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땐 "가족도 검증대상", 이젠 "결격사유 아냐"…내로남불 민주당

입력 2019-08-21 17:43   수정 2019-08-22 01:44


여권이 ‘조국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그의 가족을 둘러싸고 잇따라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적극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조 후보자 딸의 대학 진학 문제와 관련해선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위법 사항은 없었다”며 “가족 신상털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 시절 더불어민주당 역시 가족 문제를 집중 부각해 장관 후보자들을 낙마시켰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중 국적 “군대 가면 문제 없다”

송기헌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조 후보자 딸이 대학 입학 때 해당 논문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자기소개서에 ‘인턴십 과정을 거쳐 논문 저자가 됐다’는 내용을 적은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 딸은 외국어고 재학 중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를 통해 대입에서 특혜를 봤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철희 의원은 “(국민들) 기분은 나쁠 수 있지만 장관으로서 결격사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은 “(관련 의혹들이) 공직 검증의 조건으로 보기엔 무리”라고 했다. 조 후보자 아들의 이중 국적 문제에 대해서도 “군대를 가기로 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 시절 가족 관련 의혹을 통해 후보자를 여러 명 낙마시켰다. 군대를 가지 않은 후보자 자녀의 이중 국적 문제가 대표적이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남주홍 후보자는 자녀들이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며 호된 질책을 당했다. 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은 “대학을 졸업한 아들의 군 회피 의혹이 있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3월 17일 입대를 앞두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은 이어졌다.

현재 민주당은 “학업을 마치고 군대를 가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조 후보자의 아들은 미국에서 유학하며 다섯 차례 입영을 연기한 상태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한 방송에서 “2년 전 외국국적불이행 확인서를 제출했고 입영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국적불이행 확인서를 내고 병역 등을 해결할 경우 복수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홀어머니 왜 안 도왔냐” 비판도

자녀의 인턴 또는 학업 문제도 야당 시절 민주당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정책 능력을 검증하기보다는 가족 신상털기에 가까웠다. 2016년 8월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이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의 자녀가 2014년과 2015년 각각 YG엔터테인먼트와 현대캐피탈에서 인턴 근무를 할 당시 대학졸업자를 뽑는다는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특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대학생도 지원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답했다. 실제 위법 사항은 없었다. 2010년 8월 신재민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채무 부담이 있던 홀어머니를 모시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질타를 받았다.

이번 ‘청문 정국’에서 민주당은 가족에 대한 비방은 자제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청문회는 조 후보자의 사법개혁 의지와 비전을 검증하는 자리지, 가족 신상털기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자진 사퇴 목소리

민주당에선 청문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내 지도부를 지낸 한 중진의원은 “이번 기회에 정책 검증은 공개, 후보자의 사생활을 다룰 때는 청문회를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2월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권 내 기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교육 문제는 국민들의 역린”이라며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해명을 내놓으면 결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 중진의원은 “특히 딸 진학 문제는 총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자진 사퇴를 하거나 조 후보자가 짐을 내려 놓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김우섭/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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