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문 대통령 참모들, 대북관계 너무 서둘러"

입력 2020-01-19 17:55   수정 2020-01-20 09:05


미국의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사진)가 “문재인 대통령 참모들이 대북 정책을 너무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퓰너 창립자는 지난 17일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ont Pelerin Society·MPS) 연례총회가 열린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예로 들며 “한 번에 한 걸음씩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같은 압박은 남북한이 소통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을 둘러싼 이견이 한·미 공조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겨냥한 비판에 대해선 “그는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그를 공격하는 것은 한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퓰너 창립자는 헤리티지재단을 미국의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로 키워낸 ‘공화당의 브레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다. 그는 한국의 경제 정책에 대해선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시장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美 대표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에드윈 퓰너 창립자
"정부가 모든 문제 풀 수 있다는 건 환상…국민·시장의 힘 믿어야"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는 한·미 양국의 민감한 현안에 거침이 없었다. 올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전망을 묻는 말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보다 큰 표차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정부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으로 꼽히는 그는 지난 17일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Mont Pelerin Society) 연례총회가 열리고 있는 스탠퍼드대 산하 후버연구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퓰너 창립자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1980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MPS 총회가 1980년대 미국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학자는 ‘신자유주의 사상의 아버지’ 밀턴 프리드먼이다. 그는 “MPS가 내세우는 자유 시장주의 이념이 현재 미국 경제의 부흥도 이끌고 있다”고 확신했다.

▷이틀 전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지식재산권 보호, 공평한 투자 조약 체결과 같은 핵심 사항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첫걸음일 뿐입니다. 첫 단계에선 풀기 쉬운 문제부터 접근하는 법이죠.”

▷진전된 합의도 이룰 수 있을까요.

“조심스럽지만 낙관적(cautiously optimistic)으로 봅니다. 이번 협상에 관여한 미국 정부 관료들이 여러 분야에서 중국 측이 크게 양보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은 전반적인 합의에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도 보호무역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매우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역 활동이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자유무역 시스템’을 믿습니다. 제가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나 렉서스를 타지 않고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를 탈 수 있는 게 자유무역 시스템 덕분입니다.”

▷미국도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미국도 예전의 자유무역 체제로 복귀해야 합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동등하게 교역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뿐 아니라 멕시코, 캐나다, 일본과 맺은 협정도 수정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 미국 정부는 부정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세부 방안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남북한이 서로 소통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사견이지만 김정은이 북한 지도자로 계속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regime change)를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죠. 소련, 독일, 동유럽 역사를 보세요. 하룻밤 사이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대북제재의 공조를 강조하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여당, 정부, 청와대로부터 공격받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이 한국 국민의 분노를 키웠다’는 기사를 읽고 많이 놀랐습니다. 해리스 대사가 하와이 진주만에서 군인으로 복역하던 시절부터 그를 알아왔지만 일본인 어머니가 있었다는 사실은 오늘 알았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일본인이 아니라 미국인입니다. 주한 미국대사로서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의 방위비를 낮추기 위해 양국이 한창 협상하는 가운데 (한국의 우군이 될 수 있는) 해리스 대사를 공격하는 게 한국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한국은 대북정책 방향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 있습니다. 1998년 김 전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왔을 때 저를 포함해 예닐곱 명을 만찬에 초대했습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 상황을 설명하면서 ‘매우 기나긴 여정의 작은 걸음(a small step on a very long road)을 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긴 여행길에선 한발짝 나갈 때가 있으면 반발짝 후퇴할 때도 있습니다. 한번에 한발짝씩 나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의 참모들이 김 전 대통령에 비해 서두르는 것처럼 보여 걱정스럽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도 교착 국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도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어떤 미국 정부도 하지 못했던 일을 했습니다.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습니다. 자라온 환경은 물론 정치적 성향도 크게 다르지만 이런 신뢰 관계는 앞으로 한·미 관계에서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연례총회에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회주의’를 둘러싼 우려가 많았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정치인들이 사회주의를 매력적인 이념으로 포장해 젊은이들에게 설파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정말 훌륭한 이념이라고 강조합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사회주의를 실험하고 실패한 역사는 전혀 얘기하지 않아요. 소련, 중국, 동유럽, 쿠바 등 사회주의를 실험한 그 어떤 국가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선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집값은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집값을 감당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살 거냐, 쾌적하고 넓은 집에서 몇 시간씩 출퇴근하면서 살 거냐를 선택하는 문제입니다. 홍콩은 정부가 주택 시장 전반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홍콩의 집값이 떨어졌나요.”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정부 규제를 풀면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겁니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미국의 정치 상황이 궁금합니다. 미국 하원이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안을 상원으로 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에서 탄핵되지 않을 겁니다. 민주당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아요. 그래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핑계를 대죠.”

▷올해 11월 대선은 어떻게 봅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2016년보다 훨씬 더 큰 표차(with a wider margin)로 승리할 거예요.”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누가 될까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전히 유력하다고 봅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정치적으로 민주당 주류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요. 트럼프와 바이든이 대선에서 논쟁하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웃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일한 걱정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동정표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사실 민주당에도 매우 위협적인 후보가 있긴 합니다.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은 민주당 경선 토론 과정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문 대통령에게 전할 조언이 있습니까.

“5000만 명의 국민을 믿어야 합니다. 모든 문제를 정부가 풀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요. 기업이 미래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새로운 걸 창조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국민이 분열하고, 정부에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사회는 미래가 밝지 않습니다.”

■ 美 공화당의 대표 원로…트럼프의 '외교·안보 멘토'

에드윈 퓰너 누구인가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79)는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 원로 정치인이다. 1973년 미국 헤리티지재단을 설립해 미국의 간판 싱크탱크로 키워냈다. 1977년부터 2013년까지 36년 동안 재단 회장을 맡았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글로벌 학술모임인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Mont Pelerin Society) 회장도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권 인수위원을 맡았고,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로 꼽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1990년대 그의 밑에서 일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한국 정·재계 인사와 폭넓게 교류하고 있다.

△1941년생
△레지스대 영문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에든버러대 경제학 박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헤리티지재단 회장
△MPS 회장


스탠퍼드=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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