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는리뷰] ‘머니백’, 할리우드 키드가 이경영을 만났을 때

입력 2018-04-14 08:00   수정 2018-04-19 03:26


[김영재 기자] 4월12일 ‘머니백’이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머니백’은?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2.9/5)

4월6일 CJ CGV 측은 11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1000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139개 극장과 1031개 스크린을 보유한 국내 1위 멀티플렉스 업체의 가격 인상이다. 이로써 주말 극장을 찾은 관객은 최소 1만 1000원을 내고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 CJ CGV 관계자는 지난 7년간의 물가 상승률과 관람료 상승률을 비교하며 정당화를 꾀했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배춧잎’ 한 장만으론 영화를 못 보는 시대. 어느새 영화는 비싼 취미 중 하나가 됐다.

비싼 취미답게 최근 한국 상업 영화 제작비 상승폭도 가파르다. 2016년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총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영화는 총 14편이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의 경우 ‘남한산성’은 순제작비 155억 원, ‘강철비’는 순제작비 127억 원이 사용됐다. 블록버스터만 대형 자본을 운용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 최민식의 드라마에 집중한 ‘침묵’은 순제작비 63.9억 원이 사용됐다.

이 가운데 영화 ‘머니백(감독 허준형)’은 순제작비 18억 원이 사용된 비교적 소규모 상업 영화다. 군데군데 느껴지는 작품의 투박한 면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영화의 규모와 재미의 상관 관계는 누구도 풀 수 없는 함수다. 작은 규모의 영화가 작은 재미만을 보장한다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테다. 마침 ‘머니백’은 후자를 충분히 의식한 한국식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다. 허준형 감독은 등장은 마치 2018년 ‘할리우드 키드’의 탄생을 보는 듯하다.

민재(김무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다. 취업 전부터 이미 빚을 한 아름 안고 있는 그는 보증금까지 털어가며 어머니 수술비를 마련한다. 하지만 그 돈은 민재 돈이 아니다. 사채업자 백사장(임원희)과 양아치(김민교)의 돈이다. 결국 자살을 결심한 민재의 앞에 권총 한 자루가 배달된다. 얼떨결에 세상 가장 확실하고 폭력적인 도구를 손에 넣은 민재. 바다와 이야기가 있는 그곳으로 총구를 향하자 민재는 돈 가방의 주인이 된다.

‘머니백’에는 총 일곱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민재, 최형사(박희순), 킬러박(이경영), 문의원(전광렬), 백사장, 택배 기사(오정세), 양아치가 그들. 서로 각자의 이익을 쫓다가 종국에는 한 데 뭉친다는 점이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유사하다.

혹자는 ‘머니백’에서 ‘저수지의 개들’이 보인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영국의 타란티노’였던 가이 리치 감독의 데뷔작이 더 짙게 풍긴다. 열화(劣化)와 한국식의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등장인물의 집합,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마약(록)과 돈(스탁) 그리고 총(배럴), 끝난 줄 알았지만 끝나지 않은 마지막 전개가 이를 뒷받침한다. 배우 김무열은 인터뷰에서 “블랙 코미디, 하이스트 필름, 케이퍼 무비의 전통적 방식을 많이 갖다 쓴 작품”이라고 ‘머니백’을 소개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상영 년도는 1998년이다. 딱 20년 전 영화인 셈. 20년 전에는 ‘할리우드 키드’라는 명칭이 자연스러웠고 또 멋스러웠다. 더불어 얼마나 할리우드와 비슷하게 만드느냐가 영화인의 지상 과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 관람료 1만 1000원 시대다. 할리우드의 높은 완성도는 물론, 충무로만의 차별점이 절실한 때다.

‘할리우드 키드’ 혹은 ‘브리티시 키드’ 허준형 감독의 선택은 현실 반영과, 코미디다. 일곱은 각자 나름의 애환을 지니고 있다. 민재는 ‘취준생’의 애환을, 최형사는 비(非)경찰대 출신 형사의 애환을, 킬러박은 이제는 왕년이 된 킬러의 애환을, 백사장은 권력에게 상납금을 바치는 애환을, 택배 기사는 손님에게 ‘갑질’ 당하는 을의 애환을.

특히 택배 기사가 택배비를 못 내겠다는 손님에게 수모 당하는 신은 왜 돈이 대한민국에게 총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됐는지를 가장 극렬하게 보여준다. 또한, ‘일자리 창출 전도사’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한우리당 문의원은 과거 집권 여당의 뉘앙스를 풍기며 세태 반영과 정치 풍자는 한 몸이라는 사실을 슬쩍 상기시킨다.

수다, 현란한 카메라 기교, 귀를 이끄는 OST 등이 없는 빈자리는 코미디의 몫이다. 사실 지나친 코미디가 ‘머니백’을 가볍게 만든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킬러박 캐릭터는 아마 2018년 캐릭터 열전을 기획한다면 그중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할 역대급 캐릭터다. 이경영은 언론시사회에서 “킬러박 역할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내 필모그래피 중 유일하게 귀여운 정말 사랑스러운 역할”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국제적 명성을 갖고 있던 킬러라고 꼭 적어 달라”라는 말로 모두를 박장대소하게 했다. 주인공은 민재다. 그렇지만 관객에게는 킬러박의 “굿바이 문”이 가장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가이 리치는 135만 달러의 제작비로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만들었다. 6년 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120만 달러 제작비로 ‘저수지의 개들’을 만들었다. 돈과 마약을 다루는 재기발랄한 영화는 왜 모두 ‘짠내’ 나는 저예산으로 제작됐을까. 취재진 한정 여성 관객보다 남성 관객에게 더 호응도가 높다는 ‘머니백’. 하나의 장르로 굳어진 전개가 흥행의 디딤돌이 될지 아닐지 궁금하다. 4월12일 개봉. 15세 관람가.(사진제공: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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