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 기자의 Global insight] 다른 선진국과 달리 왜 미국인은 기대수명이 줄어들까

입력 2019-12-06 17:54   수정 2019-12-07 00:11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줄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78.6세로, 2014년 78.9세를 정점으로 3년 연속 줄었다. 기대수명은 갓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연령을 의미한다. 인류의 기대수명은 의료 기술과 복지 향상으로 꾸준히 늘었다.

대다수 국가들이 그렇고 선진국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을 제외한 고소득 국가들은 예외 없이 기대수명이 증가했다.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일본(84.2세) 스위스(83.6세) 영국(81.3세)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 국내총생산(GDP)이 훨씬 적은 슬로베니아(81.1세)와 체코(79.1세)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 사회도 이 같은 통계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1900년 47.3세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단 한 번 줄어든 시기가 있었다. 1915년부터 1918년까지다. 이유는 명확했다. 1차 세계대전(1914~1918년)과 겹친다.

이 암울한 추세가 전쟁과 전염병이 없는 21세기에 재연된 것이다. S V 수브라마니안 미국 하버드대 인구보건지리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어떻게 기대수명이 3년간 줄어드는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것을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불러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사회건강센터의 스티븐 울프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말 미 의사협회 저널(JAMA)에 게재된 ‘미국인의 기대수명과 사망률, 1959~2017’ 보고서에서 “기대수명 감소에는 약물 과다 복용, 자살, 비만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25~64세 사이의 비교적 젊은 나이 사람들에게 이 같은 일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25~64세 중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1999년 말 대비 2017년 386.5% 증가했다. 25~64세 인구의 비만으로 인한 사망자는 114%, 간 질환과 간경변증 등 알코올 관련 질병에 따른 사망자는 40.6% 늘었다. 자살한 사람도 같은 기간 38.3% 많아졌다.

의학적 질병뿐 아니라 소득 불평등, 정신적 고통 등의 사회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워드 고 하버드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건강은 사회적 결정 요인이 크다”며 “소득 불평등, 불안정한 고용 등에 따른 심리적 고통은 질병과 죽음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의 새 연구 논평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1%와 하위 1% 사이의 기대수명 차이는 남성은 14년, 여성은 10년까지 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기대수명 3년 연속 감소’ 소식을 전하며 “젊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은 미국 사회에 대한 위험 경보”라고 평했다. 1860년 미국의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은 “첫 번째 부는 건강”이라고 했다.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건강이 번영을 이루는 토대라는 설명이다.

포브스는 “GDP 등 다른 경제가 안정됐더라도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인 기대수명이 줄어든다는 건 부를 잃은 것과 같다”며 “웰빙을 위한 국가 척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조만간 2018년 기대수명을 발표한다. 감소 추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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