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야근 자랑하듯 광고"…'사람 갈아넣기' 호소한 IT노조

입력 2019-11-28 16:49   수정 2019-11-28 18:19


대형 포털, 게임업체 등 정보기술(IT)업계 노동자들이 정부의 주52시간 보완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콕 집어 거론하며 IT업계의 만연한 장시간 노동 관행을 비판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수도권본부 IT위원회 네이버·넥슨·스마일게이트·카카오지회는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특별 연장근로와 재량근로제 허용 확대, 52시간제 위반 사업부 처벌유예 방침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에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특별 연장근로 인가 사유도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주52시간제 확대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IT 노동자들은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IT노조 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익명 커뮤니티에 한 게임사에서 96시간 연속 근무 후 응급실로 이송됐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면서 "사람을 '갈아서' 서비스를 만드는 형태는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 관습이지만 여전히 사용자의 강압적 야근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T업계는 고질적 하청구조로 인한 저임금노동,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장시간 근로가 만연하다"며 "사람이 버틸 수 없는 구조라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평균 근속년수가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과연 이런 현실에서 '더 많이 일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또 "탄력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무제의 핵심은 사용자가 쓰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게 아니라 노동기본권인 건강권과 휴식권을 지키는 것"이라며 "IT산업의 특성상 자율적 업무환경이 정착돼야 혁신적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IT업계 수장들의 주52시간제 도입 비판 발언에 대해서도 맞불을 놓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시찰에서 "게임산업에서 어떤 새로운 분야가 열리면 중국은 6개월 만에 완성된 제품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는 1년이 걸려도 만들어낼 수 없을 정도로 생산성이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주52시간제 준수에 따른 애로점을 에둘러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승욱 카카오 지회장은 "한 게임회사 대표는 주52시간 상한제로 중국이 6개월 만에 만들 게임을 우리나라는 1년 동안 만든다면서 한탄했다. 밤새 일하고 있는 사무실을 자랑하듯 광고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7일 출시한 신작 게임 '리니지2M' 광고에 "택진이 형, 밤 샜어요?"라고 묻자 "일찍 일어나 일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김 대표의 목소리를 넣었다. 광고 배경으로는 어두컴컴한 이른 새벽에 불이 켜진 엔씨소프트 건물이 나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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