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질환 원인으로 지목된 액상형담배…국내선 부처마다 '우왕좌왕', 소비자는 '불안'

입력 2019-09-28 07:00   수정 2019-09-28 08:30


“저는 주로 과일맛으로 전자담배를 폈는데 이제는 못 피겠네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즐기고 싶습니다.”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인공향료는 가격이 대단히 저렴합니다. 방향제 향료다 보니 먹어도 무해하다고 하는데 전자담배로 흡입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최근 전자담배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이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액상형 전자담배에 첨가되는 향료의 안전성을 불신하는 내용들이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폐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 데 이어 판매 중지되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흡연자들은 “어떤 성분이 유해한지 모르고, 성분 표시도 제대로 안 돼 불안하다”고 호소하고 있다보건복지부도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폐질환자 급증에 애연가들 ‘불안’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중 폐질환 530건, 사망 8건이 발생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환자들이 사용한 전자담배 액상 다수에서 고농도 대마추출물(THC)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발견됐다. FDA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원인으로 보고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이 같은 권고가 나오자 애연가들과 소매업체들은 “불안하다”와 “보건복지부가 과한 반응을 보였다”는 반응으로 갈렸다. 소매업체들은 폐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 THC가 국내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돼 유통이 금지된 제품이며, 비타민E 아세테이트 역시 거의 쓰이지 않는 물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액상형 담배의 대표격인 ‘쥴’을 유통하는 쥴 랩스도 “쥴에는 THC와 비타민E 화합물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업체들을 믿을 수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토코페롤’이라는 이름으로 화장품, 비누 등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들에 널리 쓰인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바르거나 먹을 때는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화한 상태로 흡입했을 시 독성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액상형 담배의 경우 ‘니코틴 함량’만 표시하면 된다는 점이다. 담배사업법 시행령은 액상형 담배의 경우 “제조업자 또는 수입판매업자는 액체형태 담배의 다음 각 호의 용기 및 포장에 니코틴 용액의 용량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니코틴 이외의 물질은 의무표시 대상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해 성분표시를 의무화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궐련 담배도 타르, 니코틴만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모든 성분을 표시하도록 하는 것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시판되는 전자담배 액상의 성분을 소비자들이 정확히 알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전자담배 향료업체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 등은 수입 후 추적 조사도 없다”며 “실제 판매되는 액상형 제품의 성분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는 제조사만 안다”고 설명했다.

◆수입·판매 업체 난립…관계 부처들도 ‘제각각’


소비자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지만 관계 부처들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유해물질의 인과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전자담배를 규제하는 부처만 네 군데나 되기 때문이다.

담배사업법으로 담배 판매 및 조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는 기획재정부다. 담배와 관련한 질병 예방 및 조치는 보건복지부가, 액상의 원료인 니코틴, 인공향료 등 화학물질 관리는 환경부가 맡는다. 배터리 안정성과 전자파 적합 인증을 받으려면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KC인증도 받아야 한다.

복지부는 2017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후 추가적인 조사를 하지 않다가 지난 5월 쥴이 수입되면서 뒤늦게 다시 유해성 조사에 나섰다. 반면 기재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관련 사태와 직접 연관이 없다”며 명확한 입장이나 조치 등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애연가들은 완제품 액상만이 아니라 시판되고 있는 액상 원료들도 유해성을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액상은 간단한 재료만 갖추면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료들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이번 논란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니코틴이 없는 ‘액상향료’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식약처에서 흡입독성 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정작 니코틴이 들어간 액상은 담배로 분류돼 식약처의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외품은 식약처에서 관리하지만 담배는 복지부나 기재부의 요청에 따라 성분을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한 전자담배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영세한 규모가 많다보니 제대로 된 성분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이 많다”며 “시중에 유통되는 액상도 천차만별이라 모두 독성을 검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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