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당신은 집에서 행복한가…삶을 바꾸는 '공간의 힘'

입력 2019-08-22 17:45   수정 2019-08-23 00:51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한 저층 주택 단지의 앞마당은 두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나무와 풀이 울창한 녹색 뜰 공간과 콘크리트로 포장된 회색 공간이다. 각 주택의 건물 디자인은 거의 같고, 거주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도 비슷하다. 하지만 집 앞에 어떤 뜰이 있는지에 따라 주민들의 삶은 달라졌다. 녹색 뜰을 바라보는 주민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에 더 강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에도 능숙하게 대처했다. 미국 건축평론가이자 전 하버드대 건축학 교수인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은 이에 대해 “자연과 가까운 공간에 있을수록 인간의 인지 기능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평소 자연과 함께 생활하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주장이다. 시카고에서뿐만 아니라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등 주거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골드헤이건은 저서 <공간 혁명>을 통해 ‘신경건축학’적 관점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일상을 바꾸는 공간의 힘을 소개한다. 신경건축학은 공간과 건축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건축을 탐색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공간을 보는 방식에 따라 정서적 행복감, 신체적 건강 등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많은 공간 중에서도 집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집은 피난처 이상의 기능을 제공하며, 온 가족 구성원을 물리적·심리적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사람들은 이런 경험이 쌓이는 깊은 애착을 느낀다. 심리학자들이 ‘장소 애착’이라 부르는 현상이다. 장소 애착은 정체성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집은 물론 주변 건물, 조경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시의원, 부동산 개발업자, 건축업자, 디자이너 등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긴다. 자신이 건축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 저자는 “특정 자극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어나면 여러 선택지가 주어지더라도 익숙한 자극을 선택한다”며 “무한 반복되는 건축 환경적 타성에서 벗어나 우리의 공간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다양한 공간 변화를 추천한다. 자연을 변화의 도구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빛, 날씨, 기온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디자인하면 실제로는 변화하지 않는 장소를 마치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클리퍼드 스틸 미술관’은 갈퀴와 비슷하게 생긴 ‘코듀로이’ 콘크리트 벽을 활용했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벽의 모습도 계속해서 변한다.

사회적으로 작은 변화들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때 연중 가장 해가 짧은 동지에도 직사광선이 최소 세 시간 이상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좋든 나쁘든 공간은 우리의 일상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 모든 건축 환경은 우리 세대를 넘어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이 세상에 좀 더 나은 건축 환경을 유산으로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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