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58만 '떡볶이 덕후' 무찌른 '20대 절대고수' 누구?

입력 2019-11-12 10:22   수정 2019-11-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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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 45번 문제 : )

대구는 떡볶이 맛집이 많아 떡볶이 마니아들의 성지순례 코스로 유명하다.
다음 보기 중 대구에 위치한 떡볶이 집이 아닌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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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떡볶이 마스터즈'를 판가름하는 열쇠는 '전국 떡볶이 맛집'에 있었다. 맛집 떡볶이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로 점수가 엇갈렸다.

전날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지하 2층에서 '제 1회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가 열렸다. 한국 떡볶이 마니아 중에서도 진정한 최강자를 가리는 국내 첫 대형 시험장이다.

온라인 예산 참가자만 무려 57만8000명이었다. 1차 예선 2312대1의 경쟁을 뚫은 250명과 1인이 동반 출전해 총 500명만 본선 경쟁 무대에 발을 디뎠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20대들이었다. 권다영(24)씨는 "1주일에 두 번이나 떡볶이를 먹을 정도로 좋아해서 참가하게 됐다"며 "티켓팅이 쉽지 않았던 만큼, 우승을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민석(21)씨는 "예선을 5번이나 봐서 가까스로 통과했다"며 "배민을 자주 사용하는 데 출전에 의의를 두고 참가했다"고 밝혔다.

한 30대 직장인은 "회사에 반차를 내고 콘테스트에 참여했다"며 "예선은 두 번 만에 통과했는데 프랜차이즈 제품 말고 맞혔기 어렵진 않았다"고 밝혔다.

곳곳에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40대 여성은 "떡볶이를 일주일에 1~2번씩 먹을 정도로 좋아해서 아들과 함께 왔다"며 "결승까지는 모르겠고, 다양한 떡볶이를 한 자리에서 먹을 겸 행사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스쿨푸드 두끼떡볶이 청년다방 죠스떡볶이가 참여했고, 각 300인분을 준비했다. 한 사람당 보통 1.5인분을 먹는다는 점을 감안했다. 참가자들은 떡볶이 치즈가루를 뿌려먹거나, 튀김이나 순대 등을 곁들여 접시에 담아냈다.

두끼떡볶이 관계자는 "배민 측에서 각 업체에 300인씩 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11월11일을 가래떡 데이로 정착하기 위한 좋은 취지에 공감해 부스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험이 시작 시간인 7시가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각 떡볶이 부스엔 대기 줄이 늘어섰다. 6시45분장내에 방송이 나왔다 "곧 본 시험이 시작하니 뷔페를 정리하고, 6시55분까지 자리에 착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 체감 시험난이도 '극강'…총점은 38점

시험 시작시간은 7시10분으로 지연됐다. 시험을 알리는 드럼 소리와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의 CM 떡볶이송이 울렸다. 반복되는 '떡볶이'라는 단어에 괜시리 심장이 두근거렸다. MC를 맡은 김신영은 "온라인 예산 참가자만 무려 57만8000명 도전했는데 2312대1의 경쟁을 뚫고 이 자리에 온 대단한 분들"이라며 "이런 경쟁률이면 하버드도 들어갈 수 있고, 어느 기업도 들어갈 수 있는 열정 가득한 분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복돋았다.

안내사항도 전달했다. 휴대폰은 비행기모드로 바꾸도록 요청했다. 김신영은 "시험은 1시간 동안 총 60문제를 풀면 되는데 장원급제만큼 어려운 문제"라며 "60문제는 듣기 필기 실기 문제로 구성됐고, 실기 문제는 시험 중간에 지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듣기라는 단어가 참 생소하게 들렸다. 떡볶이 시험에 듣기는 어떤 문제가 나올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시험은 동행한 사람과 상의해서 풀 수 있었지만, 소근소근 작은 목소리로 풀어야 했다. 시험지와 OMR 카드가 배부됐다. 실제 시험처럼 시험지는 덮어둔 다음, 각자 OMR 카드를 작성했다. 참가번호, 이름을 적는 배달의 민족이 직접 만든 OMR 카드였다. 오랜만에 컴퓨터용 사인펜을 보니 정말 시험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험은 총 60문제로 12페이지에 달했다. 수능 때 봤던 언어영역이 떠올랐다. 듣기 평가의 첫 문제는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에서 떡볶이가 몇 번 나오는지 맞히는 문제였다. 시험 시작 전 행사장을 가득 메웠던 '떡볶이 송'이었다.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떡볶이로 빨려들어가는 그런 노래였다. 음악이 나오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점을 찍었다. 떡볶이는 그나마 들렸지만, 떡떡떡떡떡볶이는 헷갈렸다. 찍은 점을 세어보니 13개. 다행히 보기에 있는 숫자다. 그렇게 3번을 찍었다.

