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블룸버그·블라시오·트럼프…세 뉴요커 이야기

입력 2019-11-28 16:37   수정 2019-11-28 16:38


좌파 성향의 빌 드 블라시오 미국 뉴욕시장이 대통령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현재 민주당 후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길 만한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계산에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뉴욕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5번가에 있는 트럼프타워에서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법적 거주지를 변경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뉴욕은 다중인격이다. 블룸버그, 드 블라시오, 트럼프는 각각 독특하고 생생하며 전형적인 도시의 세 얼굴을 대표한다. 이들 각각은 아이디어, 야망, 삶의 방식 등에 대한 특정 프레임을 상징하고 있다. 또 이들은 성공과 실패라는 테마에 서로 다른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뉴욕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는 원시적 이진법의 가능성이다. 뉴욕에서의 성공과 실패,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뉴욕, 뉴욕에서….

드 블라시오는 뉴욕시장 관저인 그래시맨션 맞은편에 있는 맨해튼의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병원에서 워런 빌헬름 주니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워런 빌헬름 주니어에서 빌 드 블라시오로 넘어가는 그의 이야기 속에는 실패의 아픔이 담겨 있다.

경제학자였던 워런 빌헬름 시니어라는 이름의 그의 아버지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쟁 중에 수류탄으로 무릎 아래 다리를 잃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온 뒤 마리아 드 블라시오와 결혼했고, 그들은 세 아들을 두었다. 이 부부의 정치적 견해는 극좌 성향을 보였다. 매카시즘 시대의 사람들은 공산주의에 동정적 관심을 보인 것을 나중에 후회했다. 워런 빌헬름 시니어는 치명적인 알코올 중독이었고, 그는 마리아와 이혼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폐암에 걸린 뒤 빌헬름 시니어는 자살했다. 아들 빌은 법적으로 자신의 성을 어머니의 성으로 바꿨고,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를 흉내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드 블라시오는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을 지지했고, 미국 입국 금지 기간에 쿠바로 신혼여행을 떠났으며, 스스로를 사회민주주의자라고 칭했다. 그는 2014년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많은 사람은 그의 성향을 상당히 좌파적이라고 평가하고 있고,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의 전임자인 보스턴 출신 블룸버그는 꽤 성공적이다. 비록 통제력을 과도하게 발휘하려는 골치 아픈 성향은 있지만, 사려 깊고 상상력이 풍부했다. 블룸버그와 드 블라시오는 둘 다 강한 활동가다. 드 블라시오는 좌파 평등주의자로서 차터스쿨(자율형 학교) 등에 반대한다. 블룸버그는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보모 집행관’처럼 행동했다. 대형 탄산음료 등을 불법화하려 했다. 이들이 관리하는 스타일은 다르다. ‘스톱 앤드 프리스크(stop and frisk·검문 검색)’는 블룸버그 스타일이다. 드 블라시오는 이 도시에서 차별적인 것은 무엇이든 전복하려는 독단적 본능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가 소유한 570억달러라는 자산을 내세운 자신감으로 고압적인 경영자처럼 행동한다. 또 ‘슈퍼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는 낙태, 총기 규제, 기후변화, 동성 결혼, 이민 등에 대한 진보적인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그는 민주당원, 공화당원, 무소속, 그리고 다시 민주당원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그를 당파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기 위한 좋은 위치에 서게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드 블라시오와 블룸버그의 차이점을 연구하는 데 있어 그 이유를 한편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연구할 수도 있다. 드 블라시오와 블룸버그는 모두 정부의 참견과 통제라는 원리를 추구한다. 드 블라시오는 다소 사회주의적인, 블룸버그는 다소 기업주의적인 노선을 따르지만 둘 다 강한 권위주의적 본능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의 강요보다는 무정부 상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해외의 일부 독재자를 옹호하고, 국경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밑바닥은 타고난 전복자이기도 하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은 그를 상당히 이상한 대통령으로 보이게 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성향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때로는 자신마저 전복시키기까지 한다. 그는 달갑지 않은 진리의 속박을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거짓말을 하는 편이다.

모든 무질서와 결점, 나쁜 매너와 어리석음 등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아가 주도하는 대통령직 수행은 사회적 제약에 구속받지 않는 허클베리 핀의 자유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정치적 올바름과 그 공포로부터 자유,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본질적으로 전체주의적인 마음으로부터 자유를 누린다.

블룸버그는 과연 민주당 후보로 최종 지명될 수 있을까. 두고 보자. 미국 유권자가 두 명의 70대 억만장자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 한 명은 보모 집행관, 다른 한 명은 비행 청소년이다.

원제=Three Tales of a City: Bloomberg, de Blasio and Trump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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