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태양 중력 벗어나 인터스텔라 들어선 인류

입력 2019-11-24 17:23   수정 2019-11-25 00:10

미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가 작년 말부터 태양권 밖으로 벗어나 항행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 2호는 교과서에도 소개돼 일반인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우주 분야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체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우주탐사선을 태양계 밖으로 보낸 인류 문명에 대한 자부심과 우주에 대한 경외심 때문일 것이다. 1977년 발사 당시 보이저 우주탐사선의 주 임무는 목성 등 태양계 내의 행성 탐사였다. 혹시 태양계 내에 존재할지도 모를 생명체에게 보이저 우주탐사선이 발견될 경우 인류 문명을 소개하는 임무도 있었다. 이를 위해 지구 자연의 모습, 인간의 인사말, 바흐 음악 등을 담았다. 그러나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내에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은 거의 없어서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이저 우주탐사선에 실린 플루토늄 발전장치를 포함한 주요 우주기기들이 40년 이상 정상 작동하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다. 그 결과 태양계 내의 행성 탐사활동을 일찍이 마친 보이저 우주탐사선에 새로운 임무가 부여됐다. 태양의 중력이 미치지 않는 태양계 밖의 먼 우주를 탐사하는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작년을 기점으로 보이저 우주탐사선이 태양계 경계를 넘어 태양권 밖으로 항행하게 된 것이다. 태양권은 양성자와 전자 등 미립자 바람으로 이뤄진 태양풍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로, 태양계보다도 더 넓다.

지금까지 인류의 우주탐사 영역은 태양과 지구를 포함한 8개의 행성과 주변의 위성들로 이뤄진 태양계에 국한됐다. 태양계 밖은 우주 관측과 과학 연구의 영역이지 직접 탐사의 영역으로는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보이저 우주탐사선의 의도치 않은 대성공으로 인해 이제 인류는 태양계 밖을 직접 탐사하는 최초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계가 흥분하는 근본 이유는 또 하나의 판도라 상자가 열린다는 데 있다. ‘또 하나’라고 한 이유는 45억 년 된 지구 역사에서 최근에 생명과학기술과 인공지능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몸과 마음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우주탐사가 가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계는 우리의 활동영역으로는 엄청난 규모이지만 우주 전체로 보면 극히 작다. 태양계 밖의 가장 가까운 태양은 ‘센타우리 알파(Centauri-α)’ 별인데 빛의 속도로도 4.2년이 걸리는 4.2광년 떨어져 있다. 지금까지 보이저 우주탐사선이 달려간 거리가 빛의 속도로 16시간 반 정도의 거리이니 센타우리 알파 별까지는 2000배 이상 더 가야 도달할 수 있다. 우주공간에서 태양계와 다른 태양 사이를 성간우주(星間宇宙), 즉 인터스텔라(interstellar)라고 한다. 이제 보이저 우주탐사선이 막 인터스텔라에 진입한 것이다.

인터스텔라 진입 의미는 결코 간과될 수 없다. 태양중력과 태양풍의 영향에서 벗어난 인터스텔라 우주공간에서는 인간이 그동안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별들을 고려하면 새로운 생명체와의 조우 확률은 태양계 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현재의 생명과학기술과 인공지능기술 발전을 연계해 보면 새로운 생명체가 있다면 아마도 우리와 같은 유기체이기보다는 혹독한 우주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유형 또는 무형 지능체일 가능성이 높다.

인터스텔라 진입 의미에서 반드시 짚고 가야 할 사항이 또 있다. 앞서 언급한 반세기 동안 고장 없이 작동했고 앞으로도 역할을 다할 보이저 우주탐사선 내의 우주기기들이다. 말이 반세기이지 오랜 세월 섭씨 영하 200도 이하의 우주공간에서 고장 없이 작동했다는 것 자체가 인류 과학기술의 승리이자, 인간 정신의 대승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작년을 기점으로 인류는 인터스텔라 우주탐사 시대로 진입했다. 보이저 우주탐사선의 수명은 2030년까지 연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느 순간 보이저 우주탐사선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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