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인도 트럭 물류 유니콘에 베팅한 KB금융...아시아 플랫폼 투자 박차

입력 2019-10-10 06:00   수정 2021-10-19 14:26

이 기사는 10월 10일 06:00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10월10일(06: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B금융이 인도 트럭 물류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스타트업 ‘리비고’(Rivigo)에 투자했다. 지난 6월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 기업인 ‘그랩’에 투자한데 이어 인도까지 투자의 시야를 넓혀나가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계열사인 K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운용 중인 KB글로벌플랫폼펀드를 통해 리비고에 시리즈E 투자를 확정했다.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가 주도하는 이번 라운드 총 투자 유치 금액은 6500만 달러 수준으로 올 연말께 펀딩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엔 인도의 대형 벤처캐피탈(VC)인 사이프파트너스(SAIF Partners)도 참여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리비고는 10억 50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번 투자는 KB금융이 지난 5월 성장성이 높은 해외 지역 투자 공략을 위해 결성한 2200억원 규모 KB글로벌플랫폼펀드를 통해 이뤄졌다. 이 펀드는 KB금융 계열사 등이 출자해 조성됐다. KB금융은 이 펀드를 통해 그랩 등 동남아시아 및 인도 지역 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리비고는 2014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출신 디팍 갈그(Deepak Garg)와 가잘 칼라(Gazal Kalra)가 독립해 설립한 트럭 물류 스타트업으로 창업 5년 만에 유니콘이 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비고는 인도의 물류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는 인도는 면적이 한국의 33배에 달하고 물류 시장 규모만 300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인도 국내 물류의 중심 축인 트럭 운송 시장은 200만 개에 달하는 영세업체들이 난립한 채 트럭의 시간 당 평균 이동 거리가 20km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인프라 등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인도의 최고 명문 인도공과대학(IIT)출신으로 맥킨지, 세계은행 등에서 경력을 쌓은 리비고의 창업자들은 릴레이(Relay)모델이란 독특한 운송 시스템을 개발했다. 델리, 방갈로, 뭄바이 등 대도시를 잇는 핵심 노선에 75곳의 자체 휴게소를 설치하고, 한 대의 트럭을 특정 구간을 전담하고 있는 운전사들이 교대해가며 운행함으로써 트럭이 거의 하루 종일 가동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리비고는 평균 4~6일이 소요되던 델리-방갈로 노선의 운송 시간을 44시간으로 줄이는 등 기존 업체에 비해 50~70% 빠른 배송 속도를 가능케 했다.

한 운전사가 동일 노선을 한번에 5시간 까지만 운행하고 휴식을 취한 후 반대 방향의 트럭으로 교대하여 돌아오기에 사고율 또한 비약적으로 내려갔다. 국토 면적이 넓다보니 한번 떠나면 몇주를 떠돌아야 하는 원양 선원과 같은 삶을 살아야 했던 트럭 운전사들이 늦어도 하루 안에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이 가진 고질적 문제였던 마약 중독, 성병 감염 등 사회적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리비고가 보유한 트럭 수는 약 3000대, 트럭 운전사는 4500명에 달한다.

리비고는 운송 속도 뿐 아니라 배송의 정시성을 높이고 도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정보통신(IT)기술을 릴레이 모델에 적용했다. 리비고가 보유한 트럭엔 11개의 센서가 부착돼있다. 트럭의 엔진 타이어 연료통 등 설비에 부착된 센서는 거의 하루 종일 운행되는 트럭의 상태를, 화물칸과 운전석 등에 설치된 센서는 화물 관리 상태와 트럭운전사의 상태 등을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게 해준다.

결제 역시 현금이 아닌 운전사가 추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모바일 화폐로 이뤄진다. 물품 도난과 위조지폐 사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인도의 특성에 맞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뤄진 조치다. 업체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가격도 리비고가 자체 개발한 실시간 가격 산정 시스템(Freight Pricing Engine)을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책정되도록했다. 속도와 신뢰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리비고는 애플, 아마존, 코카콜라, 포드, 샤오미 등 1500개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리비고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물류 네트워크 및 기술 인프라를 더욱 더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올해 3월 결산된 리비고의 2018년도 매출은 전년 대비 77% 성장한 1억 1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리비고는 올해까진 인프라 투자로 적자를 이어갔지만 앞으로 수 개월 내 흑자 전환이 전망되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인도 물류 시장은 2025년 53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 가운데 트럭 물류는 선두 업체인 리비고와 같은 선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1%가 안 될 정도로 남아있는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을 정도로 거대한 벤처 시장으로 성장했다. 인도에선 지난해에만 8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미국(25개)과 중국(20개) 다음으로 많다. 인구 13억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뛰어난 IT인력이 인도가 가진 강점으로 꼽힌다. 인도에선 '플립카트' '스냅딜'과 같은 유니콘 전자상거래 기업을 비롯해 차량호출 업체 '올라' 핀테크 업체 '페이티엠' 등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슈퍼유니콘’만 5개 이상이 탄생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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