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조국 살리려 "재벌 수사하라"는 여당

입력 2019-09-16 17:27   수정 2019-09-17 00:22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현장에서 파악한 추석 민심을 전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원내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한 야당 반발에 대해 “‘민생 먼저’가 국민의 명령이었다”며 “‘조국 블랙홀’을 넘고 정쟁의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곧바로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이) 조 장관에 대한 수사에서 피의사실 유포 등 쏟아진 의혹을 바라보며 ‘검찰의 정치’는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명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에 대한 어마어마한 수사만큼 공정질서를 교란하고 불법과 탈법을 자행한 모든 재벌 비리에 대해 검찰이 똑같이 엄격하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난데없는 재벌 언급에 야권에서는 “반(反)기업 정서에 기댄 조국 살리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제계는 이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고강도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와 올해 19차례에 걸쳐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은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단일 사건으로는 최다 기록인 10차례 압수수색을 받았고, 삼성 임직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100회 이상 검찰에 출석했다. 한진은 그룹 전체로 18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 원내대표가 주문한 ‘엄격한’ 수사는 이미 충분히 그 이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검찰의 법 집행이 경제 살리기에 역행하지 않도록 수사의 양을 줄이되, 경제를 살리는 데 보탬이 되는 사건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재벌 수사 촉구는 조 장관의 검찰 특수수사 축소 방침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특수부가 비대하다는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며 “특수부 인력이나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4부가 맡고 있다.

이 원내대표의 ‘검찰의 정치’ 발언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찰의 ‘조국 수사’에 대해 “적절하다”는 대답이 전체 응답자 중 52.4%로 “검찰 개혁을 막으려는 조직적 저항”이라는 응답(39.5%)을 뛰어넘었다. 그가 파악한 ‘민심’과 여론조사 기관에서 파악한 ‘민심’에 괴리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원내대표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성숙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하라는 것이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여당이 이제는 ‘조국 살리기’를 멈추고 ‘자신의 할 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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