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도 매매처럼 신고 의무화 추진…임대소득 들여다본다

입력 2019-08-26 10:54   수정 2019-08-26 10:55


그동안 깜깜이에 가깝던 전월세 거래에 대해서 신고를 의무화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있던 임대소득 과세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임대인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전월세 실거래 신고 의무화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사전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월세도 매매계약처럼 거래 신고

26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임대차 신고 의무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추진해온 국토교통부와 논의를 거쳐 마련된 법안이다.

부동산 매매계약의 경우 2006년부터 실거래 신고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임대차계약은 별도 신고 의무가 없다. 확정일자 신고나 월세 소득공제 신청, 등록임대사업자의 신고 현황 등을 통해서만 임대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감정원이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통해 전월세 거래를 신고하지 않은 임대주택을 분석한 결과 전체 임대 추정 주택 673만 가구 가운데 임대현황 파악이 가능한 주택은 153만 가구(22.8%)에 그쳤다. 그나마 서울은 118만 가구 가운데 41.7%(49만 가구)의 임대료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지방은 478만 가구 가운데 20.8%(99만 가구)에 그쳤다.

개정안은 앞으로 주택 임대차계약을 할 때 30일 안에 보증금과 임대료, 임대기간 등의 사항을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하도록 명시했다. 보증금이나 월세 가격이 바뀔 때도 신고해야 한다. 이를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를 할 경우 각각 100만원과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전월세 거래가 신고되면 확정일자는 자동으로 부여된다. 임차인이 우선변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동사무소에서 따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보증금 보호가 가능해진 셈이다. 다만 오피스텔과 고시원 등 비주택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체적인 임대차 계약 신고 지역과 신고 대상 보증금 규모 등 세부 사항도 시행령으로 위임했다. 안호영 의원은 "서울·세종 등 일부 대도시에서 일정 보증금 이상의 거래에 대해 시범적으로 신고 의무화를 시행하고 시행 경과와 효과 등을 분석해 추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법안이 올해 말께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2021년부터 신고제가 시행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공포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첫 계약이 체결되는 주택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어 신고 지역 등 세부 시행 방식을 확정할 방침이다.

◆임대소득 과세 현실화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대차 계약 현황이 실시간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전월세 거래가 투명화되는 효과가 있다. 앞서 정부는 2006년 부동산 실거래신고 제도를 도입하면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부과에서 실거래가 기반 과세 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전월세 거래도 실거래 정보를 확보한다면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주택 임대소득 과세 현실화가 가능해진다.

내년부터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가 끝나고 분리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과세 환경이 무르익었다는 판단도 나온다. 신방수 세무법인 정상 세무사는 "분리과세도 정확한 전월세 거래명세가 없다면 미신고자에 대해 추정 임대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며 "전월세 신고제 도입으로 임대료가 파악될 경우 과세당국은 손쉽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고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입 의지를 꺾는 압박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매매계약과 달리 임대차 계약은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임대 가구수가 많은 다가구나 원룸 소유주들은 잦은 임대차 신고로 큰 불편마저 우려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임대인의 보유세 부담이 커진 가운데 임대소득세까지 부과되면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단기간에 급증하게 된다"며 "그동안 주택임대로 노후 생활을 영위해온 은퇴자들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도입보단 단계적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임대보증금이 높은 지역이나 고가 임대주택 등에 먼저 적용하는 방법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급격한 제도 변화는 신고 주체의 저항과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면서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단계적으로 시행하되 임대소득 과세에서 필요경비율을 상향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성실 신고를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신고제가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 청구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신고제를 사실상 주도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의원 시절이던 2016년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시행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전월세 상한제란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임차인이 원할 경우 임대차계약 갱신을 강제하는 게 골자다. 김 장관은 2017년 7월 취임 당시부터 "단계적으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추진하겠다"면서 "우선 전월세 등 주택 임대를 주택 거래 신고제처럼 투명하게 노출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이 의원시절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차 신고제의 종착역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라면서 "매매시장에서 2006년 실거래가 제도 도입으로 다운계약서가 감소하고 양도세 탈루가 줄어든 것처럼 신고제 도입은 임대시장 투명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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