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비극을 넘어 미래에 묵직한 질문…펜데레츠키 '성누가 수난곡' 한국 초연

입력 2019-10-23 17:10   수정 2019-10-24 00:23


현대음악의 거장인 폴란드 작곡가이자 지휘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86)가 한국을 찾는다.

펜데레츠키는 오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을 직접 지휘해 그의 대표작 ‘성누가 수난곡-사람의 길을 묻다’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다지오’를 한국 초연한다. 지난 22일 개막한 ‘2019 서울국제음악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한국과 폴란드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음악회다.

펜데레츠키는 1960년 관현악곡 ‘히로시마의 희생자에게 바치는 애가’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곡은 52개의 현악기만으로 기괴하고 자극적인 소리를 내 전쟁의 공포와 고통, 그에 따른 충격과 슬픔을 표현했다. 이 전위적인 작품은 단숨에 현대음악계의 문제작으로 떠올랐으며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1992년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의 선율을 인용해 교향곡 5번 ‘KOREA(한국)’를 작곡했다. 광복 50주년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위촉해 탄생한 이 곡은 KBS교향악단의 연주로 서울에서 세계 초연됐다. 폴란드 크라쿠프음악원 대학원에서 공부한 펜데레츠키의 제자인 작곡가 류재준은 2009년 서울국제음악제 창설을 주도해 이 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25일엔 워너뮤직에서 류재준의 피아노 협주곡과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5번이 함께 수록된 음반을 전 세계에 동시 발매한다. 류 감독은 “2009년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을 때부터 선생님께 많은 조언을 받았다”며 “연세가 많아 먼 거리 이동이 쉽지 않음에도 이번 방한과 연주를 결정해줬다”고 말했다.

펜데레츠키가 1966년 발표한 ‘성누가 수난곡’은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겪어야 했던 시대적 아픔을 담은 곡이다. 바흐의 수난곡을 모델로 그만의 실험적인 음향기법에 전통적인 양식을 결합해 작곡했다. 총 27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을 들려주기 위해 테너 토마스 바우어, 소프라노 이보나 호싸, 베이스 토마시 코니에츠니, 인천시립합창단과 부천시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과 과천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라틴어로 쓰인 가사는 누가복음과 요한복음, 시편 등에서 따왔다. 류 감독은 “과거의 비극을 넘어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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