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가요계 황소개구리 '프듀'·일본 고집 'MAMA'…CJ ENM의 자충수

입력 2019-11-09 08:32   수정 2019-11-09 22:51


아이돌 멤버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취업 사기', '시청자 기만'이라는 말이 따라붙게 됐다. 소녀상 작품을 철거했던 일본 나고야에서의 시상식 개최를 확정 짓자 여지없이 보이콧 움직임이 감지된다. 눈 감고, 귀 막은 CJ ENM을 향한 대중들의 불신과 불만의 크기가 심상치 않다.

'미디어 공룡'이라 불리우며 문화 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CJ ENM이 최근 잇따라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넓은 시청층을 보유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우뚝 선 Mnet의 탄탄한 인기와 화제성, 글로벌 시상식으로 모양을 갖추고 전 세계 팬덤을 불러모으는 'MAMA'까지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이들에게 팬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CJ ENM은 어쩌다 '조작'과 '불통'으로 얼룩지게 됐을까.

◆ 충성도 높았던 '국민 프로듀서', 제작진은 '불통'


2016년 첫 방송된 '프로듀스' 시리즈는 어느덧 명실상부 Mnet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국내 50여개 엔터테인먼트사에 소속됐거나 개인으로 아이돌의 꿈을 꾸고 있는 연습생 101명이 선택을 받기 위해 모였고, 데뷔의 갈림길에서 이들을 '픽(Pick)'하는 것은 오롯이 시청자인 '국민 프로듀서'의 몫이 됐다. 트레이닝을 통해 성장해가는 연습생들의 모습을 보며 국민 프로듀서들은 아낌없이 표를 던졌다. 온라인을 통해,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는 유료 문자로 적극적인 참여도를 보였다.

'프로듀스' 시리즈가 만들어낸 '국민 프로듀서' 시스템은 영리한 전략이었다.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해 자연스럽게 시청층의 충성도를 높였다. 단순히 참가자에게 1위의 기쁨을 안겨주는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연습생들이 데뷔하기까지의 매 순간을 '육성'한다는 인식을 심었다. 실로 데뷔 후의 활동 청사진까지 그릴 수 있는 오디션이었기에 시청자들은 연습생들과 함께 데뷔라는 목표를 향해 달렸다. 참가자들은 "픽 미(Pick me)"라고 외치며 선택을 갈구했고, 시청자들은 고심하며 자신의 '픽'을 줄 세웠다. 완벽하게 '프로듀스' 제작진이 만든 프레임 안에서 참여와 선택이 이루어졌다.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만큼, 잡음도 따랐다. 방송 중 이른바 'PD픽'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PD의 선택을 받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일부 연습생에게만 방송 분량이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지적이었다. 무엇보다 이는 투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개선 요구를 받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연습생들의 출연 시간까지 일일이 비교하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PD픽'은 매 시즌 고질적으로 불거지는 문제가 됐고, 오히려 이로 인해 갑론을박이 펼쳐지며 프로그램의 화제성은 더 높아만 갔다.

◆ 포승줄 묶인 PD, 가요계 新 모델 되지 못한 황소개구리 '프듀'


'프로듀스'를 연출한 담당 김용범 CP와 안준영 PD는 지난 5일 생방송 투표를 조작한 혐의(사기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구속됐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생방송 경연에서 '국민 프로듀서'로 불리는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다. 포승줄에 묶여 유치장으로 이송되는 안 PD의 모습을 보며 대중들의 분노는 극으로 달했다. 시청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갈망하며 데뷔한 이들의 빌보드 진출을 호언하던 안 PD였다.

'프로듀스'를 통해 발굴되는 프로젝트 그룹은 기존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를 받기도 했다. 긍정적으로는 가요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시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시작부터 '국민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등에 업고 단번에 음원차트에 진입하기도 했다. 방송의 전파력을 이용해 탄탄하게 구축된 인지도는 광고 영역에서도 우위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CJ ENM은 음반 기획부터 프로그램 제작, 공연 등의 사업을 독점했기에 '프로듀스' 출신 아이돌은 데뷔부터 후광효과를 받았다. 데뷔와 동시에 쇼콘(쇼케이스+콘서트)을 개최할 수 있었고, 컴백을 할 때면 단독 '컴백쇼'도 열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Mnet에서 전파를 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대대적인 프로모션 역시 자유롭게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프로듀스'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나면서 결국 프로그램이 가요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채 황소개구리 배출의 부작용만을 남겼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PD 개인이 아닌 Mnet과 CJ ENM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Mnet은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프로듀스' 출신 그룹들은 Mnet의 간판 역할을 해왔다. 수익 면에서도, 홍보 면에서도 다방면으로 막대한 이익을 가져왔기에 CJ ENM 역시 결코 해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불어 담당 PD는 물론 상급자인 책임 CP까지 구속된 바 경찰은 CJ ENM을 대상으로도 의혹 전반에 대해 살펴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 "이 시국에? 가지 않겠습니다"…수렁에 빠진 'MAMA'


문제는 '프듀' 뿐만이 아니다.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개최지를 두고도 재차 대중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가운데 CJ ENM이 일본 나고야에서의 개최를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정치 이슈와 별개로 민간 문화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는 게 CJ ENM 측의 입장이었다. CJ ENM 신형관 음악콘텐츠본부장은 "K팝과 아시아 음악이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전세계 주류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CJ ENM은 기존에 개최지 선정을 발표하던 시기보다 한참 늦게 올해 시상식 장소를 확정했다. 이는 한일 관계를 의식한 탓이었다. 그러나 결국 뜻을 굽히지 않았고, 대중들은 돔 대관료를 시작으로 현지에서 발생하는 지출들이 '일본 불매' 시국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특히 나고야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강제 중단해 논란을 야기한 곳이기에 음악팬들을 납득시키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럼에도 CJ ENM 측은 아티스트로 밀어 붙이기 작전에 돌입했다. 'MAMA' 측이 공개한 1차 라인업에는 갓세븐, 트와이스, 마마무, 몬스타엑스, 세븐틴, 아이즈원, 청하 등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들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방탄소년단까지 더해지면서 초호화 군단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대한 인원의 팬덤을 불러모을 수 있는 라인업이 시상식의 흥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시상식 보이콧 움직임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투표는 물론, 중계 시청까지 소비하지 않고 보이콧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 음악 사업 부진, '프로듀스' 해결하고 반등 가능할까


CJ ENM의 주가는 지난 8일 1만2500원(7.27%) 떨어진 15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8% 가까이 빠져나갔다. 전날 발표된 3분기 실적 악화의 타격이 곧바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앞서 CJ ENM이 지난 7일 공시한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6.3% 감소한 641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여기에는 음악부문에서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설상가상으로 '프로듀스'의 투표 조작 논란 악재까지 더해졌다. 이로 인해 아이즈원과 엑스원을 향한 해체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실제로 아이즈원은 오는 11일 정규앨범을 발매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출연 예정이었던 방송까지 편집, 결방되면서 사실상 활동이 올스톱됐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J ENM 음악부문은 경쟁사 대비 트레이닝 역량은 부족해도 차별화한 마케팅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였다"며 "다만 역량의 핵심인 '프로듀스' 시리즈가 훼손될 여지에 놓인 만큼 향후 유사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활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J ENM 계열사 Mnet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다방면에서의 수익을 견인했던 '프로듀스'였기에 '조작 논란'의 여파는 당분간 크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수사가 CJ ENM 본사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추후 전망은 다소 어두운 실정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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