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고유명사 '예술의전당'은 붙여 써도 돼요

입력 2019-11-11 09:00  

서울지하철 1호선에서 시청역 지하도를 걷다 보면 벽에 걸린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조선시대 무기를 만들던 군기시유적전시실.’ 서울시청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한글로 쓴 ‘군기시유적전시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겐 무슨 암호처럼 읽힌다. 한참을 들여다봐도 의미 파악이 잘 안 된다.

전문용어도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게 원칙

핵심어는 ‘군기시’다. 그러니 ‘군기시 유적 전시실’이라고 띄어 썼다면 의미 전달이 좀 더 나아졌을 것이다. 앞에서 수식하는 ‘조선시대 무기를 만들던’과 ‘군기시’가 호응해 구성 면에서도 좋다. 지금은 ‘…만들던’이 ‘…전시실’을 꾸미는 형태라 오히려 의미를 왜곡할 가능성마저 있다.

‘군기시(軍器寺)’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병기를 비롯한 군수물자 제조를 맡아 하던 관청을 말한다. 이 말이 어려운 것은 ‘시(寺)’ 자가 붙었기 때문이다. 이 글자는 보통 ‘절 사(寺)’로 쓰이는데, 관청을 뜻할 때는 ‘시’로 읽는다.

寺는 止(발 지) 자 밑에 又(또 우) 자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이것은 손으로 발을 받드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어떤 곳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다’란 뜻이 나왔다. 그래서 본래 나랏일을 하는 ‘관청’을 뜻하는 글자로 쓰였다. 나중에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뒤로는 불교 사원인 ‘절’도 가리키게 됐다(네이버 <한자사전>, 하영삼 <한자어원사전>). 지금은 오히려 ‘절 사’자로 널리 알려져 있고, ‘관청 시’의 쓰임새는 역사용어로나 남아 있다. 군기시를 비롯해 내자시(內資寺·대궐에서 쓰는 갖가지 식품, 직조 등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아), 봉상시(奉常寺·제사 등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아) 같은 몇몇 전문용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의 개념으로 보면 붙여 쓸 수 있어

전문용어는 말 그대로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일반명사에 비해 의미 파악이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글맞춤법에서는 따로 항목을 마련해 적는 방식을 규정해 놨다. 즉 의미 파악이 쉽도록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편의상 붙여 쓸 수 있게 했다. 고유명사류도 마찬가지다.

띄어 쓸 때는 단어별로 하면 된다. 붙여 쓰고 싶다면 하나의 개념 덩어리를 기준으로 구별해 쓰면 된다. 전문용어는 단어마다 띄어 쓰는 것보다 개념 단위로 묶어 쓰는 게 직관적으로 더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도로명주소’는 2014년부터 전면 시행된 새로운 주소 체계다. 이 말을 과거 쓰던 ‘지번주소’와 대비해 정부에서 고유명사화해 쓰고 있다. 이를 ‘도로명 주소’로 띄어 쓰면 의미 전달이 더 명료할 것이다. 그러나 관공서 표기를 비롯해 대부분 이를 하나의 단어로 보고 붙여 쓰는 게 현실이다. 단일한 개념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말은 띄어 쓰는 게 원칙이되 붙여 쓰는 게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표기다.

이런 띄어쓰기 규정을 흔히 쓰는 말들에 응용해 보자. 그런 예는 수없이 많다. 국군의 날, 공적 자금, 예술의 전당, 부처님 오신 날, 먹는 샘물, 붉은 악마, 사회적 기업, 기업가 정신, 주식형 펀드…. 글을 쓰다 보면 이들을 붙여 쓸지, 띄어 쓸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답부터 말하면 모두 띄어 쓰는 게 원칙이되 붙여 쓰는 것도 허용된다. 다만 아무 말이나 그런 것은 아니고, 용례처럼 전문용어나 고유명사류로 볼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예술의전당’ ‘부처님오신날’ 같은 고유명사는 늘 붙여 쓴다. 당사자가 쓰는 대로 표기하는 게 고유명사 적기의 기본정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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