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퇴장 쇼크 딛고 '차붐의 전설' 넘다

입력 2019-11-07 17:14   수정 2019-12-07 00:31


한국인 유럽프로축구 통산 최다골 신기록이 세워지는 순간. 주인공인 손흥민(27·토트넘)은 웃지 않았다. 담담한 표정을 지은 그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두 손을 모았다. 지난 4일(한국시간) 자신의 태클이 빌미가 돼 발목 골절 부상을 당한 안드레 고메스(에버턴)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사과였다. 내내 손흥민의 심리치료까지 걱정하던 현지 언론들은 “고메스의 부상으로 엄청난 충격에 빠진 손흥민이 두 골을 쏟아내며 일어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손흥민은 기뻐하지 못했지만 토트넘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이 열린 7일은 한국 축구의 새 역사가 쓰인 날이었다. 손흥민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75분간 뛰며 후반 12분과 후반 16분 팀의 연속골을 넣는 등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팀은 4-0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며칠 동안 정말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고 소감을 대신했다. 또 “그렇지만 나는 팀에 집중하고 더 열심히 뛰어야만 한다”며 “그것이 나를 응원해 준 분들에 대한 올바른 보답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손흥민이 넣은 두 골은 유럽프로축구 통산 122, 123호 골이었다. 이 골로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붐’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66)의 121골을 넘어 한국인의 유럽프로축구 통산 최다골 신기록을 세웠다. 차 전 감독은 만 서른여섯이던 1989년 372번째 경기에 출전해 121호 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지난달 23일 즈베즈다와 3차전 홈 경기에서 두 골을 몰아 넣으며 차 전 감독이 보유하던 최다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스물일곱 나이, 360경기 만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 기록을 썼다. 차 전 감독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우리 흥민이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어 손흥민을 칭찬했다.

손흥민은 만 18세인 2010년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1군에 나와 2010~2011시즌에 데뷔했다. 함부르크 소속으로 3개 시즌 동안 20골을 넣었다. 2013~2014시즌부터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2개 시즌 동안 29골을 넣었다. 이후 2015~2016시즌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옮겨 이날까지 총 74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5골)도 새로 썼다. 그는 레버쿠젠 시절이던 2014~2015시즌 다섯 골을 넣었으나, 당시 두 골은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도움을 기록하며 예열했다. 전반 33분 혼전 상황에서 해리 케인의 슛이 골대 밖으로 흐르려는 것을 손흥민이 허벅지로 밀어 넣으려 했다.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지만 지오바니 로셀소가 왼발로 마무리했고 이는 손흥민의 도움으로 기록됐다.

손흥민은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2분 델리 알리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왼발 슛으로 팀의 추가골을 책임졌다. 자신의 123번째 골이자 이날 팀의 세 번째 골은 4분 뒤에 나왔다. 그는 대니 로즈의 도움으로 상대 골문 오른쪽에서 가볍게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편 손흥민은 지난 4일 애버턴과의 경기에서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가했고, 고메스는 넘어지면서 토트넘의 세르주 오리에와 다시 충돌해 발목 부상을 당했다. 토트넘은 당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한 손흥민에게 협회가 3경기 출전 정지를 내린 데 대해 “고의성이 없었다”고 항의해 번복결정을 받아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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