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유니콘을 키우는 것은 시장의 몫...선구안 가진 운용사 팍팍 밀어주겠다”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인터뷰

입력 2020-01-13 17:50  

[마켓인사이트]“유니콘을 키우는 것은 시장의 몫...선구안 가진 운용사 팍팍 밀어주겠다”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 인터뷰

≪이 기사는 01월13일(14:2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9년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겼다. 뜨거워진 투자 열기에 지난 한 해에만 야놀자 위메프 무신사 등 5개 기업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새 해를 맞아 벤처업계의 숙원사업이었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00년대 벤처붐에 이어 20년만에 ‘제2벤처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정부 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벤처투자가 급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유망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할 VC를 선발해 자금을 출자한다. 올해 한국벤처투자엔 역대 최대인 80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벤처투자촉진법 통과로 한국벤처투자는 법으로 그 지위가 보장된 법정기관으로 거듭났다.

지난 9월부터 한국벤처투자를 이끌고 있는 이영민 대표는 20여년간 유수의 벤처캐피탈을 이끌며 국내 벤처투자시장을 선도해온 인물이다. 이 대표는 ”한국 경제 발전에 필요하지만 민간 투자가 취약한 부분을 메꿔주는 것이 한국벤처투자의 역할“이라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소재·부품·장비를 비롯해 유니콘급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스케일업 투자가 올해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9월 취임 후 본격적인 첫 해를 맞았는데 소감은
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역대 최대인 8000억원이 배정됐다. 당초 정부안(1조원)에 비하면 다소 깎였지만 정부가 벤처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시그널(신호)를 민간에 보내는 데에는 충분한 규모다. 취임 후 지난 100여일은 한국 벤처투자 시장의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올해는 그 취약점을 메꿔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올해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가장 중점에 두는 분야는
한국벤처투자 뿐 아니라 정부가 중시하는 것 중 하나가 ‘스케일업(scale-up)‘ 투자다. 어느정도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된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국내 벤처펀드는 평균 규모가 330억원 수준으로 작다. 미국은 우리의 8배다. 크기가 작다보니 많게는 천억원 단위로 이뤄지는 시리즈C 단계 투자나 상장전 투자는 규모가 큰 해외 벤처캐피탈(VC)들의 전유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기업가치가 수천억원 수준인 기업에 투자하려면 최소한 펀드 규모가 2000억~3000억원 이상 돼야한다. 스케일업 펀드는 최대 세 곳 정도 운용사에 1000억원 가량을 출자할 계획이다. 모태 펀드를 시드로 민간 자본까지 합해 2000억원 규모 펀드가 두 세개 만들어지면 펀드 당 적어도 20곳 이상 스케일업 투자건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소재·부품·장비 분야도 전략적으로 한국에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분야에도 올해 600억원 정도 별도 출자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유니콘을 만드는 것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만만찮다
기본적으로 유니콘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유니콘은 스타트업의 성공한 결과가 아니라 그저 과정에 불과하다. 기업가치가 1조원이라는 것은 그 기업에 투자한 회사들이 평가한 가치가 그렇다는 뜻일 뿐 그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인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이 유망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시장의 몫이다. 모태 펀드의 역할은 그런 기업을 골라낼 수 있는 ‘선구안’을 가진 뛰어난 운용사를 발굴하고, 유니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만 유니콘 육성에 정부가 중점을 두는 것 자체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스타트업이 성장해 유니콘이 되는 것만큼이나 창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뛰어난 인재들을 창업으로 이끄는 것까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 정부가 제대로 밀어준다는 확신을 줘야 역량 있는 인재들이 ’한번 도전해봐?‘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창업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창업자들에게도 이뤄놓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진출 등 새로운 도전을 꿈꿀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 좋은 신호 효과다.

▶일각에선 현재 벤처 시장에 이미 거품이 꼈다는 지적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다보니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다. 한동안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지보다는 플랫폼의 확장성이나 대중성에 가중치를 둔 투자가 이뤄지면서 이미 안정적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기성 회사보다 수익력이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거품인지는 아직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도 이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벤처투자는 늘고 있지만 정작 회수 환경은 척박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서 가장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벤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 문제다. 보통 벤처 기업의 회수 방법으로 상장(IPO)를 떠올리지만 인수합병(M&A) 또한 회수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국내 벤처투자시장을 보면 국내 대기업이 벤처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는 드물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인수하게 되면 공정거래법 상 계열사에 편입되면서 이슈가 생길 뿐 아니라 정상적인 과정 끝에 거래가 무산됐더라도 기술 탈취 등 오명을 쓰기도 하다보니 섣불리 국내 벤처 인수에 나서지 않는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대기업들은 대부분 매물을 해외에서만 찾는다. 한 대기업 대표는 직원들에게 ”어지간하면 국내 회사는 보지 마라“고 했다고 할 정도다.

▶벤처펀드 주요 출자자였던 은행들이 자체 VC를 설립하면서 시장이 교란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간 벤처펀드의 핵심 출자자였던 은행들의 자금이 자체 VC로 흘러가버리면 기존 VC들이 자금을 모으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계 전체로 보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벤처투자 자금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벤처 기업들 입장에선 투자를 받는 데도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은행계와 비은행계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비은행VC들은 또 다른 연기금 및 공제회들과의 협의를 통해 펀드 결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호흡을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 벤처 창업이 하이테크보단 서비스업에 치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무기로 한 플랫폼 창업이 주를 이뤘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기술 기반 기업들이 꽤 많이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기술이 플랫폼에 스며들어가고 있다. 교수나 대기업 연구원 등 고학력 전문가들의 창업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빠르게 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창업 선도 국가를 보면 대학이 창업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대학이 그만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예산이 가장 많은 부서가 교육부인데 교수나 연구원들의 창업 쪽으로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5년도 전에 도쿄대 교토대 등 네 곳 국립대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출자해 대학 내 기술사업화를 돕는 벤처캐피탈을 만들었다. 교토대는 펀드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

▶올해 벤처투자시장을 전망한다면
2020년은 한국 벤처와 벤처캐피탈들이 해외 진출이 더욱 가속화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K뷰티’부터 ‘K팝’까지 우리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글로벌화가 이뤄지고 있다. 얼마전 배달의 민족이 4조원이 넘는 가치로 인수된 것처럼 한국 스타트업의 역량은 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다. 세계에서 손 꼽히는 제조업 강국으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분야에서 잠재력도 높다. 한국에서도 통한다면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해외 진출에 나서야 할 때이고 한국벤처투자도 국내 스타트업의 세계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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