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별자리 - 김은지(1981~)

입력 2019-11-10 17:20   수정 2019-11-11 00:44

우리는 서로 미워하는 편이 쉬운 위치에 있어

간신히 서로 싫어하지 않기 위해
모든 온기를 소모하고

우리는 서로의 빛을 흐리는
거리에 있어
서로의 존재만으로
빛을 잃어간다

잘해 보려 하면 할수록
불안해
오히려 무심하다가
진작 정해진 오해를 산다

우리는 너무 집중하고 있기에
다른 별자리에서 자유롭게 빛나는 각자의 모습을
우윳빛으로 소박하게 떠다니는 모습을
그리지 못한다

시집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걷는사람) 中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빛이 흐른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서로의 빛을 빼앗는 일로 별자리를 이루고 별과 별의 붙박인 간격만큼 사람과 사람이 서 있다. 누구에게나 좋아하기보다 미워하는 편이 쉬운 사람이 한 명쯤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자신이 싫어지기 전에 그 미움을 멈추려 노력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 아리다. 노력할수록 어긋나는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그게 다름 아니라 서로에게 너무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니! 이 깨달음을 마음 깊이 넣어둔다. 너무 집중해서 자유롭고 아름다운 한 사람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기 위해.

이소연 < 시인(2014 한경 신춘문예 등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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