우수상 등 총 다섯 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상을 존재 그 자체로 평가하자면, ‘2017 KBS 연기대상’의 승자는 ‘쌈, 마이웨이’다. ‘쌈, 마이웨이’는 남자 조연상부터 남자 신인상, 네티즌상, 드라마OST상, 베스트커플상,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및 여자 우수상까지 총 일곱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시청률은 10% 초중반대에 그쳤던 것이 사실. 하지만 주연을 맡은 네 배우 박서준, 김지원, 안재홍, 송하윤은 작품을 통해 누군가는 인기를 공고히 다졌고, 또 누군가는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박서준은 ‘쌈, 마이웨이’에서 과거를 떨쳐내고 격투기 선수로 성공한 주인공 고동만을 연기했다. ‘남사친’ 고동만과 ‘여사친’ 최애라(김지원)의 ‘썸’과 사랑 그리고 인생 역전은 어쩌면 같은 삶을 살고 있는 20대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우수상을 받은 박서준은 “(고)동만이한테 (최)애라가 없었으면 동만이도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김)지원 씨에게 감사드린다. (김)성오 형님, 우리 (김)주만이 (안)재홍이 형, (백)설희 하윤 누나, 모든 ‘쌈, 마이웨이’ 식구들 그리고 스태프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공을 그가 아닌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어 그는 “만약 수상의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라며 미세한 울먹임과 함께 말을 계속했다.

박서준은 “아버지께서 ‘이제는 밖에서 내 이름이 불리는 게 아니라 박서준 아버지라고 불린다’라고 하셨는데 굉장히 한편이 씁쓸했다. 평소에 부모님께 잘 표현을 하질”이라고 한 뒤, 울음을 참으며 “이러면 안 돼”라는 혼잣말을 전했다. 더불어 그는 “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들이라서 이런 자리에서나마 표현하고 싶다. 아버지. 당신이 없었다면 난 이 자리에 없었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라고 지극한 효심을 브라운관 너머로 전달했다.

박서준의 수상에 앞서 안재홍은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황금빛 내 인생’ 이태환, ‘고백부부’ 장기용, ‘김과장’ 준호 등을 제치고 얻은 쾌거다. 그는 “앞에 있는 우리 (박)서준이, 성오 형 그리고 오늘 촬영 때문에 못 왔지만 송하윤 씨, 표예진 씨 모두 정말 고맙다. 즐거웠고, 행복했다”라며, “‘쌈, 마이웨이’는 우리 청춘들에게 굳이 힘내라고 응원하지 않았다. ‘지금 잘하고 있다. 잘 걸어가고 있다’라고 믿게 만들어준 이야기가 참 좋았다. 여러분께도 그렇게 와 닿았으면 진심으로 좋겠다”라고 ‘쌈, 마이웨이’의 가치와 본질을 요약했다.


‘KBS 연기대상’의 공동 대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고두심과 김수현이 대상을 받았고, 2016년에는 송중기와 송혜교가 함께 상을 받았다. 혹자는 헌신적 아버지상(像)을 그려낸 두 대배우의 수상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리기도. 그러나 과연 공동에 가치가 있을까. 김영철과 천호진의 대상을 폄하하고 싶진 않다. 다만 영화 ‘1987’이 떠오른다.

‘1987’에서 한병용(유해진)은 조카 연희(김태리)에게 화를 내야 하는 대상이 틀렸다고 말한다. 상황을 나쁘게 이끈 것은 윗사람, 즉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KBS 연기대상’으로 돌아가보자. 대상 외에도 남자 조연상, 여자 조연상, 남자 신인상, 여자 신인상, 네티즌상, 베스트커플상, 중편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상, 일일극 부문 남자 우수상, 일일극 부문 여자 우수상,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우수상, 최우수상에서 공동 수상이 결과로 나타났다. 이에 대상(大賞)의 일상(日常)화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시스템이 문제다. 공동 수상자 중 어느 누가 더 우위인지 평가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공동 수상의 관행을 이끌고 있는 방송사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

어느 방송 관계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송사 연말 시상식을 ‘땅 짚고 헤엄치기’에 비유했다. 더불어 스타가 다수 출연하는 저(低) 제작비-고(高) 수익 효자 상품이란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마 김영철과 천호진의 공동 대상이 ‘KBS 연기대상’ 역사상 첫 공동 수상이었다면 만인의 수긍을 얻었을 테다. 그러나 전년도와 전전년도 대상 모두 공동 수상인 상황. 더불어 현업 종사자가 전파한 상업 논리까지. 이쯤 되면 시상의 탈을 쓴 포상이다.

한편, 공중파 드라마만큼 많은 숫자의 영화를 요약하고 축하한 ‘제38회 청룡영화상’의 경우 인기스타상을 제외하면 단 하나의 공동 수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선례는 관행을 만든다.(사진출처: KBS2 ‘2017 KBS 연기대상’ 방송 캡처, bnt뉴스 DB)

다음은 ‘2017 KBS 연기대상’ 수상 명단

▲ 대상: 김영철(아버지가 이상해), 천호진(황금빛 내 인생)
▲ 여자 최우수상: 이유리(아버지가 이상해), 정려원(마녀의 법정)
▲ 남자 최우수상: 남궁민(김과장)
▲ 여자 우수상 장편드라마 부문: 신혜선(황금빛 내 인생)
▲ 남자 우수상 장편드라마 부문: 박시후(황금빛 내 인생)
▲ 여자 우수상 미니시리즈 부문: 김지원(쌈, 마이웨이), 장나라(고백부부)
▲ 남자 우수상 미니시리즈 부문: 박서준(쌈, 마이웨이)
▲ 여자 우수상 일일극 부문: 명세빈(다시, 첫사랑), 임수향(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남자 우수상 일일극 부문: 김승수(다시, 첫사랑), 송창의(내 남자의 비밀)
▲ 여자 우수상 중편드라마 부문: 조여정(완벽한 아내)
▲ 남자 우수상 중편드라마 부문: 이동건(7일의 왕비), 준호(김과장)
▲ 베스트커플상: 윤현민-정려원(마녀의 법정), 손호준-장나라(고백부부), 박시후-신혜선(황금빛 내 인생), 박서준-김지원(쌈, 마이웨이), 류수영-이유리(아버지가 이상해), 남궁민-준호(김과장)
▲ 드라마OST상: ‘비투비-알듯 말듯해’(쌈, 마이웨이)
▲ 특별공로상: 고(故) 김영애
▲ 여자 연작단막극상: 라미란(드라마 스페셜-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
▲ 남자 연작단막극상: 여회현(란제리 소녀시대/드라마 스페셜-혼자 추는 왈츠)
▲ 네티즌상: 박서준(화랑/쌈, 마이웨이), 김지원(쌈, 마이웨이)
▲ 작가상: 소현경(황금빛 내 인생)
▲ 여자 신인상: 김세정(학교 2017), 류화영(아버지가 이상해/매드독)
▲ 남자 신인상: 안재홍(쌈, 마이웨이), 우도환(매드독)
▲ 여자 조연상: 이일화(김과장/마녀의 법정), 정해성(맨홀/김과장)
▲ 남자 조연상: 김성오(쌈, 마이웨이), 최원영(화랑/매드독)
▲ 여자 청소년연기상: 이레(마녀의 법정)
▲ 남자 청소년연기상: 정준원(아버지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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