2번은 떡볶이 먹는 소리를 맞히는 문제였다. 첫번째 소리는 무를 먹는 것 같은 느낌. 두번째는 후루룩 국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려왔고, 세번째는 라면을 훅 잡아먹는 느낌. 네번째는 쫄깃한 떡을 씹는 질감이 느껴졌다. 자신 있게 4번을 골랐다. 마지막 듣기 평가는 떡볶이 집에서 거슬러 받을 돈을 고르는 문제였다. 떡볶이 집 아주머니의 서비스가 헷갈리게 하는 요소였다.

생각보다 듣기 평가는 가뿐했다. 4지선다형인 필기를 '얼른 풀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다음 장을 넘기자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 압도했다. 7번은 떡볶이의 표준 발음을 묻는 질문이었다. 평소 1도 생각지 않았던 발음 표기다. 2번 [떡보끼]로 찍었다.

풀수록 모르는 문제가 더 많았다. 찍기신을 모셔와야 할 정도였다. 12번 떡볶이를 좋아하는 뮤지션 헤이즈와 관련된 다른 것을 고르는 내용도 나왔다. 1번 공식 팬클럽 이름 방앗간이라는 내용을 찍었다. 떡볶이를 좋아하니 팬클럽 이름도 떡볶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오답이었다. 나의 찍기신의 실력은 예나 지금이나 형편없다.

떡볶이 맛집을 묻는 문제도 많이 나왔다. 19번 망우동에 위치한 분식집으로 떡볶이에 후추를 뿌려먹는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하고, 단맛과 매콤한 맛의 조화로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하는 이 분식집을 묻는 문제였다. 망우동이라는 동네도 생소했다. 평생 가본 적 없는 동네다. 모르는 문제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OMR 카드로 눈길을 돌렸다. 1번 '홍식이네 분식'으로 찍었다. 1번이 OMR 카드에 많이 나오지 않아서다.

21번은 '바르다 김선생'과 손을 잡고 쫄면 튀김, 어묵 후레이크 등으로 구성된 '가락 떡볶이'를 출시한 편의점을 묻는 문제였다. 아차, 왠지 보도자료로 한 번쯤은 나왔을 것 같은 문제였다. '메일로 들어오는 보도자료를 꼼꼼히 봤어야겠구나'하고 깨달았다. 분명 열심히 일한 기자들은 맞혔으리라.

24번 노원구 공릉동의 떡볶이 집으로 '수요미식회'에 소개될 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달콤, 매콤, 감칠맛의 균형이 조화롭고, 옛날 떡볶이를 떠올리게 하는 가벼운 맛과 별미인 꼬마김밥으로 대표되는 이 떡볶이 집은? 이라는 문제였다. 보기 중 3번에 '공릉 할머니 옛날 떡볶이'가 있었다. 문제와 보기가 같은 것은 보통 정답이 아니다. 이렇게 쉽게 냈을리 없다고 생각하며 2번 털보 떡볶이를 찍었다.

떡볶이 뿐 아니라 애국심도 있어야 맞힐 수 있는 문제도 있었다. 25번은 떡볶이 영문 표기를 묻는 문제였다. 정부는 세계화를 위해 떡볶이의 영문 표기를 기존 tteokbokki에서 수정된 표기를 묻는 문제였다. T자에서 바뀌고, 외국인도 발음이 쉬울 것 같은 1번 ddokbokki로 골랐다.

35번으로 넘어가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찍을 수 밖에 없는 문제들만 수두룩했다. 40번은 SNS를 통해 화제가 된 떡볶이집, '빙수야'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묻는 문제였다. 3번 '예약은 직접 매장에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답을 골랐다. 역시 모르는 문제였지만, SNS를 통해 화제가 된 만큼 SNS 예약도 가능할 것이라는 추론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장엔 보너스 문제가 많았다. 48번 신용산 역 근처 포장마차에서 시작해 지금은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분식집이다. 매운 떡볶이 성지로 유명한 이 떡볶이집의 이름은? 자신있게 3번 현선이네로 골랐다. 역시 '먹어본 자'가 답을 안다. 필기의 마지막인 50번은 최고의 미식가를 일컫는 말로 절대미각과 해박한 지식, 떡볶이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가진 이 사람의 칭호를 고르는 문제였다. 자신있게 4번 배민 떡볶이 마스터를 선택했다. 정답률이 100%일 것 같은 문제다.

