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청주 범행 전까지 화성 살았다

입력 2019-09-19 16:25   수정 2019-09-20 00:42

33년 만에 찾아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모씨(56)가 화성 일대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3건의 사건 현장에서 그의 DNA가 나온 것과 함께 이씨가 이 사건의 진범일 정황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화성연쇄살인사건 후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잔혹하게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어나 30년간 화성 거주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의 본적은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다. 이곳에서 태어나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계속 살았다. 청주 이사 전까지 주소지를 몇 차례 바꾼 기록이 있지만 모두 지금의 화성시 일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사건의 1차 사건 피해자는 1986년 9월 15일, 마지막 10차 사건 피해자는 1991년 4월 3일 발견됐다. 이씨가 화성 지역에서 태어나 쭉 머물면서 23세부터 28세까지 범행을 저지른 뒤 30세 때 청주로 이사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는 청주로 이사한 지 9개월 만인 1994년 1월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1995년 10월 23일부터 24년째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수사본부가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인근 교정기관으로 그를 이감할 가능성도 있다. 이씨는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씨가 처제 강간살인으로 수사받을 당시 청주 경찰이 그가 청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살았던 화성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당시 화성사건 수사본부에서 “혹시 몰라 이씨를 한번 조사할 테니 화성으로 이씨를 데려와 달라”고 했지만, 청주 경찰은 처제 강간살인사건 수사를 이유로 “여기 수사가 우선이니 필요하면 직접 데려가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사건 수사본부에선 이씨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이씨가 화성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첫 사건 발생 이후 33년이 지나서야 용의자로 특정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이 추정한 범인의 혈액형이 이씨와 다른 것으로 나타나 수사 선상에서 제외됐을 수 있다. 당시 경찰은 4, 5, 9, 10차 사건 때 확보한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씨의 처제 강간살인사건 2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 그의 혈액형은 O형이다.


DNA로 잡은 3건, 남은 5건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씨를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는 사건은 10건의 살인사건 중 3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DNA가 10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3개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씨의 DNA는 5차, 7차, 9차 사건에서 채취한 용의자 DNA와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발생한 10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모방범죄 2건(8차, 10차)을 제외하면 8개 살인사건은 같은 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씨를 용의자로 특정할 DNA가 나온 사건은 3개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증거물을 추가로 받아 DNA를 검출하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같은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은 “1차 조사는 경찰과 용의자 간 라포르(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이뤄졌다”며 “각각의 많은 범죄사실이 있기 때문에 계속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0일 화성연쇄살인사건과 함께 국내 대표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 유골 발견 현장을 방문한다.

수원=윤상연/배태웅/이인혁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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