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탈원전 '뒷감당'하다…7조 흑자 공기업, 1.6조 적자

입력 2019-09-02 17:44   수정 2020-11-06 18:06


‘문재인 케어’와 탈(脫)원전 정책이 전체 공기업 순이익 적자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기획재정부는 2일 발표한 ‘2019~2023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한국전력 국민건강보험공단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정부가 중점 관리하는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올해 실적을 추정한 결과, 1조6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관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만 해도 6조9000억원에 달했으나 작년 7000억원으로 10분의 1 토막이 났고 올해는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주요 공공기관의 당기순손실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다른 경영 지표도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0.8로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작년 479조원에서 498조9000억원으로 약 20조원 늘어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 여파로 건보 재정이 악화되고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공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건보공단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4000억원이었으나 작년 3조9000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올해는 적자 규모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17년 1조5000억원(연결 기준) 이익을 냈던 한국전력은 지난해 1조1000억원의 적자를 본 데 이어 올해도 1조2000억원 순손실이 예상됐다. 문재인 케어와 탈원전 정책은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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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핵심공약 총대 멘 공공기관…부채 5년새 107조 늘어날 듯

공공기관의 수익성 지표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였다. 2016년 14조8000억원에 달했던 한국전력 건강보험공단 등 39개 대형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이듬해 6조9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작년에는 7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급기야 올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1조6000억원)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

건강보험 보장 범위 확대, 탈(脫)원전, 일자리 창출 등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이들 공공기관이 동원된 탓이다. 재무 건전성을 갉아먹는 사업에 목돈을 쓰다 보니 빚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 공공기관이 부실해지면 결국 ‘나랏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안 그래도 위태로운 재정 건전성을 흔드는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퍼주기’에 멍드는 공공기관

정부가 관리하는 39개 핵심 공공기관을 적자의 늪으로 빠뜨린 주범은 ‘문재인 케어’와 탈원전이다. 2017년 4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건보공단은 올해 5조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서 과거 환자가 100% 내던 뇌·혈관 등 자기공명영상(MRI) 진료비와 2~3인실 입원비를 지원하는 등 건보 적용 대상을 대폭 늘린 여파다.

건보재정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건보 지출은 2017년 54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63조2000억원으로 8조3000억원 늘었다. 2017년 증가액(4조500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건 탈원전이었다. 2016년 4조2619억원의 순이익을 낸 한전은 △2017년 1조5068억원 △2018년 -1조952억원 △올해 1조2620억원(추정) 등으로 수익성이 급전직하했다. 유가 상승 탓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한전이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및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 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했다. 한전 부채 비율도 2017년 149.1%에서 올해 181.5%로 껑충 뛸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재무제표를 공개하는 26개 공공기관 중 14곳의 올해 순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철도공사(-4223억원) 한국광물자원공사(-5159억원) 한국석유공사(-2634억원) 대한석탄공사(-1026억원) 등은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됐다.

실적 개선 유인도 없는데…

기재부는 내년부터 공공기관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수익성 개선 필요성을 느끼는 공공기관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싹 바꾼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 때문이다. 기재부는 작년 실적을 평가할 때부터 수익성, 건전성 등 재무 지표보다 윤리경영,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등 ‘사회적 가치’에 훨씬 많은 배점을 주고 있다. 사회적 가치 비중은 50%가 넘는다.

그 덕분에 인천항만공사는 작년 영업이익이 20%(350억원→280억원)나 쪼그라들었는데도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A등급을 받았다. 반면 한국전력기술은 영업이익을 19.1%(181억원→215억원) 늘렸는데도 사회적 기여가 부족했던 탓에 D등급으로 떨어졌다. 한전은 최악의 실적에도 탈원전, 신규사원 채용, 정규직 전환, 한전공대 설립 등 정부 방침을 잘 따랐다는 이유로 B등급을 유지했다.

정부의 경영평가 결과는 각 기관의 인사 조치와 성과급 지급, 내년 예산에 반영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은 실적이 나빠지면 인건비를 줄이지만 공기업은 실적 악화로 떨어진 경영평가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사람을 더 뽑는다”며 “사실상 정부가 공공기관의 실적 악화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기업 적자가 지속되고 부채가 늘어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데 있다. 공기업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국가 재정으로 메워주거나 공공요금을 인상해주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에 포함하는 통계(D3·국가채무+비영리공공기관+비금융공기업)를 별도로 내고 있다. 지난해 479조원이던 39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2023년 586조원으로, 5년 만에 107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국가채무(D1)는 680조원에서 1061조원으로 확대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건전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공공요금과 세금 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상헌/서민준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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