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장주연 작가의 Driving in Movie-1 '매드맥스'

입력 2019-03-08 12:21  


 -디스토피아의 세계, 그래도 희망을 향한 미친 질주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핵전쟁이 벌어지고 인류는 멸망했다. 황폐한 불모지가 돼버린 22세기 디스토피아의 세계. 물과 기름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의 노예가 된다. 주인공 맥스(톰 하디)는 아내와 딸을 잃고 자신마저 악당들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그러던 중 폭정에 반발해 목적지 방향을 튼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를 만나 임모탄의 아이를 낳을 여인들까지 구출해 젖과 꿀이 흐르는 푸른 땅 동쪽을 향해 질주한다. 

 조지 밀러 감독이 70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만든 2015년 개봉작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불과 40만 달러 제작비로 1억 달러를 벌어들인 1편은 '제작비에 비해 가장 큰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시리즈 전편을 성공시킨 멜 깁슨이 을 톰 하디로 바뀌었지만 역시 흥행 계보를 잇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희망 없는 세상 미친 놈만 살아 남는다'는 부제에 담겨있듯 악당들이 지배하는 희망 없는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미친놈이 되거나 적어도 미친 척이라도 해야 한다. 인간의 생존 본능은 더 뜨거워지고 전투는 보다 냉혹하게 사막의 열기를 끌어올린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클라이막스다. 영화에 탑승하기 전에 멀미약이라도 먹어야 할 지 모를 끝없는 질주와 추격전, 대사 하나 없이 이어지는 영상만으로도 지루할 새 없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의 가치는 화려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메시지를 숨겨 놓았다. 멸망한 지구도 결국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 전사적인 이미지 이면에는 맥도 퓨리오사도 저 마다 고독과 고뇌, 그리움 등 복잡한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그저 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악의 세력에 세뇌되고 결합했던 사람은 배신과 죽음의 고비를 수차례 넘기고 나서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깨닫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찾아 떠난 동쪽도 이미 까마귀만 살아가는 버려진 땅이 됐다. 그들이 찾아 떠난 집이자 고향, 유토피아와 같은 세계는 현실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미래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인간이 지켜야 할 희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애써 말해야 할 의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다만, 핵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은 인간의 본성, 독재와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며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충분히 희망적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야 할 희망이 있는 곳이 어딘지 묻는 질문에, 우리 스스로에게서 답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닌지...

 "영차"와 함께 보는 영화 속 자동차

 영화를 즐기고 평가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한 자동차들의 등장이다. 아포칼립스를 극복한 자동차들의 역할은 종교적인 해석까지 더해져 배우 못지않게 비중이 크다. 더욱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지는 무려 18종 150대에 달하는 자동차와 액션신들이 실물 자동차와 실제 배우들의 액션으로 완성됐다.

 조지 밀러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 콜린 깁슨이 영화를 위해 모두 맞춤형으로 자동차를 제작했는데, 촬영지인 나미비아 불사의 사막 한복판에서 몇 개월을 버텨내며 이 작업을 해냈다. 스토리와 각 차의 역할을 맞추기 위해 차 한 대 한 대, 설계부터 개조까지 매우 세심하게 맞춤형 제작을 했다고 한다. 카체이싱 액션의 강렬하고 디테일한 장면들이 스크린으로 보기에는 아름다웠지만 사막지형에서 과열되는 현장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을 듯. 그렇게 공정을 들인 자동차들은 최고의 출력과 강력한 성능을 가진 살상 무기 그 자체다. 

 주인공 맥스의 생존 질주와 함께하는 차는 요격기라는 뜻을 가진 '인터셉터(Interceptor)'. 오리지널 머슬카 '인터셉터'는 1974년형 포드 XB 팔콘 쿠페가 원형이다. 흥미로운 것은 포드 팔콘 XB는 매드맥스 1편부터 등장하며 각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변화가 있다. 보닛 위 불쑥 치솟은 슈퍼차저는 강한 차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임모탄이 탄 차는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독재자의 절대적인 힘을 상징하는 '기가 호스(Giga-Horse)'. 1959년형 캐딜락 데빌 한 쌍을 결합해 차 한 대를 자르고 넓힌 후 그 위에 다른 한대를 얹어 몸집을 키웠다. 거대한 괴물 같은 외형에 운전대에는 임모탄의 상징인 해골과 불타는 링을 둘러 절대 권력자의 위용을 과시하는 차다. 

 캐딜락 드빌은 1945년 최고급 트림인 쿠페 드빌로 시작해 1955년 4도어 세단인 드빌이 추가됐다. 그리고 1959년 '드빌'이라는 차명이 독립. 그러니까 임모탄이 탄 캐달락 드빌은 첫해 차종이 결합된 것이다. 감독이 왜 굳이 1959년형을 상징적으로 썼을까. 당연히 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V8엔진, 325마력을 발휘하는 이 차는 전쟁 이후 미국의 대호황기를 반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당시 드빌의 전투기 같은 이미지를 주는 디자인은 혁신적인 자동차 디자인으로 유명한 '할리 얼'의 작품으로 '테일핀' 스타일링 개념의 시작을 알렸다. 결국 대호황이던 시대가 종말을 맞이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었는지...

 또 하나는 여전사 퓨리오사가 타는 '워 리그(War Rig)'. 체코슬로바키아 타트라와 쉐보레 플리마스터를 섞은 6륜구동의 18륜으로 폭주기관차처럼 분노의 도로를 질주하며 철통방어할 수 있는 전쟁기계.

 흥미로운 건 폭스바겐 비틀과 한스 레드빈카의 타트라를 결합시켜 만든 자동차인데, 한스 레드빈카는 187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생인 체코의 엔지니어로 타트라자동차에서 1945년까지 개발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나치에 협력했다고 감옥에 가고, 1954년 뭔헨에 와서 소형차를 개발하다 사망했는데, 한스 레드빈카를 유심히 본 사람은 히틀러. 히틀러가 포르쉐 박사에게 국민차 계획을 세우라고 했을 때 둘은 타트라를 모두 주목했다. 이후 히틀러가 생각한 국민차 비틀을 포르쉐 박사가 내놨는데, 그것이 타트라77. 히틀러는 자신의 역작처럼 여기는 비틀이 체코의 타트라를 베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타트라의 생산을 중단시켜버렸다. 그래서 비틀의 원조는 원래 체코다.

 장주연(방송작가)
 *현재 유튜브 방송 '봉만대 권용주의 영차', MBC라디오 표준FM '차카차카', KBS 1라디오 '시사夜'의 작가이자 자유기고가이다. 





 *이 영화는 '봉만대 권용주의 영차' 1편으로 방송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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