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데스크 시각] 최기영 장관이 가야 할 길

입력 2019-12-22 17:36   수정 2019-12-23 00:20

이미 한국은 뒤처졌다. 그것도 인구 800만 명의 이스라엘에.

지난 17일 인텔이 이스라엘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하바나를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바나가 3년 전 설립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소름이 돋는다.

올 3월엔 AI 반도체 시장을 놓고 인텔과 경쟁하는 엔비디아가 또 다른 이스라엘 AI 반도체 업체를 인수했다. 멜라녹스라는 기업으로 인수가격이 69억달러(약 8조원)에 달했다. 이스라엘의 AI 분야 경쟁력이다.

외신이 하바나 인수 뉴스를 전한 날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AI 반도체 세계 1위가 목표”라며 “목표 달성을 위해 장관이 직접 나서서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장관 위상 정립하라

이런 ‘결기’에도 하바나의 존재는 한국의 AI 반도체 현주소를 확인해주고 말았다. 한국엔 하바나, 멜라녹스 수준의 몸값을 받을 만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생태계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최 장관이 이날 AI 국가전략으로 생태계 구축, 인재 육성 등의 방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배경이다. 기존에 발표된 내용을 재탕, 삼탕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나마 우선 허용한 뒤 사후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시스템을 AI 신기술과 신산업에 적용하겠다는 규제혁파 의지가 이목을 끌었다.

결기만으로는 이스라엘조차 넘을 수 없다. AI 국가전략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며 AI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10월 ‘인공지능 기본구상’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손 회장에게 “김대중 대통령 당시 초고속 인터넷망 필요성과 노무현 대통령 당시 온라인 게임산업 육성을 조언했다.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고 치하했다. 손 회장은 이를 받아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세계 1위 국가로 성장해 기쁘다”고 했다.

기업에 희망고문 가하지 말라

한국 대통령은 언제까지 손 회장의 말에 귀를 기울여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야 하나.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누구의 말이라도 듣는 게 최상수인 것은 맞다. 그러나 대통령의 귀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우선적으로 장악하는 게 더 옳다.

말인즉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이지, 시행은 쉽지 않은 게 한국의 현실이다.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희망고문’ 리스트 중 하나로 꼽는 이유다. 과기정통부가 운영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됐으나 다른 부처가 발목을 잡아 스타트업들은 눈물을 흘린다. 규제 샌드박스 적용 대상으로 선정돼도 적용이 끝나는 4년 뒤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보장되지 않는다. 국회가 관련 법을 개정해 규제를 혁파하도록 의무화하지 않아서다.

최 장관은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출신이다. 인사청문회에서 AI의 기초학문인 수학 교육의 부실을 인정했다. “수학 교육이 잘 안 되면 국가 발전은 어렵다”고 소신을 밝혔다. 수학 교육을 강화하려면 교육부 장관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최 장관은 수학 교육, 규제 샌드박스, 네거티브 규제 등 모든 분야에서 대통령은 물론 의원 겸직 장관과 이들이 이끄는 부처 공무원 그리고 최종 관문인 국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 기업을 돕겠다면 말보다는 돌파력으로 실행해야 한다.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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