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산다" vs "등에 칼 꽂지 마라"…지역·계파 갈등 번지는 한국당 '용퇴론'

입력 2019-11-18 17:20   수정 2019-11-19 01:17

자유한국당 해체와 소속 의원 전원의 불출마를 촉구한 김세연 한국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수도권 의원과 소장파 사이에서 ‘쇄신’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반면 주요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영남권 중진 의원들은 “같은 팀 등에 칼 꽂지 말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는 쇄신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김 의원이 제기한 ‘불출마론’에 선을 그었다. 한국당 쇄신 방향과 범위를 두고 당내 지역별·계파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수도권 의원들 “김세연 결정에 응답을”

서울 양천구을에서 3선을 한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18일 라디오에서 “김 의원이 제기한 쇄신 요구에서 저도 예외는 아니다”며 “이미 지역구를 내놓은 상태지만 더 험지로 가라고 하면 험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날 김세연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당 해체와 당 지도부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의 불출마를 함께 요구한 것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는 이어 “김세연 의원의 결단에 한국당이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다면 정말 존재 이유를 국민들이 엄중하게 추궁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쇄신 요구에 동조하는 주장은 주로 한국당 내 수도권 의원과 비주류 소장파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대로 안일하게 가면 서울과 수도권에선 한국당이 전멸할 것”이라며 “지도부가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고 보수 통합 등에서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천 지역구 의원은 “김 의원이 한 말 중 틀린 게 하나도 없다”며 “‘죽어야 산다’는 말이 맞다”고 말했다.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김 의원의 ‘해체 쇄신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년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은 최근 김세연·김성찬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이대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절박함과 인적 쇄신, 세대교체라는 대의를 위한 용퇴를 보여줬다”며 “청년세대로의 인적 쇄신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데, 당 쇄신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당 쇄신에 대한 일각의 불만을 비판했다. 수도권·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정미경 최고위원 역시 “절박함과 당을 향한 걱정이 우리 당 모든 사람의 가슴에 닿아서 화답이 이뤄지는 일이 벌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불출마론’ 선 그어

한국당 지도부는 김 의원의 당 해체 제안과 지도부 불출마론에 선을 그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당 쇄신 방안에 대해 숙고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총선 패배’라는 전제를 달아 자신의 거취를 총선 이후로 미룬 것이란 분석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가 한국당의 역사적 책무이며 그 책무를 다하는 게 저의 소명”이라며 김 의원의 불출마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영남권 의원과 다선 의원들 사이에선 김 의원의 제안이 지나치게 과격해 당내 분란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TK(대구·경북) 지역구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그동안 본인은 얼마나 잘해왔길래 나라를 살리려 열심히 일하는 다른 의원들을 매도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당 소속이라는 사실 자체를 적폐로 모는 표현에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남권 의원은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당을 바로 세워나가고 있는데 ‘민폐 정당’이라고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여의도연구원장 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은 라디오에서 “(당이) 해체되지 않고 총선을 치르는 상황이 오더라도 여론조사를 통해 다른 불미스러운 시도가 있지 않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제가 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연구원장 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영남권 4선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은 우리 당의 정책 보조를 해주는 역할인데 당 해체론을 말하는 사람이 원장을 계속하는 게 과연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렇게까지 질러놨으면 본인이 알아서 물러나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쇄신 방식과 범위를 두고 당내 지역별·계파별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국면이 끝나면 본격적인 쇄신 국면이 시작되고 당이 더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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