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윤종규 KB 회장도 CES行…"핀테크 모르면 금융업 못하는 시대"

입력 2020-01-07 17:16   수정 2020-01-08 01:13


핀테크(금융기술)가 금융의 판을 흔들고 있다.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의 주요 토픽 중 하나도 핀테크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샌즈엑스포홀 등에 전시부스를 차린 핀테크 업체만 124곳이었다.

금융에 기술을 입힌 핀테크는 금융업계 전반에 최대 위기이자 기회 요인이 됐다.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이젠 기술을 가진 정보기술(IT) 기업이 항로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핀테크’ 대신 ‘테크핀’이라는 용어가 일반화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게 금융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금융지주 회장도 CES로

CES는 지구촌 기술 트렌드의 최전선이다. 가전에서 IT로, 다시 자율주행 자동차로 발 빠르게 전시회 주제가 바뀌었다. 작년부터는 핀테크를 공식 토론 주제로 잡았다.

올해도 이런 흐름은 이어졌다. 핀테크의 한 갈래인 가상화폐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만 이날부터 사흘간 열두 번 열린다. 다루는 내용도 다양하다. 페이스북의 가상화폐인 리브라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부터 핀테크 투자법, 블록체인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기술적 한계 등등. 첨단 IT 를 기반으로 한 혁신이 이제 금융업계의 첫 번째 화두가 된 것이다.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은행의 3분의 1은 획기적으로 혁신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업계가 CES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한 이유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올해 첫 출장지로 CES를 선택했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CES를 직접 찾은 것은 윤 회장이 처음이다. 살펴볼 신기술도, 만나야 할 사람도 넘쳐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제 디지털을 모르면 금융업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최고경영자(CEO)가 경험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脫금융 나선 글로벌 금융사들

핀테크의 파고는 한반도 바깥에서 더욱 거세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이미 오래전 ‘탈(脫)금융’을 선언했다. 가장 금융회사 같지 않은 금융회사만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이다. 2015년 당시 CEO였던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은 “우리는 이제 금융회사가 아니라 IT 기업”이라고 선언했다. ‘선언’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3만 명 이상의 직원 가운데 40% 이상을 IT 인력으로 채웠다. 이종교배 노력도 지속했다. 머신러닝 기술을 가진 핀테크 기업 콘텍스트렐러번트에 투자하고, 소셜미디어 업체인 데이터마이너 지분도 사들였다.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 간 연합전선 구축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테크동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투자 규모는 2013년 이후 연평균 67% 증가했다. 벤처캐피털에 이어 전통 금융회사와 IT 기업까지 핀테크 투자에 뛰어들면서 판이 커졌다.

초라한 한국 핀테크 성적표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은 일본과 대만, 태국 등에서 잇달아 인터넷은행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정작 한국은 쏙 뺐다. 금융업에 대한 규제가 그만큼 과도하다는 방증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국내 인터넷은행도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증자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적 뒷받침도 미흡하다. 핀테크의 혈액은 빅데이터인데, 이를 지원할 데이터 3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 핀테크업계의 초라한 현실은 숫자로 드러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이 평가한 핀테크 도입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공동 1위인 중국 인도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3위), 페루(6위) 등에도 밀리며 13위에 그쳤다.

대표 도시별로 순위를 매겨도 마찬가지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은 세계 104개 도시 가운데 핀테크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중국 베이징을 꼽았다. 그다음으로 상하이, 미국 뉴욕, 광저우, 선전 등의 순이었다. 서울은 상위 20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핀테크 기업 중 한국 업체는 토스가 유일한 데 비해 중국은 22곳, 미국은 21곳이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개인정보보호 규제는 세계 국가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며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빅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안재석 금융부장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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