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삶의 흔적, 간절하게 반추하다

입력 2019-10-29 17:59   수정 2019-10-30 03:18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힘! 그것이 생의 반추다. 상대만 바라보고 나를 직시하지 못한다면 일상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신달자 시인(76·사진)이 최근 펴낸 시집 <간절함>(민음사)의 마지막에 실은 산문 ‘나를 바라보는 힘’에 나오는 문장이다. 신 시인은 열다섯 번째 시집에서 지난 3년 동안 쓴 70편의 시를 통해 자신의 생을 반추한다. ‘간절함’ ‘심란함’ ‘무심함’ ‘적막함’ ‘싸늘함’ ‘짜릿함’ 등 다양한 감정을 시 제목으로 달았다. 감정에 휘둘리던 젊은 날에 대한 후회를 고백한 시들이다.

시인이 가장 집중하는 감정은 ‘불안함’이다. ‘불안함’이란 시에선 검버섯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저승꽃에 대해 이야기하며 “부른 적도 없는 불청객이 터억 얼굴에 꽂혀/이름도 아깝게 꽃이라니…”라며 탄식한다. ‘심란함’에선 “봄에서 겨울까지의 피바람만 뽑아 뽑아/내 목에 번뜩이는 장도(長刀)를 겨누는가”라며 나이듦의 심란함을 표현한다.

‘간절함’이란 시에선 “그 무엇 하나 간절할 때는/등뼈에서 피리 소리가 난다//열 손가락 열 발가락 끝에 푸른 불꽃이 어른거린다”고 읊는다. 시인 자신이 애정을 갖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간절함’이다. 그중 시인이 그토록 간절하게 돌아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간절함’ 뒤에 이어지는 시 ‘나는 나의 뒤에 서고 싶다’에선 “나는 나의 뒤에 서서 나의 허리를 향해//왈칵…가던 두 손 멈추고//성스럽게 한번 바라보고 싶다”고 했다. 허점투성이였던 스스로의 생을 말없이 바라보는 장면이다. 자기가 자신에게 ‘힘내’라고 말해주는 지금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먼 길을 돌아온 끝에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자신임을 지난 세월이 알려줬다고 털어놓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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