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바이오 키운 최태원 회장, 국산 신약 새 역사 썼다

입력 2019-11-22 17:41   수정 2019-11-23 00:59


미국 뉴저지에 있는 SK바이오팜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 사무실. 21일 오후 4시(현지시간)께 140여 명의 임직원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홈페이지에 ‘엑스코프리’의 판매허가를 알리는 공지가 떴기 때문이다.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던 일부 직원들은 울먹이며 서로 끌어안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현지에 있는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에게 연락해 “모두 수고했다. 축하한다”고 격려했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었다.

다국적 제약사 등의 도움을 받아 FDA 관문을 통과한 국산 신약은 여럿 있었지만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에 이르는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를 국내 기업이 혼자 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바이오팜, FDA 통과 신약 2개 보유

SK그룹의 신약 개발 계열사인 SK바이오팜은 FDA의 허가를 받은 신약을 2개 보유한 국내 첫 기업이 됐다. 미국 재즈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이 지난 3월 FDA 관문을 통과한 데 이어 이번에 독자 개발한 엑스코프리까지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다. 솔리암페톨은 7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엑스코프리는 허가를 받기까지 꼬박 18년이 걸렸다. 세노바메이트 성분을 찾기 위해 2000개 이상의 화합물질을 분석했다. 판매허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여만 페이지에 이를 정도다.

엑스코프리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력과 경험이 부족한 국내 제약바이오회사들은 신약 개발 도중에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방식을 주로 썼다. 2003년 국산 신약 중 최초로 FDA 허가를 받은 LG화학의 팩티브(항생제),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항생제) 등은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됐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직판에도 도전한다. 제네릭(복제약),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등 미국에 진출한 국산 의약품은 영업과 마케팅을 다국적 제약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영업망을 갖추는 데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한 탓이었다. SK바이오팜은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미국 내 직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신약 개발의 경험과 매출 증대에 따른 이익을 다국적 제약사 등과 나누지 않고 온전히 갖기 위해서다.

독자개발한 국산 신약, 미국 첫 진출

SK바이오팜의 연이은 성과를 놓고 업계에선 최 회장의 의지가 결실을 맺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SK는 1993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신약을 선정하고 대덕연구원에서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국내 대다수 제약사가 실패 가능성이 낮고 당장 수익을 가져다주는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혁신신약 개발에만 집중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고위험 사업이었지만 최 회장은 지속적으로 사업을 독려했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에도 바이오 사업부문은 지주사인 SK(주) 직속으로 뒀다. 그룹 차원에서 R&D를 이어가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임상 1상을 마치고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한 SK의 첫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도 최 회장은 오히려 SK라이프사이언스의 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를 채용하는 초강수를 뒀다. 역량을 쌓은 SK라이프사이언스는 엑스코프리의 임상을 주도하고 향후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까지 맡게 됐다.

신약 개발 외 원료의약품 수탁생산(CMO)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SK(주)는 지난 9월 SK의 CMO 법인 세 곳(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아일랜드, 미국 앰팩)을 통합하고 이름도 SK팜테코로 바꿨다. 업계에선 엑스코프리가 정식 출시되면 SK팜테코의 미국과 아일랜드 공장에서 원료의약품 생산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팜 IPO 속도 붙을 듯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기업가치가 5조원을 넘는 대어로 꼽힌다. SK바이오팜은 지난달 25일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내년 상반기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예상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IPO가 거론된 SK바이오팜이 지난달에 이르러서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것도 FDA가 엑스코프리를 승인하는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이번 승인을 상장 후 성장 모멘텀(원동력)으로 삼으려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신약개발 등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0억원에 영업손실 1391억원, 순손실 1381억원을 냈다. IPO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며 공동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모건스탠리다.

박상익/이우상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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