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성탄절 선물

입력 2019-12-23 17:35   수정 2019-12-24 00:26

성탄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성탄절은 기독교인들의 신성한 날이지만, 종교와 무관하게 거의 전 세계인의 축제처럼 된 지 오래다. 불교가 국교인 나라에서조차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성탄절 선물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만 봐도 그렇다. 성탄절 선물은 가족끼리, 친구와 연인 등 소중한 사람들이 서로 감사한 마음을 주고받는, 세계 공통의 매개체로 자리잡았다.

그런 ‘성탄절 선물’이 요즘 본래 취지를 벗어나 엉뚱한 뜻으로 여기저기서 쓰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일 “(미국에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을 선정하는가는 미국에 달렸다”는 으름장을 놨다. 올해 말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잡고 그때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들고나오지 않으면 성탄절을 전후해 무력 도발을 불사하겠다는 엄포였다.

이에 대해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북한의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맞받았다. 성탄절 선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군사 도발과 그에 대한 무력 응징 같은 무시무시한 공격으로 탈바꿈해 상대국을 위협하는 단어가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탄핵이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18일 미국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이틀 만에 그의 재선 캠프에 1000만달러의 후원금이 모인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탄핵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어 거액의 후원금 선물을 안겨줬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구성원들에게 올 한 해는 무척 힘든 해였다.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곤두박질쳤고 그 결과 청년과 노인, 저소득층 등 경제적 약자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경제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따위의 공허한 말잔치가 아니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회복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그것은 총선을 겨냥한 돈 살포도, 부자를 때려잡자는 세금 폭탄도 아니다. 우울한 청년들과 쓸쓸한 연말을 맞는 가계들에 무엇이 마음을 담은 성탄절 선물이 될 수 있을지 정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내일 아침 어떤 선물이 머리맡에 있을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성탄 전야에 잠을 설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온갖 해괴한 성탄절 선물이 난무하는 요즘, 진정한 선물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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