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생충’을 향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자세

입력 2019-06-19 12:10   수정 2019-06-19 14:26


[임현주 기자]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가족희비극 ‘기생충’을 말하다.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2019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 ‘기세가 중요하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송강호와 봉준호의 만남만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의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개봉한 지 5일 만에 손익분기점(370만)을 일찌감치 넘기더니 곧 850만 명이 눈앞이다.

영화를 향한 후끈한 기세는 전 세계로 퍼져 6월5일 프랑스에서 개봉을 시작으로 금일(19일) 스위스에서 세 번째로 개봉할 예정이다. 이후 7월부터 12월까지 독일, 러시아, 스페인, 헝가리 등 수많은 국가들이 개봉 일을 확정짓고 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개봉을 하루 앞둔 5월2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를 만났다. 봉준호 감독의 내려올 줄 모르는 입꼬리와 송강호의 붉게 달아오른 볼이 그들의 기분을 말해줬다. 화창했던 5월의 날씨만큼 분위기도 기분도 흥이 넘쳤던 날,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 만난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Q. 칸에서 먼저 영화를 시사했다.

송강호: 칸에서는 이정은 씨가 계단에서 떨어질 때 박수가 나왔다. 한국에서 언론시사회 때는 걱정 어린 반응을 보이더라. 카타르시스를 느끼셨던 걸까.(웃음) 같은 장면인데도 다른 반응을 해주시니 재밌더라.

봉준호 감독: 외국에서 영화를 첫 공개하게 돼 한국 관객들과 언론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초청받은 상황은 물론 좋았다. 외국에서 먼저 틀었지만 외국 분들이 100%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한국적인 뉘앙스가 강한 영화기 때문에 배우들의 말의 맛을 캐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Q. 수상 후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 배우를 향한 퍼포먼스가 화제였다. 이어 온라인상에서 송강호 씨가 단역 배우시절 조감독이었던 봉준호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에피소드까지 관심을 받고 있다.

송강호: 봉준호 감독이 수상당시 깜짝 퍼포먼스까지 하지 않았나. 내 입장에서 너무 감동적이었다.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지나갔을 때가 그때였던 것 같다. 내가 봉감독한테 해준 것도 없는데. 더 잘할 걸 뭐 이런 생각도 들고.(웃음) 만감이 교차되더라. 밥 한 번 더 사고 술 한 번 더 살걸. 빈말이 아니라 정말 너무 감사했다. ‘페르소나’ 그러는데 내가 과연 봉준호라는 거대한 예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얼굴인가, 표현을 잘 했나 반성이 되기도 하고 과분하더라.   

봉준호 감독: 수상소감처럼 다 강호 형님 덕분이다. 수상 후 술 한잔 하면서 정말 뜨거운 밤이었다. 다들 너무 기뻐하고 축하하느라 정신없었다. 틸다 스윈튼도 소식 듣고 바로 영상통화 와서 축하해주고. 술 먹은 건 기억이 나는데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웃음)  


Q.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면 ‘기생충’의 또 다른 주인공은 집이다. 특히 계단을 이용한 동선이 돋보인다.

봉준호 감독: 계단이 정말 중요했다. 재미 삼아 연출부 안에서 각자 좋아하는 계단신이 들어간 영화 콘테스트도 하고.(웃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동선이 다 짜여져있었다. 이 영화는 계속 감추고, 엿듣고, 엿보지 않나. 그러려면 특정 구조가 필요하다. 미술 감독님이 저의 요구를 100% 들어줬다. 고생 많이 해주셨다.  

Q. 반지하 집구조가 리얼했다. 그 반지하에 사는 기택의 피부색마저도 사실적이었다.

송강호: 홍수가 나고 체육관에 들어간 기택을 보면 피부색이 반지하 인생의 처절함을 보여준다. 그 더러운 물에 오염된 피부가. 물론 연출한 것이다. 아티스트들의 유능한 노력이다. 기택을 연체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중년 남자의 다사다난한 인생이라는 게 참 너무나 열심히 살았을 것 같더라. 인생을 소비하지 않고 가장으로서 목숨 걸고 살지만 환경이라는 것이 녹록치 않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살아가야하고 그러다보니까 기택이라는 인물이 연체동물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지 않나. 늘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서 기택답게 유연하게 변하는 인물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

봉준호 감독: 촬영자체가 이곳이 반지하라는 것을 웅변하듯 이뤄진다. 반지하 장소 자체가 굉장히 묘하지 않나? 빈부의 차이는 공간의 차이와 빛의 차이로 구성했다. 특히 햇볕이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였다. 박사장네 집은 햇볕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오픈 세트로 촬영을 많이 했다. 실제 자연광을 이용하기도 했고. 기택이네를 찍을 땐 알아보니까 반지하용 반사 미러를 파는 업체도 있더라. 그것을 이용했다. 


Q.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나? 애드리브로 한 장면도 있나?

송강호: 밀도있는 감독 밑에서 연기를 하다보니까 역시 내가 봐도 좋았던 장면들이 많았다. 애드리브는 전혀 없었다. 아 딱 한 장면이 있긴 하다.(웃음) 박사장 차를 처음 운전할 때 코너링을 돌면서 ‘이런 게 쉬워보여도’ 하면서 약간의 허세를 부리는 대사는 애드리브다. 

봉준호 감독: 평범한 대사에도 성적 텐션 조금씩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속닥속닥하기도 하고 박서준 씨가 조여정 씨를 설명할 때 그 대사도 그렇고. 사적인 영역을 카메라로 가까이해서 보게 되는 영화다. 영화 자체가 타인의 사생활을 목격하는 느낌이 있다. 특히 여정 씨한테 부탁한 부분이 있는데 워낙 센스가 탁월하셔서 그 다음부터는 말을 안 해도 알아서 하시더라. 여정 씨만의 톤과 템포, 패턴이 서로 재밌어 했다.

Q. 시사회 때 ‘기생충’은 인간에 대한 존엄과 예의를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송강호: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 때보다 몸무게가 두 배가 됐다.(웃음) 몸무게 말고는 20년 전 모습과 비슷하다.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은 변함없이 집요하고, 결코 그 따뜻함을 아무리 차갑게 이야기해도 온기는 변하지 않는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사나 개인적으로나 굉장히 어느 정점에 올라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이 해왔던 리얼리즘 세계의 진화일 수도 있고, 그런 지점에서 자긍심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도 사실이다. 

봉준호 감독: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설국열차’에서 연장되는 테마다. ‘설국열차’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생충’은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라는 점.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냄새를 이야기한다는 게 참 무례한 것 아니냐. 사람간의 예의가 중요한 영화다.(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