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알쓸신잡' PD와 강호동이 만나 유튜브를 했더니…

입력 2020-01-17 09:02   수정 2020-01-17 09:04



"포포몬쓰"

강호동의 유쾌한 구호와 함께 라면 '쿡방'(요리하는 방송)과 '먹방'(먹는 방송)이 시작된다.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오리지널 콘텐츠 라면 끼리는(끓이는) 남자, '라끼남'의 콘셉트는 간단하다. 라면이 가장 맛있는 상황을 찾아 가장 맛있는 조리법으로 라면을 끓여 먹는 것. 이를 위해 강호동은 지리산 정상에 오르고, 대게잡이 배에 탄다. 프로그램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의 목적은 라면이다.

tvN에 편성된 방송 시간은 고작 6분. 하지만 유튜브에서 공개되는 풀버전 영상에서 진가가 발휘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MC로 꼽히는 강호동도 "난 정말 이건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유튜브에 공개만 됐다하면 조회수 100만 회를 훅 훅 넘긴다. 특히 삼겹살을 굽고 파기름을 만들어 끓인 '삼겹살파채라면' 먹방은 조회수 300만 회를 육박할 정도다. 유튜브 맞춤형 콘텐츠로 출범해 강호동과 연출자인 양정우 PD, 작가와 카메라맨 등 4명으로 조촐하게 시작한 '라끼남'이지만 "방송국 사람들이 작정하고 유튜브를 만드니 확실히 다르다"는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라끼남'을 기획하고 연출, 편집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양정우 PD를 상암동 CJ ENM 사옥에서 만났다. tvN '신서유기' 시리즈에서 멤버들을 웃기기 위해 팬더 분장을 하고, 은지원과 외계인 존재에 대해 토론했던 양정우 PD는 tvN 인기 예능 시리즈 중 하나인 '알쓸신잡'을 만든 인물이다. 서울대 4년 장학생, 나영석 PD도 "똑똑한 친구"라고 칭찬할 만큼 일명 '나영석 사단'에서도 에이스로 꼽히지만, '라끼남'을 통해 내면에 숨겨(?)왔던 엉뚱함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라끼남'을 연출하는 요즘 일주일 내내 제대로 쉬지 못할 뿐 아니라 야근이 이어지고 있지만 "몸은 힘들어도 너무 행복하다"며 미소를 보였다.


▲ 방송으로는 베테랑이지만 유튜브는 '라끼남'이 첫 도전이다.

유튜브라고 얕잡아 봤다가 요즘 고생하고 있다. 방송이랑 해야 할 일은 똑같더라. 처음엔 저, 작가 1명, 카메라 1명, 강호동 씨 이렇게 4명만 했는데 도저히 이 인원으로 감당이 안됐다. 알고보니 유명 크리에이터 분들도 카메라, PD 등 여러명이 함께 일하더라. 반성하고 주변에 도움을 급하게 요청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

▲ 강호동 씨도 '라끼남'에서 "(이건) 솔직히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 "나도 뭘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더라. 그런데도 온라인 반응이 좋다. 연출자로서 이런 반응이 올거라 예상했나.

뭘 몰라서 처음에 시작할 수 있었고,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거 같다.(웃음) 유튜브로 어떤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다. 아무래도 TV 방송을 계속 만드면서 한계를 느꼈다. 금요일 밤 tvN 예능에 기대하는 '힐링'이라는 색 외에 다른 것도 시도해보고 싶었다. '아이슬란드에 간 세끼'로 신효정 선배가 유튜브 '십오야' 채널을 열었고 저에게도 좋은 기회가 왔다.

▲ '라끼남'은 어떻게 기획하게 된 프로그램인가.

팀내 소모임으로 등산 모임이 있다. 함께 산행을 가서 이우정 작가님('신서유기', '응답하라' 시리즈 작가), 나영석 선배에게 라면을 끓여드렸는데 정말 맛있게 드시더라. 그러면서 '내가 이런걸 정말 좋아할 사람을 안다. 같이 프로그램을 해보는 게 어떤가'라고 하시더라. 그게 (강)호동이 형이었다. 그런데 이걸로 90분 방송을 만들 순 없지 않나. 유튜브 채널이 열리고, 이걸 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다시 꺼내 놓은 거다. 짧은 공부를 통해 세운 결론은 '유튜브는 잘하고, 좋아하는 걸 해야한다'는게 핵심이더라. 우린 야외를 좋아하고, (강호동은) 라면을 좋아하니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 이름도 독특하다. 강호동 씨 음성이 들리는 거 같다.

'라끼남'은 처음부터 '라끼남'이었다. 다른 경쟁 후보도 없었다. '끼리는'이라고 말하는 호동 형의 말투를 그대로 살리고 싶었다.

▲ '라끼남'은 B급 감성을 표방하지만 음악이나 삽화는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퀄리티'다. 전문가의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인거 같다.

