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中 현대미술 통해 들여다본 중국인 속마음

입력 2019-09-19 17:39   수정 2019-09-20 00:54

중국 현대미술가 팡리쥔의 ‘1996.4’란 작품에는 푸르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한 남성이 나온다. 민머리의 뒷모습만 드러내고 있어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바닷물에 비친 모습으로 추측하는 것도 어렵다. 상식대로라면 내가 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수면엔 내 앞모습이 비쳐야 한다. 그런데 이 작품엔 바닷물에 그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 보인다. 팡리쥔은 중국 정부가 시민들을 무력 진압했던 ‘톈안먼 사태’를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림 속 민머리 사내는 그 시민들을 상징한다. 바닷물에 비친 뒷모습은 억눌린 채 숨어야만 하는 상황과 이로 인한 고독감을 표현한 것이다.

한·중·일 임상미술치료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선현 차의과학대 미술치료학과 교수는 신간 <중심>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화가 30인의 작품을 통해 그 안에 깃든 중국인들의 세계관과 깊은 내면을 들여다본다.

책 제목 ‘중심’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중심은 ‘사물의 한가운데’ 또는 ‘확고한 주관이나 줏대’라는 뜻이다. 여기에 저자는 ‘중국인의 마음’이란 의미를 담았다. 중국 현대미술가들은 중국 미술의 전통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자신들의 독창적 시각으로 중국인들의 내면을 포착해왔다. 저자는 “중국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역사의 상처나 개인적 트라우마를 동시대인으로서 함께 느끼며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팝아트 창시자로 꼽히는 왕광이의 ‘북극의 결합’이란 그림에는 두 사람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눈, 코, 입, 귀가 없다. 팔도 왼쪽에 선 사람의 왼팔만 보인다. 오른쪽 사람의 양팔은 보이지 않는다. 발끝 사방에 쌓인 하얀 눈과 짙푸른 하늘빛, 두 사람의 곁에 있는 네발 동물까지 모든 것이 온전한데 인간만은 불완전하고 어색해 보인다. 어디로 갈지 몰라 위태롭고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두 사람은 꼭 붙어 서로 의지한 채 걸어간다. 고독하지만 곁에 누군가가 있기에 희망을 갖고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다. (자유의길, 336쪽, 2만25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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