◇ 떡볶이 덕후도 어렵다…맛보기 '실기시험'

51번부터는 실기영역이었다. 보기의 개수도 6번까지로 늘었다. 시험 시간 30분이 넘어가자 실기 키트가 배달됐다. 일회용 커피컵 3잔에 세 가지 종류의 떡볶이가 담겼다. 1번 떡볶이는 달달한 맛이 나는 긴 밀떡볶이었다. 국물이 많았다. 메추리알을 씹었는데 알고보니 옥수수와 약간의 단 맛의 소가 들어있었다. 먹어보지 않았던 떡볶이었다. '6번 킹콩떡볶이 - 킹콩 국물떡볶이'로 골랐다.


52번은 소스가 별로 없는 쌀떡이었다. 꽤나 맵싸한 맛이었다. '앗 이 맛은 먹어본 맛이다' 퇴근길에 자주 포장했던 죠스떡볶이였다. 세 번째는 어묵과 튀김이 들어있었다. 제일 안 매운 떡볶이었다. 슬슬 배가 차는 느낌이었고, 기분도 좋아졌다. 시험 전 떡볶이 뷔페를 1접시 밖에 못 즐겼는데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57~60번 키트가 먼저 나왔다. 키트를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떡볶이 과자와 밀떡 한 가닥, 떡볶이 소스, 차돌박이가 올려간 떡볶이 4개가 나왔다. 떡볶이부터 맛봤다. 청년다방의 떡볶이었는데 포함되지 않은 재료를 맞혀야 하는 문제였다. 첫 입엔 단 맛이 올라왔다. 설탕과 물엿은 들어가 있구나하며 X표를 쳤다. 두번째는 소스를 듬뿍 묻혀서 맛을 봤다. 고추가루가 눈에 띄었다. 고추가루를 뺐다. 먹다보니 마늘맛이 입 안에 일렁였다. 다진마늘을 제외하니 맛술과 고추장이 남았다. 텁텁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고추장은 안 들어가 있지 않을까. 1번 고추장으로 답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54~56번 키트가 나왔다. 더이상 떡볶이를 바라보는 눈빛엔 '애정'이 없었다. 내가 떡볶이 소스가 된 느낌이 슬슬 들었다. 내가 떡볶이인 지 떡볶이가 나인지 헷갈릴 정도로, 혼연일체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실기는 퓨전 떡볶이였다. 첫 번째 떡볶이는 밀떡이었는데 알싸한 치즈향이 느껴졌다. 2번 스쿨푸드 - 매운 까르보나라 파스타 떡볶이로 골랐다. 두 번째 떡볶이는 스프 향이 났다. 빨간 떡볶이였지만 크림향이 느껴졌다. 먹어보진 않았지만 혀는 정확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6번 청년다방 - 빨간 크림 떡볶이'로 선택했다. 56번은 3번을 맛보고 어느 떡볶이인지 보기에서 고르시오.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분명 내 취향은 아니었다. 4번 두가지 떡볶이 - 로제 떡볶이로 답을 택했다.

점수 결과는 39점. 학창시절 받았던 수학 점수가 스쳤다. 수학 마냥 쉽지 않았던 떡볶이 시험이었다. 참여한 기자들 총 27명 중 19등을 차지했다.

◇ 우승자, 반차 내고 온 20대 신인선 씨


떡볶이 마스터즈 시험 이후, 밀떡·쌀떡 팀에서 각 2명씩 최고점자(81점)를 가려냈다. 이들은 무대에 나와 총 5문제를 풀었다. 첫 번째 문제는 모두 맞혔지만, 지역 떡볶이 맛집을 묻는 문제에서 우승자가 가려졌다. 세번째 서울 송파구의 30년된 즉석 떡볶이 집으로, 순두부찌개에 쫄면을 넣은 순쫄과 딸기빙수로 유명한 곳을 묻는 문제에서 일부만 답을 맞혔다. 답은 모꼬지에였다.

최종 우승자는 직장인 신인선(26)씨에게 돌아갔다. 신인선 씨가 있던 밀떡 팀은 모두 배달의 민족 2만원 쿠폰을 받게 됐다.

이날 대회를 위해 회사에 반차를 냈다는 신 씨는 "오늘이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요즘 농민의 날이라고 해서 가래떡데이라고 하지 않냐"며 "뜻깊은 날에 떡볶이 마스터즈가 되서 영광"이라고 밝혔다.

신 씨는 떡볶이 코트와 떡볶이 트로피, 떡볶이 쿠폰 1만5000원 상당 365장을 상금으로 받았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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