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집권 여당의 위험한 새해 편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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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1-02 18:37   수정 2020-01-03 11:37

[취재수첩] 집권 여당의 위험한 새해 편가르기

“역사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사회적 패권 교체마저 이뤄내겠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새해 공식업무를 시작한 2일 아침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목표를 꺼내들었다. 그는 “총선 승리만이 한반도 최대의 유일무이한 평화 에너지이자 평화로 가는 정치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민주당 신년 인사회에서 “4월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를 넘어 사회적 패권 교체까지 완전히 이룩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연일 ‘사회적 패권 교체론’ 띄우기에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사회적 패권 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발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재벌, 특정 언론, 종교인, 왜곡된 지식인 그 누구도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업신여기지 않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패권 즉, 헤게모니는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을 지배할 때 단순한 힘이 아니라 제도, 사회관계, 문화 등을 통해 자발적 지배를 이끌어내는 수단을 의미한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국 사회는 재벌, 특정 언론, 종교인, 왜곡된 지식인과 같은 기득권 세력이 패권을 쥐고 있으며, 민주당이 이를 개혁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전문가들은 이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치인 개인으로서는 문제없지만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는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기득권 세력의 부조리는 고쳐야 하지만 집권 정당을 이끌고 있는 책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르다는 뜻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여당이 특정 세력을 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건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 사회가 개혁돼야 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적으로 삼고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선언하는 건 국민의 실질적인 삶이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가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게 공당(公黨)의 의무다.

얀 베르너 뮐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저서 《누가 포퓰리스트인가》에서 “집권한 포퓰리스트는 일종의 종말론적 대립 상태를 꾸며내 국민을 계속 분열하고 동요시킨다”며 “이들은 갈등에 최대한 도덕적 수사법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퓰리스트는 그저 엘리트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로지 자기들만 진짜 국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같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포퓰리스트를 예로 들면서다. 한국의 현실에 비춰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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