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는…" 연발하는 상사와 라떼 한잔…커피향에 녹아든 '세대공감'

입력 2019-10-13 17:11   수정 2019-10-14 01:42

“나 때는 상상도 못했는데….”


건물 옥상 위, 두 남자가 서 있다. 상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신입사원은 그 말을 받아 적기 바쁘다. 상사는 줄곧 “나 때는”을 연발한다. “나 때는 신입사원이 출근해서 햇빛을 볼 수 없었어. 나 때는 신입사원이 1주일에 한 번씩 툭툭 쓰러졌어. 응급실에 가는 게 휴가였지.” ‘나 때는’을 연신 받아 적던 신입사원은 ‘라떼는’으로 착각해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난 듯 상사를 향해 말한다. “선배님, 라떼 드실래요?” 장면이 전환돼 둘은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고 있다. 상사는 “라떼는 상상도 못했는데…”라며 웃는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신입사원은 이렇게 말한다. “커피가 사람을 바꾸진 못해도 상황은 바꿔준다.”

정효빈 감독이 ‘제4회 커피 29초영화제’에 출품한 ‘The hour of coffee’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지난 1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광장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이 작품은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 ‘라떼는 말이야’를 커피의 의미에 재치 있게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떼는 말이야’는 기성세대가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자신의 경험을 과대 포장하며 입버릇처럼 내뱉는 ‘나 때는 말이야’를 비꼰 말이다. 그런 기성세대와의 대화에서 오는 피로감을 그리면서도, 커피 한잔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자연스럽게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을 재치 있게 담았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청춘, 커피페스티벌’이 후원한 이 영화제에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지친 하루를 깨우고 위로하는 커피 한잔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 다수 출품됐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Play with Coffee, 커피와 함께하는 모든 이야기’였다. 국내 최대 커피문화축제인 ‘2019 청춘, 커피페스티벌’과 함께 열려 더욱 열기가 뜨거웠다. 제1회 커피 29초영화제가 열린 2016년에는 출품작이 200편 정도였지만, 올해는 일반부 519편, 청소년부 31편 등 총 550편에 달했다. 이 중 14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소년부 대상은 김태이 감독(윤슬중)의 ‘나에게 커피는 1호 팬이다’가 차지했다. 학교를 향해 한 남학생이 급히 뛰어간다. 지각해 선생님에게 크게 혼난다. “오늘 또 지각했어? 학생의 본분은 학교 생활이라고 했지.” 장면이 바뀌고, 학생은 학교 한쪽에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매일 연습하느라 지각한 것이다. 그런 학생 주변엔 빈 컵이 하나둘씩 쌓인다. 힘들 때마다 커피를 마시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선생님이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그러고는 ‘파워 업(Power Up)’이라는 메모를 붙인 커피 한 잔을 두고 간다. 학생은 또 그 커피를 마시며 춤 연습을 하고, 다음 날에도 힘차게 학교를 향해 뛰어간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하루를 시작하는 힘’을 만든 윤두진 감독에게 돌아갔다. 휴대폰 알람이 울리자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난다. 그런데 그의 얼굴과 행동이 좀 이상하다. 마치 좀비처럼 얼굴이 퀭하다. 걸음도 좀비처럼 걸으며 직장으로 향한다. 사무실에 도착해 커피 한 잔을 마시자 갑자기 모습이 달라진다. 밝고 환한 얼굴, 반듯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바뀐다. 그러고는 누군가를 향해 외친다. “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피곤한 직장인이 커피를 마시며 힘을 내는 모습을 재밌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시험기간 커피 한잔의 의미’를 제작한 한국디지털미디어고의 방지현 감독이 받았다. 한 여학생이 학교에서 계속 커피를 마신다. 시험 기간이라 쉬지 않고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여학생은 “커피는 저에게 물 같은 존재”라고 말하면서 커피믹스, 캔커피 등을 번갈아 가며 마신다. 그러면서 “커피는 이제 뭐 거의 일상이…”라고 말을 이어가는데, 갑자기 한 남학생이 다가와서는 수줍게 커피 한 잔을 내민다. 일상이 된 커피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이광영 롯데물산 대표,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카스텐 퀴메 네슬레코리아 대표,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박성수 송파구청장, 한국경제신문의 김기웅 사장,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수상자와 가족 1000여 명도 함께했다. 수상자들에겐 총 2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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