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약 건보혜택 제외?…환자부담 커지나

입력 2019-10-21 18:21   수정 2019-10-22 02:17

지난해 2700억원어치 넘게 팔린 치매약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과 약사단체 등이 “효과가 없는 치료제에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한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다. 하지만 치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이라고 맞서면서 처방권을 둘러싼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효과 입증 안 돼” vs “환자 치료에 도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망가진 뇌 세포에 작용해 신경세포 기능을 살리는 약물이다. 치매환자 치료에 많이 쓰인다. 지난해 기준 국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매출은 2705억원 규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40만9000명 중 이 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한 환자는 10만8000명에 이른다.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네 명 중 한 명(26.3%)이 이 약을 먹고 있다는 의미다.

이 약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2017년부터다. 당시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효과 근거가 부족한 약이 환자 치료에 사용돼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지난 8월 건약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후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 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즉시 재검토하겠다”고 답변하면서 건강보험 급여 퇴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약사단체 “미국 등에선 건강기능식품”

콜린알포세레이트 퇴출을 주장하는 약사들은 이 제제가 미국 등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됐다는 이유로 전문의약품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전문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제 하지정맥류 치료제 엔테론, 간질환치료제 레가논 등은 미국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됐지만 국내서는 전문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콜린알포세레이트 퇴출로 의료 현장의 혼란만 커질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을 통해 인지기능 유지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료 외적인 이유로 효과를 인정하고 사용하던 약을 효과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했다. 치매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지난해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가 회의를 통해서도 이런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 “환자가 부담 모두 떠안을 것”

전문의약품으로 쓰던 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축소 논란이 계속되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는 의사들도 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전문의약품일 때는 처방권이 의사들에게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으로 바뀌면 약사가 판매권을 쥔다”며 “먹고 있는 약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바뀌면 환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구매해야 하는 부담만 질 우려가 크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1일 국정감사에서 “전문의약품 임상 자료와 선진 8개국 허가사례가 있다”며 “약효가 있다”고 했다. 박 장관은 “내년 6월까지는 급여 재평가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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