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한경) 베트남이 미중 무역분쟁에 웃지만은 못하는 이유

입력 2019-10-20 16:52   수정 2019-10-20 16:53


(호찌민=나수지 중소기업부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주목받은 나라가 바로 베트남입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 제품에 관세를 높게 매기면 상대적으로 베트남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넓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증시 전문가들도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수록 베트남 시장의 성장성이 돋보일 것”(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의 얘기는 조금 다릅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베트남의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베트남 경제에 기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첫 번째 근거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 가능성입니다. 베트남에는 저렴한 인건비를 노린 각국의 생산공장이 밀집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등 전자 제조기업을 비롯해 한세실업 등 의류 생산기업도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 중입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의 유탄을 피해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하려는 글로벌 기업과 중국 기업까지 밀려 들어오면 인건비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중 무역분쟁 이전부터 중국 내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베트남 등지로 눈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인건비가 오르면서 공장들이 중국 내륙으로 점점 밀려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륙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동하는 운송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건비가 오르자 동남아시아로 옮기려는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베트남 진출 기업들에겐 악재입니다.

해외 기업의 공장이 모여들면서 베트남의 인건비 상승세는 이미 진행형입니다. 최근 5년간 베트남의 최저임금 상승률을 단순 평균하면 한 해 9.14%씩 올랐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노이 등 글로벌 기업이 밀집한 지역의 임금 수준은 더욱 높습니다. 한 베트남 진출 기업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하노이의 임금 수준은 다낭보다 12%가량 높습니다. 일찌감치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다른 국가로 관심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국내 의류 제조기업으론 베트남에 가장 먼저 진출했던 한세실업이 아이티와 미얀마가 ‘제 2의 베트남’이 될 것으로 보고 공장을 설립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베트남의 산업구조가 단순 제조업 중심으로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곳곳에서 나옵니다. 중국의 단순 제조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빠르게 이동할수록 베트남 경제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의 비중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한 베트남 진출기업 임원은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단순조립형, 노동집약형 기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기 위해 하이테크 기업과 부품·소재산업 기업에게 다양한 지원을 쏟아부었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할수록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현지에서 속속 나온다”고 전했습니다.(끝)/(suji@hankyung.com)

(사진설명)베트남 띠엔장에 있는 한세실업 생산법인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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