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레드오션' 공식 깬 더벤티의 3대 전략

입력 2019-11-17 17:14   수정 2019-11-18 02:33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전문점 폐업률은 14.1%나 된다. 치킨집 폐업률(10%)보다 높다. 커피 프랜차이즈는 작년 한 해에만 1만4000곳이 문을 열고 9000여 곳이 폐업하는 레드오션이었다.

이런 시장에서 커피전문점 브랜드 ‘더벤티’는 창업 5년7개월 만에 점포 수 400개를 넘겼다. 매출 부진에 따른 폐점률은 4% 남짓. 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뛰어난 성적표다. 600mL 이상 대용량 커피 음료를 1500~3000원대에 판매하는 가성비, 개성 있는 메뉴, 젊은 감각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평가다.

가성비 커피로 1020 공략

부산 출신으로 올해 서른 살인 최준경(오른쪽)·박수암(왼쪽) 공동대표는 고교 동창이다. 전역 후 에스프레소 추출 기계 판매·수리 일을 함께했다. 일을 하면서 두 사람은 항상 의문을 품었다. “왜 커피 한 잔에 4000~5000원이나 받아야 할까?” 의문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2014년 초 기회가 왔다. 기계를 납품하던 한 커피숍이 폐점한 것. 두 사람은 커피숍을 인수해 첫 점포를 냈다. 주머니가 가벼운 고등학생, 대학생 등 10~20대가 많이 다니는 부산대 앞이었다. 최 대표는 “커피시장이 레드오션이라며 말리는 목소리는 창업할 때부터 들었다”며 “맛과 가격을 다 잡으면 다른 길을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에서 큰 용량을 뜻하는 ‘벤티’ 사이즈(600mL)의 커피를 판다는 뜻에서 간판을 ‘더벤티’로 내걸었다.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창업 1년3개월만에 더벤티는 50호점까지 낼 수 있었다.


남다르고 맛있는 메뉴

더벤티 외에도 대용량 커피를 싸게 파는 전문점은 많이 생겨났다. 저가 대용량 커피 소비자들은 다양한 음료를 찾기 시작했다. 더벤티는 ‘독특하고 다양한 메뉴’로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최 대표는 “직접 원두에서 추출해야 하는 11가지 커피 메뉴는 점주들이 직접 제조하고, 레시피가 복잡한 것은 ‘원팩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본사에서 공급한 봉지를 뜯어 물과 얼음 등에 부으면 된다. 에이드, 스무디 등의 음료를 이런 식으로 만든다. 점주들은 쉽게 표준화된 맛을 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만든 커피·음료 메뉴는 70가지에 이른다.

남다른 메뉴를 찾기 위해 해외 원정을 나간 적도 있다. 박 대표는 “흑당이 유행하자 원조인 대만까지 찾아갔다”며 “국내 다수 흑당음료들이 오키나와 원당을 쓰는 것과 달리 대만 인기 브랜드 ‘타이거슈가’는 모리셔스산을 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모리셔스 흑당을 공수해 와 만든 ‘흑설당버블티’는 지난 3월 출시 후 100일 만에 25만 잔 넘게 팔린 인기 메뉴가 됐다.

2030이 이끄는 회사

더벤티코리아 50여 명의 본사 직원 중 80%가 20~30대다. 400여 명의 가맹점주 중 20~30대 비중은 40%다. 더벤티의 또 다른 강점은 젊은 감각이다. 이들의 감각은 메뉴 개발에 그대로 반영된다. 지난 9월 출시한 코코프라페가 대표적이다. 시리얼에 들어가는 코코볼로 음료를 만들어보자는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30g의 코코볼을 프라페 음료 위에 올렸다. 직장인들이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회사가 성장하자 두 대표는 화승그룹 출신 전문경영인 강삼남 씨(58)를 영입했다. 주요 의사결정은 3인 대표가 만장일치로 한다. 최 대표는 “현장과 메뉴 개발에는 자신 있지만 회사 경영은 비전문가임을 솔직히 인정한다”며 “수소문해 인사·총무 분야 전문가를 모셔왔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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