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혁신을 향한 첫걸음, 융합과 협력

입력 2019-11-21 19:40   수정 2019-11-22 00:07

“기술만으론 충분치 않다(Technology alone is not enough).”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애플의 DNA다. 애플을 세계적 혁신기업으로 이끈 원동력이 된 이 가치는 기술과 인문학, 인본주의의 융합을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많이 요구되는 역량이 바로 융합이다. 새로운 기술이 여러 산업과 만나 시너지를 낼 때 우리 삶에 혁신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을 원한다면 업종과 생태계를 뛰어넘는 융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융합적 사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산업 분야에 자기도 모르게 길들여진다. 이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영역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엔지니어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움직이려 하고 예술가는 남다른 시각과 표현으로 바라본다. 금융인은 수익성이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법조인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물을 해석하는 것에 더 익숙할 것이다. 서로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융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30년 전 미국에서 인공지능(AI)을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인간의 생각 추론 방식에 대한 관심으로 심리학과 강의를 들었다. 인체의 기본 기능부터 감각기관의 전달 과정까지 배웠다. 그런데 뇌파 등을 분석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을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심리학에서도 전자공학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느낀 첫 경험이었다.

산업, 기계, 전자 등 다양한 전공의 대학원생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2~3년간 협업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주장이 제각각이었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자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융합된 결과물이 산출됐다. 다양한 산업군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포용성을 처음 경험했다.

사회에서도 여러 분야의 일들은 태생적인 이유로 또는 이해관계의 차이로 각각 다른 생태계 룰을 형성한다. 나만의 경험에 의존한 고정관념의 세계를 벗어나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나면 공유점을 찾고 더 넓은 혜안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상호이해를 통한 융합이다. 나의 울타리 밖 세상이 새로움이고 기회다.

우리는 창의성에 목마른 시대를 살고 있다. 창의성은 다양성이 가미됐을 때 멋진 맛이 난다. 놀랍게도 서로의 다름이 간단한 응용으로 시너지를 내 그 끝에서 혁신이라는 황금알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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