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깨진 홍콩 평화시위…시위대 쇠파이프에 경찰은 경고사격

입력 2019-08-25 13:40   수정 2019-09-24 00:31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홍콩 시위가 10여 일 만에 다시 폭력 양상을 보였다. 시위대는 화염병과 벽돌을 꺼내들었고, 경찰은 물대포, 최루탄 등으로 진압에 나섰다. 전날 시위에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오는 31일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중국 정부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25일 시위대와 대치한 상황에서 실탄을 공중에 발사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는 홍콩 췬안 지역의 점포를 파손하던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들에게 시위대가 쇠막대기를 휘두르며 저항하자, 한 경찰관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권총을 발사한 것이었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민 수천 명이 전날 쿤퉁지역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폐지와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행진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는 길가에 세워진 ‘스마트 가로등’ 밑동을 전기톱으로 절단해 넘어뜨리며 환호했다. 이들은 가로등에 달린 감시카메라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성조기를 흔들었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은 시위대가 행진 끝에 도착한 응아우아우콕 경찰서 바깥에서 일어났다. 시위대 수백 명이 대나무 장대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거나 벽돌과 화염병 등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총, 후추 스프레이 등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홍콩 시위 진압에 최루탄이 다시 등장한 것은 10여 일 만이다. 이번 충돌로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10명이 부상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에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소용이 없어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홍콩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이날 오전 정부청사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공개 토론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며 거부당했다는 소식이 시위대를 좌절하게 했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철로유한공사(MTR)는 이날 예고한 대로 시위 장소 부근의 지하철 운행을 중단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이 역사를 제때 폐쇄하지 않아 시위대가 달아나도록 도왔다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MTR은 앞서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일부 시위대의 과격 행위를 막기 위해 홍콩 법원으로부터 임시명령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임시명령은 지하철 역사와 열차, 홍콩과 중국 본토를 잇는 고속철 역인 웨스트카오룽역 등의 이용을 불법적·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홍콩 시위에 성조기가 등장한 것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에 개입할 명분만 줄 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WSJ는 홍콩 시위대 중 일부가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맏형’인 미국이 시위에 지지 의사를 표해줄 것을 바라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일부 시위대는 미국이 홍콩 시위를 적극 지지하면 중국 정부가 홍콩에 무력을 투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 대부분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WSJ는 전했다.

홍콩 입법회 전 의원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네이선 로는 “시위에서 성조기가 등장하는 것은 중국에 개입 명분을 줄 뿐 아니라 미국이 홍콩 시위의 배후라는 중국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 국회의원인 램척팅도 “일부 시위대가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나오는 것은 단지 중국 정부를 모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홍콩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재야단체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31일 오후 3시부터 도심인 채터가든에서 대규모 시위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은 중국 정부가 홍콩 행정장관의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시위 양상에 따라 홍콩 시위가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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