유튜브를 하게 되면서 이전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다 해볼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호흡을 맞춘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면 결과물이 비슷할 수 있어서 의도적으로 방송 전문 스태프들과 하지 않았다. 다 외부에서 직접 구했다. 삽화는 대학생이 그려주고 있다. 유튜브 작업을 소소하게 하던 친구를 데려다가 그림판으로 작업해달라고 요청했다. 음악도 인디 밴드를 하던 친구다. 이전에 프로그램에서 OST를 틀면서 인연을 맺은 김보선 님께 요청드렸다. 제가 편하고 좋아하지만 방송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모아서 막 하고 있다.

▲ 매주 새로운 음악, 새로운 삽화가 등장한다. 크리스마스 뮤직비디오 등 특집 영상까지 업무량이 상당해 보인다.

맞다. 이렇게 일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고, 지금도 힘들지만 재밌어서 하는거다. 몇 주 동안은 업무가 과중해져 새벽2시까지 작업했다. 그래도 재밌다. 방송할 땐 '이래도 될까', '이건 괜찮을까'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데 이번엔 우리끼리 즐겁게 할 수 있어서 좋다.



▲ 방송은 베테랑이지만 유튜브는 초보인 강호동도 재미 포인트다.

모르셔서 더 좋더라.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이 즐겁다.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라끼남'을 하시게 된 거 같다. 의욕이 넘치셔서 요즘은 유튜브도 엄청 보신다. 형도 방송을 30년 했는데, 이런 건 또 처음이라고 하시더라. 먹방할 때 '먹방' 전문 유튜버처럼 소리도 따고, 뷰티 유튜버처럼 손도 뒤에 대고 카메라에 보여주시더라. 그런 연구를 하는 모습이 감사하다.

▲ 직접 해보니 유튜브와 TV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나.

분량의 제한이 없다는 것. 방송의 비극은 분량 때문이다. 40분 하던 예능이 90분이 됐다. 여기서 오는 한계가 있다. 재미가 없을 땐 그 부분을 다 덜어내고 버리고 싶은데, 분량이라는 짐이 있어서 그러지 못한다. 유튜브를 하면서 분량을 줄이고 뮤직비디오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거다.



▲ '라끼남'의 공식 스폰서인 농심이나 네파 등을 직접 광고하는 것도 재밌었다. 방송에선 절대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재밌어서 한다. 방송에선 숨기고, 감춰야 하는데 그걸 솔직하게 드러내니 재밌고, 편하고, 저희도 솔직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한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돈을 벌려고 한다기보단, 그런 부분이 유튜브스러운 거 같다.

▲ 방송을 오래해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서툴더라. 자꾸 음성도 나오지 않고.(웃음)

유튜브는 소통이 중요하고, 구독자 분들과 직접 만나는 라이브가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라이브를 하기로 했고, 아무 거나 할 수 없으니 '라면을 끓이자'라는 결정했다. 사실 우리가 처음부터 기획을 완벽하게 해서 하는 건 아니다. 아바타 라면도 '라끼남' 후리스가 나왔다고 해서 소개하는 김에 급하게 하자고 해서 결정됐다. 처음 라이브를 할 때 소리가 잘 안들린다고 하셔서 새로 카메라도 구입한 건데, 또 소리가 안나오더라. 예전에 같이 일했던 오디오 감독님도 방송을 보시더니 안타까우셨는데 "다음엔 내가 해주겠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웃음)



▲ '알쓸신잡', '숲속의 작은집', '라끼남'까지 새로운 기획력과 탄탄한 연출력 덕분인지 '제2의 나영석'이라는 평가도 있더라.

말도 안되고, 따라갈 수도 없다. 정말 잘한다. 순발력이나 판단이 정말 빠르고, 방송에서도 자연스럽고 거북하지 않게 풀어내는 말투와 언변이 있다. 저는 나영석 선배가 최고의 진행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직접 '라끼남'의 라면을 직접 맛 본 사람으로서, 어떤 라면이 가장 맛있나.

호동 형이 라면을 끓여먹는 스케줄을 우리도 똑같이 한다. 인원이 적으니 밥차도 없고, 조연출이 가서 식사를 사올 수도 없다. 호동 형 몰래 뭘 먹을 수도 없으니까 라면을 먹을 때 즈음엔 우리도 아찔할 정도로 배가 고프다. 너무 굶어서 그런지 저는 굴라면이 특히 맛있었다. 굴도 안성탕면도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 매일 안성탕면을 먹는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파삼겹라면을 최고로 꼽더라.



▲ '라끼남'은 언제까지 방영되는 건가.

일단 시작은 10회였다. 그런데 너무 좋더라. 얼마전 회사에서 "10회 마치고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시기에 "일단 이걸 1년 정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귀한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면서 이제서야 어떻게 일하면 되는지 조금 알 거 같은데 이대로 해산하기 아쉽다. 당분간 ('라끼남'으로) 새로운 걸 계속하면서 분위기를 키워보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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