絃의 마술…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에 빠져볼까

입력 2020-01-07 17:01   수정 2020-01-08 02:51

베토벤이 1806년 완성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그가 남긴 유일한 현악기 독주 협주곡이다. 멘델스존과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시벨리우스로 이어지는 19세기 바이올린 협주곡 명곡 계보에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는 걸작이다. 빈틈없는 구성에 교향악적인 장대함과 조형미를 갖춰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가장 마지막에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는다. 연주자의 음악성과 개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베토벤이 채워놓지 않은 1악장 카덴차(독주악기가 무반주로 기교적 연주를 펼쳐내는 부분)는 연주자마다 다른 색깔과 특유의 감성으로 즐길 수 있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이 협주곡의 최고 미덕은 ‘격조’에 있다고 평했다. 특히 1악장에 대해 “25분 가까이 지속되는 긴 악장이지만 한 번도 스스로 흥분하거나 관객을 열광시키려는 시도조차 없이 거대한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간다”며 “사색하기에 좋고, 분노를 다스리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은 올 한 해 이 협주곡을 연주하는 무대가 줄을 잇는다. 상반기만 해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53), 고토 미도리(49),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43) 등 세계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40·50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내한해 베토벤을 기린다. 바이올린 대가들의 개성 있는 연주로 이 작품을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그리스 바이올리니스트 카바코스가 스타트를 끊는다. 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2020 시즌 첫 공연에서 1악장 카덴차 부분을 자신이 직접 편곡해 들려줄 예정이다. 지난해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도 선보여 호평을 받은 팀파니와의 2중주 카덴차다. 카바코스처럼 연주자가 카덴차를 직접 작곡하거나 편곡하기도 하지만 이 곡을 널리 알린 요제프 요아힘이나 20세기 바이올린의 거장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만든 카덴차를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지휘자로도 활동하는 카바코스는 지난해 10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하며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향의 음악 잡지 ‘월간 SPO’에서 “이 곡의 1악장은 고요한 아름다움, 2악장은 천사들의 대화 소리를 통해 영원에 머무는 느낌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가 지휘봉을 잡는 이 공연의 2부는 하이든 교향곡 8번 ‘저녁’과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으로 꾸민다.


롯데콘서트홀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베토벤 애딕트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3월 17일)에서도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감상할 수 있다. 다니엘 도즈가 이끄는 루체른스트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는 일본 오사카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의 무대다. 미도리는 10대부터 세계 무대를 누비며 ‘바이올린 신동’으로 알려졌다. 열 살에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필하모닉과 공연하면서 ‘천재’로 주목받았다. 열다섯 살 땐 탱글우드 음악제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이끄는 보스턴심포니와 협연하던 중 바이올린의 현이 두 차례나 끊어졌지만 침착하게 대처해 화제를 모았다. 미도리는 2017년 요엘 레비 지휘로 KBS교향악단과 함께한 시벨리우스 협주곡 협연에서 탁월한 기량에 원숙미가 더해진 깊이 있는 연주로 격찬을 받았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베토벤을 어떻게 해석해 들려줄지 기대를 모은다.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망스 1, 2번도 연주한다.

국내 클래식 팬들이 올해 가장 기대하는 공연으로 꼽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그의 악단 무지카에테르나의 내한 연주에선 몰도바 출신 코파친스카야를 만날 수 있다. 쿠렌치스는 오는 4월 이틀에 걸친 첫 내한 공연의 모든 프로그램을 베토벤으로 빼곡히 채웠다. 7일에는 교향곡 7번, 8일엔 5번 ‘운명’을 들려주고 이틀 공연 모두 코파친스카야와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신선함을 넘어 기괴한 느낌마저 전한다는 코파친스카야의 카덴차도 감상 포인트다. 동유럽의 집시풍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연주는 독특하면서도 현대적인 음색을 들려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맨발로 무대에 올라 ‘맨발의 피들러’로도 불린다. 코파친스카야와 쿠렌치스는 2016년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을 함께 녹음했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파격적인 해석으로 유명한 쿠렌치스를 만나면 더 도발적인 연주를 하는 코파친스카야가 어떤 베토벤을 들려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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