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서울 공연 기억 생생…바흐·베토벤·쇼팽의 매력 선사"

입력 2020-01-08 17:03   수정 2020-01-09 00:34

1980년 쇼팽 콩쿠르는 여느 때보다 떠들썩했다. 서구 음악인들이 독식해온 우승 자리를 1927년 콩쿠르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인이 차지했다.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타이손이었다. 하지만 우승자 당타이손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던 연주자가 있다. 심지어 본선 진출도 못한 참가자였다.

콩쿠르 심사위원이던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그’의 3차 예선 탈락 결과에 “편파적인 결과”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아르헤리치는 결국 심사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콩쿠르에서 그를 ‘무관’에 그치게 한 극단적인 독창성이 그의 이름을 더 널리 알렸다.

‘그’는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이보 포고렐리치(62)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다. 다음달 19일 60대인 그가 15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하는 그를 8일 서면으로 먼저 만났다. 2005년 서울 공연 때 그는 감기 때문에 고생했다. 먼 기억이지만 그때 한국에서의 공연은 여전히 그에게 생생하게 남아 있다. “관객들이 음악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인상이 깊었어요. 많은 사람이 음악에 쏟는 존경과 헌신에도 감탄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기대가 큽니다.”

이번 독주회에서 포고렐리치는 바흐의 ‘영국 모음곡 3번’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1번, 쇼팽의 ‘뱃노래’,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를 들려준다. 그는 “나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내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은 세월과 함께 어떻게 진화해가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겠죠. 내 이름이 낯설고 연주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젊은 관객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의 음악세계 속에서 다양한 매력을 만나볼 수 있으면 합니다.”

포고렐리치는 1981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했고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활발히 활동했지만 1996년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우울증으로 연주활동을 중단하고 은둔하기도 했다.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와 강력한 타건, 과감한 색채와 독창적인 완급 조절까지, 개성 가득한 색깔 때문에 그의 연주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뉴욕타임스는 ‘200년이나 앞서간 연주’라고 평한 반면 가디언은 ‘극도로 비음악적인 끔찍한 연주’라는 리뷰를 싣기도 했다.

정작 그는 자신의 연주에 대한 호평이나 혹평을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리뷰를 읽지 않은 지도 수십 년 됐다고 했다. “사람들이 공연에 관심을 갖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연주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멀리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표현 방식을 선택할 자유는 공평하게 있다”며 “나를 솔직하게 표현하면 그게 바로 개성이고 독특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그는 소니와 전속계약을 맺고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과 베토벤 소나타 22번 등을 담은 음반을 발매했다. 24년 만의 녹음이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 소나타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연주한 곡이고 베토벤의 소나타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피아노 레퍼토리”라고 소개했다. 올해 녹음 계획에 대해서는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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