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 급락에…지자체도 '稅收 쇼크'

입력 2019-10-31 17:35   수정 2020-10-30 18:43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악화로 지방소득세가 줄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에 큰 폭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자 벌써부터 계속사업 및 국비 매칭사업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3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있는 경기 수원시, 용인시, 이천시 등은 내년 지방소득세 감소분이 1000억~3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이 많은 부산시, 광주시, 인천시, 대구시, 경북 구미시 등도 내년에 지방소득세가 100억~500억원씩 줄어드는 등 상당수 지자체가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천시의 경우 올해는 SK하이닉스에서만 3200억원의 법인지방소득세가 걷혔지만 내년엔 메모리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20%도 안 되는 55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천시 관계자는 “세수 감소폭이 너무 커 아직 내년 본예산 편성 규모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 여건이 좋아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었던 수원시와 용인시는 내년부터 정부 교부세를 받게 된다. 내년에 수원시는 429억원, 용인시는 337억원을 지원받지만 세수 감소폭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기존 사업을 상당 부분 중단해야 할 처지다.

김대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구시도 자동차 부품 기계 등 중소기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4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법인지방소득세 수입이 감소했다”며 “부동산 경기마저 악화돼 취득세까지 줄면 지방 도시들엔 큰 재정위기가 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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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진' 직격탄 맞은 수원·이천…벌여놓은 복지사업 '비상'감

대구시는 최근 시청 9층 세정담당관실에서 구·군 세정과장들이 모인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올해 지방소득세 등이 줄어들면서 대구시의 세수가 목표보다 549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시는 기획관리실장을 단장으로 지방세관리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시와 구·군이 팀을 짜 과표누락이 없는지, 세원을 추가로 발굴할 곳은 없는지 연말까지 세수 확보 특별활동에 나섰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업실적 악화가 지방재정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다”며 “내년에도 지방소득세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실적 악화에 지방재정 타격”

대구는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한다. 기업이 내는 법인분 지방소득세가 줄어든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실적 부진이 중견, 중소협력업체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구시의 이런 사정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지방자치단체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경기 이천시는 SK하이닉스에서 들어오는 법인지방소득세가 내년에 3000억원 가까이 줄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천시는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사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게 됐다. 윤상모 이천시 예산팀장은 “경강선(성남시 판교~여주)의 이천시 구간인 3개 역의 역세권 개발사업에 매년 2000억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재원 부족으로 불투명해졌다”며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물론 중리택지개발 사업과 장애인복지관 등도 지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경기 수원시의 내년 법인지방소득세 감소분도 2000억원이 넘는다. 용인시도 삼성전자로부터 거둬들일 법인지방소득세가 1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두 지자체는 내년부터 중앙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받기로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정부교부세를 받더라도 세수 감소분을 상쇄할 수 없어 내년 사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광주광역시의 지방소득세는 지난해 3473억원으로 17% 증가했으나 올해 3440억원, 내년 3118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역시 법인지방소득세가 지난해 1785억원에서 올해 1625억원, 내년에 1302억원으로 줄어드는 탓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생활가전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판매량도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방산업구조 개편도 요원해져

인천 부산 울산 등 광역단체들의 지방세수는 올해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6% 증가해 7933억원이던 지방소득세가 올해 5.4% 감소한 75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울산시의 지방소득세도 지난해 3699억원에서 올해 3156억원, 내년 2785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구미시의 지방소득세는 2017년 2094억원에서 지난해 2739억원으로 30% 이상 늘었지만 올 9월 말까지는 오히려 전년 동기에 비해 32억원 감소했다.

지자체들은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지방의 재정구조도 급속히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대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세수가 줄면 교부세나 보조금으로 연명해야 하지만 국세가 줄면 교부세도 같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법인세나 소득세를 늘릴 수 있는 경기회복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지방소득세가 큰 폭으로 줄어들자 지자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세수 호황기에 벌여 놓은 복지정책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충남 아산시는 재산과 소득에 상관없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한 해 7만원 상당의 목욕·이미용권 쿠폰을 준다. 충남 예산군은 올해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15만원 상당의 아이 손발을 찍은 기념 액자를 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비율로 예산을 부담하는 매칭 방식이 아닌 지자체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복지 사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지방소득세

납세의무가 있는 개인과 법인이 소득에 따라 내야 하는 지방세다. 개인의 경우 소득세 과세표준의 0.6~4.0%, 법인은 법인세 과세표준의 1.0~2.5%가 세금으로 매겨진다. 개인지방소득세, 법인지방소득세, 특별징수로 구분하며 취득세, 자동차세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 재원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오경묵/수원=윤상연/광주=임동률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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