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 개도국 지위 포기…트럼프 압박 통했나

입력 2019-10-25 10:48   수정 2019-10-25 11:05



정부는 25일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미래 협상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쌀 등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미래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이미 확보한 개도국 특혜는 변동 없이 유지할 수 있다며 미래 협상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시 개도국임을 주장했지만,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음에 따라 그간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과 이행 기간 등에서 선진국에 비해 혜택을 향유했다.

정부가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밝히면서 농민단체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3개 단체로 구성된 ‘WTO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농민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는 통상주권과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상복을 입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채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였다. 통상주권과 식량주권을 포기는 농업을 죽이는 일이라고 규탄한 것.

이들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농업에 감축대상보조금(AMS)을 현행보다 50% 삭감해야 한다"며 "이후 미국이 자국산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수입개방 정책으로 국내 농산물 값은 연쇄폭락을 맞았고, 농가소득 대비 농업소득 비율이 최저치를 찍는 등 한국 농업은 무너져버린 지 오래"라며 "이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한국 농업을 미국의 손아귀에 갖다 바치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 WTO 개도국 방침 철회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김인련 한국생활개선중앙회 회장은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진국이 WTO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이후 개도국 지위 포기를 우려한 농민단체는 농민행동을 구축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보이며 농민의 간절함을 짓밟았다"고 규탄했다.

농민들은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론을 낼 경우 정권퇴진 행동에도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담금 인상 등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트위터에 "WTO는 망가졌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들이 개발도상국을 자청해 특별 대우를 받고있다"면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들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가 불공평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한 나라는 G20 회원국이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인 한국과 멕시코, 터키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90일 안에 이 문제에 대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 국가들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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