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영국의 경량 스포츠카를 찾아서

입력 2018-03-07 07:00   수정 2018-04-15 16:57


 -소규모 경량 스포츠카로 여전히 건재
 -기술 개발 속도에서 경쟁력 있어

 한국에선 낯설지만 영국에선 나름 탄탄한 입지를 다진 소규모 자동차회사가 '로터스'다. 1952년 '콜린 챕만'이 설립해 가볍고 작은 차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빠른 달리기를 위해 엔진 배기량을 키우기보다 경량화에 집중, 지금도 '작고 가볍지만 매우 빠른 차'를 만드는 회사로 인식돼 있다. 과거 기아자동차가 판매했던 '엘란'도 로터스 제품 가운데 하나였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여전히 F1팀도 운영하고 있다.
 

 1957년 로터스가 첫 제품인 로터스7 시리즈1을 내놓자 영국 내 반응은 뜨거웠다. 이어 1960년, 1968년, 1970년 로터스는 연이어 로터스7 시리즈2, 시리즈3, 시리즈4를 내놓으며 규모를 키워 나갔다. 이 과정에서 로터스7의 최대 판매사였던 캐터햄 창업자 '그램 니언'은 1973년 챕만으로부터 로터스7의 디자인과 생산권을 사들였다. 이후 챕만은 제품 개발만 맡되 저작권을 가진 캐터햄이 생산과 판매를 책임지는 구조를 형성했다. 

 시리즈4는 캐터햄의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자 1974년 주력차종을 시리즈3로 대체했고, 독자노선을 걷기 위해 '세븐카즈(7Cars)'라는 또 다른 회사를 설립해 20대의 경량 스포츠카를 만들었다. 1,557㏄ 포드제 로터스 트윈 캠샤프트 엔진을 얹었으나 무게가 가벼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물론 20대 가운데 7번째 차는 알파로메오로부터 공급받은 1,962㏄ 엔진을 탑재하고 자동차경주에 투입하기도 했다.
  

 이즈음 등장한 인물이 자동차경주 마니아이자 엔지니어였던 '크리스 스미스'다. 그는 캐터햄이 로터스 제품권을 확보하자 1982년 자신 또한 레이싱 기술을 접목한 차를 개발하기 위해 '웨스트필드스포츠카'라는 회사를 세우고 첫 제품으로 X1을 내놨다. 이를 본 캐터햄은 디자인 침해라며 소송을 걸었고, 스미스는 일부 디자인을 바꾼 뒤 유리섬유 차체를 넣어 키트(Kit) 형태로 판매했다. 이후 웨스트필드스포츠카와 캐터햄은 이른바 경량 스포츠카의 키트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외형상 비슷하지만 웨스트필드는 로터스가 본질적으로 추구했던 소재 경량화에 집중했다. 이미 로터스가 엘리제, 엘란 등에 사용한 유리섬유를 적극 쓴 반면 캐터햄은 경량화 소재로 알루미늄을 선호한 게 차이점이다. 웨스트필드는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 후륜 독립현가장치를 별도로 만드는 데 성공해 많은 자동차회사가 이를 채택하기도 했다.  

 최근 웨스트필드는 마쓰다로부터 MX5 미아타의 부품을 키트 형태로 공급받아 자신들만의 제품을 제작, 판매중이다. 혼다 S2000의 파워트레인을 활용한 메가 S2000도 키트 및 완성차로 만든다. 매년 평균 450대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과거 XTR2는 BBC 톱기어 프로그램에서 슈퍼카로 유명한 파가니 존다보다 빠른 성능을 보여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웨스트필드는 '포텐자스포츠카'로 편입됐다. 포텐자스포츠카는 특허 전문기업인 포텐자가 영국 내 몇몇 소규모 자동차회사를 인수, 통합한 회사다. 포텐자는 1967년 영국 킹스윈포드 지역에 '버나드 콕스'가 설립한 GTM(Grand Touring Mini)도 2007년 사들여 포텐자스포츠 산하에 두고 있다. 


 출발은 소규모 경량 자동차였지만 웨스트필드의 도전은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거대 자동차회사도 쉽지 않은 무인 자율주행차시장에 도전해 나름의 성공을 이뤄가고 있어서다. 지난 2014년 영국 정부는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운영할 무인 자율주행차 컨소시엄을 선정했고, 여기서 연구 개발을 맡은 곳이 바로 웨스트필드다. 이른바 '울트라 팟' 프로젝트의 기술 요람이 웨스트필드였다. 현재까지 300만㎞를 운행하는 동안 한 건의 사고도 없었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프랭크 터너 웨스트필드스포츠카 회장은 "자율주행의 기술력은 회사 규모가 크다고 잘 하는 게 아니다"며 "우리가 이미 입증했다"고 언론을 통해 강조했다.

 오랜 시간 작고 빠른 차를 만들어 온 덕분에 무인 자율주행차 또한 개발의 핵심은 덩치보다 깊이에 무게를 두는 셈이다. 

런던=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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