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케미칼, 200억엔 사무라이본드 발행 잠정 중단

입력 2019-09-25 17:45   수정 2019-09-26 09:00

마켓인사이트 9월 25일 오후 3시45분

국내 간판 화학기업인 한화케미칼이 일본에서 사무라이본드(외국 기업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채권) 발행을 잠정 연기했다. 한·일 갈등 여파로 양국 간 금융 거래도 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다음달 말을 목표로 준비해온 200억엔(약 2200억원) 규모 사무라이본드 발행 계획을 백지화했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무역분쟁이 촉발된 뒤 한국기업이 일본에서 자금조달 하는 과정에서 ‘이상기류’가 발생한 첫 사례다. 이 회사는 오는 11월 말 만기 도래 예정인 200억엔어치 사무라이본드를 갚기 위해 올초부터 엔화채권 발행을 준비해왔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오랫동안 발행을 준비했지만 한·일 간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일본에서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오는 사무라이본드의 상환 자금은 달러화채권을 발행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작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면서 국내 기업의 엔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말까지 신한은행 KT 등 6개 기업이 사무라이본드 만기를 맞는다. 이들의 상환규모는 총 1725억엔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은 당장 12월 말 750억엔어치 만기가 돌아온다. 사무라이본드는 달러화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등 달러 조달 비용이 오를 때 국내 기업들의 대체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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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금융거래까지 '경색' 조짐…사무라이본드 1조원 차환 '비상'
한·일 무역갈등,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도 '불똥' 튀나


한화케미칼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포기하면서 한·일 무역분쟁 여파가 금융거래 경색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계 은행 서울지점 등 일본 금융회사 전반의 투자 회피로 확산되면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은 물론 금융 시스템까지 흔들 수 있어서다.


기업, 엔화자금 조달 막히나

사무라이본드는 한국 기업이 달러를 싸게 구할 수 있는 보완재 역할을 해왔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채권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치솟던 지난해 하반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부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현대캐피탈, KT 등 4개 기업이 총 2420억엔어치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한국석유공사(700억엔)와 대한항공(300억엔)도 발행 대열에 뛰어들어 올해 1~2월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악화로 사무라이본드 발행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기업들이 이 같은 이자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하는 사무라이본드 규모는 950억엔(약 1조600억원)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기업들이 달러를 비롯해 유로, 스위스프랑 채권으로 노선을 바꿔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시장 여건에 따라 더 많은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간 투자도 올스톱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두 나라 간 투자도 꽉 막혔다. 대체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한 자산운용사는 최근 일본 도쿄 도심 내 부동산 인수를 포기했다. 현지 전담 인력까지 둬가며 발굴한 멀티패밀리(고급 임대주택) 매물이었다. 주요 출자자인 국내 연기금이 투자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교직원공제회는 일본의 종합상사 마루베니가 설립한 일본 자산운용사의 글로벌 인프라 펀드에 대한 80억엔 규모 출자 계획을 보류했다. 투자 적격성을 검토하는 투자심의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최종 의사결정 단계인 임원회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활발하게 일본 투자를 이어가던 금융사들은 한·일 갈등이 불거진 이후 추가 투자를 접은 상태다. 올 상반기 일본 내 주거시설에 투자한 한 공제회는 추가 투자 계획을 미뤘다. 일본 중소기업 사모대출펀드에 자금을 출자했던 한 보험사 역시 후속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증권사들도 투자자 모집과 셀다운(재매각)에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대부분 투자를 보류했다.

금융시장 확산 촉각

국내 기업들은 사무라이본드 시장에서 드러난 한국 투자 기피 징후가 전체 일본계 금융회사로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즈호은행 등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일본은행 서울지점들이 기업 여신을 축소할 경우 충격이 불가피해서다. 싼 이자로 엔화를 끌어와 원화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은행 서울지점들은 국내 대기업에 원화 대출을 공급하는 동시에 회사채 수요 예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일본계 외화차입금은 지난 6월 말 현재 92억6000만달러(약 10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외화차입금의 6.6% 수준이다. 주식시장에 들어온 일본계 자금은 전체 외국인 자금 560조원의 2.3%인 13조원, 채권시장은 1.3%인 1조6000억원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일본은행 국내 지점의 원화 대출 자산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MUFG(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행 서울지점의 총 여신은 지난 6월 말 현재 6조3919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7조162억원에 비해 6000억원가량 줄었다. 미즈호은행 여신은 같은 기간 9조981억원에서 8조312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총괄 임원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국내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등 아직 일본 은행들의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자금이 급격히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 국내 자금과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 사무라이본드

일본의 채권시장에서 비거주자인 외국 정부 또는 기업 등이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 원리금 상환과 지급은 엔화로 이뤄지며, 이율은 일본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김진성/이태호/황정환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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