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미 동부시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란의 봉쇄에 맞서는 '역(逆) 봉쇄' 작업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이 통제해서 이란 석유 수출 경로를 차단하고 이란의 봉쇄작전을 무효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즉시 효력을 발휘하여, 세계 최강의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진입하거나 해협을 빠져나가려는 모든 선박을 봉쇄하는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해군에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한 모든 선박을 공해에서 찾아내 차단하라고 지시했다"며 "불법 통행료를 지불한 누구든 공해상에서 안전한 항해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지난 11일부터 12일 오전(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시간)까지 20여시간에 걸쳐 진행된 협상이 불발로 끝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은 잘 진행됐고 대부분 사항이 합의됐지만 유일하게 정말 중요한 사항인 핵은 그렇지 못했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언젠가는 우리는 '모든 선박의 출입을 허용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지만, 이란은 오직 자신들만 알고 있는 '어딘가에 지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마디로 이를 차단해왔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는 퇴역한 잭 키언 장군이 뉴욕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아이디어가 처음 나왔다면서 칼럼에서 "미 해군이 봉쇄망을 구축해 테헤란의 수출 생명줄을 끊을 수 있다"는 부분을 인용했다. 키언 장군은 또 "카르그 섬의 기반 시설을 보존하면서 물리적 통제권을 확보한다면 이란의 석유와 경제에 대한 숨통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러한 방식이 실제 얼마나 유효하게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는 이란이 해협에 설치한 기뢰를 파괴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나 평화로운 선박을 향해 발포하면 어떤 이란인은 완전히 날려버릴 것"이라고 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전날 구축함 두 척을 투입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면서 이란이 설치한 기뢰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는 곧 시작될 것이다. 다른 국가도 이 봉쇄에 관여할 것"이라며 "이란은 이러한 불법 갈취 행위로 이득을 얻는 것 허용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그들은 돈을 원한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 핵을 원한다"며 "게다가 적절한 시기에 우리는 완전히 군사공격이 준비되고 우리 군은 이란에 남은 작은 것들을 완전히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고의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는 전 세계 많은 사람과 국가의 불안과 혼란, 고통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란은 해군과 그들의 기뢰부설함 대부분이 파괴됐음에도 해상에 기뢰를 설치했다고 말한다. 그랬다 하더라도 어떤 선주가 위험을 감수하길 원하겠나"라며 "그들이 약속했듯이 이 공해를 빨리 개방하는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런 전망의 이유로 "그들에게는 카드가 없다"며 이란의 모든 군사력을 파괴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이란과의 2주간의 휴전 합의 이전 '이란 문명 전체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이 논란을 빚고 있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 위협에 대해 "나는 괜찮다"며 "그게 그들을 협상 테이블에 오게 했고, 떠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하루 만에 이란을 끝낼 수 있다. 한 시간만에 모든 에너지 시설, 발전소를 포함한 모든 시설을 끝낼 수도 있다"며 이란을 '석기 시대'로 되돌리겠다는 위협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의 해수 담수화 시설, 교량, 전력망, 일부 남은 미사일 제조 시설 등을 언급하면서 이들 시설이 잠재적 공격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 해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선 "(봉쇄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곧 시행될 것"이라며 "해협을 정리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곳(호르무즈)에 기뢰제거함을 배치했다. 최신형, 최첨단 수중 기뢰제거함이 지금 투입돼 있지만 우리는 더 전통적인 기뢰제거함을 더 투입하고 있다"며 "내가 알기로 영국과 몇몇 다른 국가들이 기뢰제거함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이 설치한 기뢰들을 제거하기 위해 투입한 미국의 최신예 구축함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을 언급하면서 "누구도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93%의 석유를, 한국은 45%의 석유를 그곳에서 갖고 온다"며 "그런데 이들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 두곳에 각각 4만5000명과 5만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미군 숫자는 부풀려진 것으로 특별한 근거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에너지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그러길 바란다"며 "비슷하거나 어쩌면 조금 더 높을 수도 있지만 대략 (전쟁 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전쟁 물자를 보내는 국가들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 중국을 지칭하는 것이냐는 질의엔 "그렇다. 다른 국가도 포함되지만 만약 중국이 그런 행위를 했다고 확인되면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선 "협상이 막판으로 가면서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들이 핵 야망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우리가 필요로 한 모든 사항을 다 얻어냈다.
솔직히 내게는 그것(핵)이 단연코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다"며 협상 결렬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해상 봉쇄를 시도하면 강력한 군사적 보복을 하겠다고 맞받았다.혁명수비대 매체인 세파뉴스에 따르면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은 이란 군 당국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그들을 집어삼킬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혁명수비대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해상 위 선박들을 조준경의 십자선과 함께 담은 영상을 함께 게시하며 실질적인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미국 및 동맹국 선박이 해협을 통과할 경우 언제든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위협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미국과 공정한 합의에 도달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미국의 이중잣대와 패권적 태도"라고 말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미국과 협상 상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은 역내 지속적인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는 균형 잡히고 공정한 합의에 도달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며 "미국이 국제법의 틀을 준수한다면 합의 도달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호응하고 조력을 약속했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전날부터 21시간 동안 종전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도 이날 성명을 내고 "푸틴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최근 중동의 상황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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