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흑막 정치의 전설' 로저 스톤, '멕시코 장벽' 앞세운 트럼프 당선 이끌어

입력 2019-11-15 17:14   수정 2020-02-13 00:02

미국의 정치 컨설턴트들은 1960년대 TV 보급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선거판의 지휘자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후보자 가까이에서 언론의 노출을 삼가고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하는 한국의 컨설턴트들과는 달리 미국의 컨설턴트들은 후보자 못지않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선거 후에도 당선인 참모로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지지층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정치 컨설턴트인 브래드 파스케일 2020년 대선 선거대책본부장의 역할이 컸다. 홍보업계에 몸담고 있었던 파스케일은 2011년 트럼프 가족 사업을 홍보하는 웹사이트를 제작해준 인연으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캠프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매체 홍보와 트럼프 캠프를 위한 소액 모금 등의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례 없는 ‘트위터 소통’이 파스케일 작품으로 알려졌다. 파스케일 본부장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페이스북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방법이란 것을 알았고 트위터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방식이 될 거라는 것을 일찍부터 이해하고 있었다”고 했다.

파스케일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 곁에는 유명 정치 컨설턴트가 여럿 있다. 워싱턴 흑막 정치의 ‘전설’로 통하는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멕시코 장벽’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거대한 장벽을 설치한다는 이 아이디어는 당시 언론으로부터 십자포화에 가까운 비판을 받았으나, 정작 미국 서민계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다. 스톤은 트럼프 캠프 활동을 비롯해 미국 워싱턴DC에서 40년 넘게 정치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는 후보들의 ‘비공식 참모’로만 활동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한국의 정치 컨설팅업계는 미국보다 세분화 및 전문화가 덜 돼 있는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미국은 제도적으로 컨설턴트에게 주는 금전적 보상을 명시해 컨설턴트가 ‘전문직’화돼 있다. 반면 한국은 친한 사람에게 무보수로 컨설팅을 받고 당선 후 자리를 보전하는 형식의 정치 문화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선거 규제도 정치 컨설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국내 선거 제도가 비용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너무 엄격하다 보니 컨설팅이 파고들 틈이 작다”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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